용서는 메달이 아닌 피해자가 하는 것

in #kr6 years ago

스케이트장.jpg
  지난 2월 19일 치뤄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전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남을 충격적인 경기였다. 이날의 비정상적인 경기운영은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 논란과 겹치며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50만명을 넘어섰고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비난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 선수는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자청했지만 발언내용이 진실공방으로 흐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일부에서는 남은 경기인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출전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24일 경기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이 날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김보름 선수는 인터뷰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고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 날의 사과는 방향이 잘못되었다.


  사과는 국민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했어야 한다. 용서는 국민이 대신할 수도 가족이 대신할 수도 없다. 오로지 피해자의 몫인 것이다. 살인죄가 용서받을 수 없는 까닭은 이처럼 용서할 피해자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끊임없이 사죄하는 방법외에는 길이 없다. 이것이 바로 독일과 일본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지난 날의 과오에 대해 끊임없이 사죄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역시 기자들이다. 논란 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슬며시 발을 빼려하는 박지우 선수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기자가 있는 반면,


<결국 한마디도 안한 '논란 당사자' 박지우, 26일 또 따난다, 스포츠 한국 2018년 2월 25일 기사>
http://sports.hankooki.com/lpage/moresports/201802/sp20180225053013136560.htm


기자가 피해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마음대로 용서하기도 한다.


<"김보름 선수, 고개 들어오. 죽을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세계일보 2018년 2월 25일 기사>
http://www.segye.com/newsView/20180225000051


  기자들의 이런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진상규명이 되지 않아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아도, '지겹다는 프레임'을 씌워 피해자들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강요한다.


  이번 논란에 대한 활화산 같은 국민적 분노 또한 점차 수그러들고 점차 잊혀질 것이다.
*실제로 은메달 획득 이후에 여론이 상당부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시간이 흘러 사건이 우리의 기억속에서 희미해지고 잊혀져도 어딘가에는 아직 피해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피해자들이 용서하지 않는 한 그것은 아직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요기 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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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을 응원한다는 타이틀의 기사까지도 봤던 것 같네요;; 아직도 그런 글이 먹힐거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참...

그런 기사를 볼때마다 씁쓸합니다.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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