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에이전트

in #kr2 days ago

영화는 시체보다 뇌물에 더 관심 많은 경찰을 등장시키는 도입부를 통해 1977년 브라질이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외부에선 죠스 같은 미국 영화가 유입되어 오기 시작하고, 내부에선 외세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하려는 듯 카니발이 한창이다.

정치 스릴러라고 홍보하지만, 정치가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고(그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권력의 하수인들만 나올 뿐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찾기 힘들다.

복수의 쾌감에 집중하면 헐리웃 영화가 되고, 복수의 당위성을 말하되 복수를 그리지 않으면 칸에 입성한다.

2시간 넘는 러닝타임과 수많은 등장인물들. 문턱은 높지만 조금만 견디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목격하게 된다.

쏟아지는 호평 일색에 나 역시 동참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으나 그럼에도 엔딩은 아쉽다. '현대'가 등장하며 영화는 급격히 생기를 잃는다. 브라질 판 '과거사조사위원회'와 주인공의 아들의 대면은, 잊혀진 과거를 소환하고 현대에 전달하는 역할에 몰입된 감독의 자의식 과잉이 투영된 부분으로서 전형적인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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