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kr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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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영화였다. 해석이 궁금하여 간만에 평론가들의 리뷰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동양인 캐릭터(리키 박- 스티븐 연)에 대해서는 다들 그냥 지나친 것이 의아했다.


리키 박은 미국 백인 주류 사회에 완벽히 동화된 동양인이다.

어린 시절 맡은 드라마 속 역할은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 아이였다. 그때 함께 연기 중이던 침팬지(리키 박과 함께 그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는 백인들을 몰살하지만, 유일하게 리키 박만은 살려둔다. 오히려 다가가 주먹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직후 사실된다. 카우보이 모자 같은 전등의 갓이 바닥을 구른다.

리키 박은 성장하여 백인 여자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다. 서부시대 미국 백인 남자처럼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사람들 앞에서 쇼를 한다.

리키 박은 백인 아내의 지시에 순종한다. 아내가 마이크로 불러주는 대사를 관중들 앞에서 읊는다.


조던 필은 전작들을 통해 인종 문제에 지대한 관심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렇다면 리키 박을 백인이 아닌 황인으로 설정했을 때는 당연히 숨은 이유가 없을 리 없다. 하물며 앞서 보았듯이 많은 설정을 부여했다. 따라서 리키 박을 제외하고 얘기한다면 이 영화에 대해 많은 걸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평론가들은 리키 박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일까? 영화의 위용에 압도된걸까? 아니면 인종주의라는 예민한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서인가? 그렇다면 흑백갈등에 관해서는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종주의는 흑백 간의 갈등에 국한되는가? 소수자 간의 연대에 대한 낙관은 순진하다.

나는 이 영화가, 일련의 장면들(즉, 침팬지가 리키 박에게 인사를 건내는 장면, 리키 박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온 장면, 그리고 리키 박이 카우보이 모자를 닮은 생명체에 다른 백인들과 함께 먹히는 장면 등)을 통해 위험한 시선을 건넸다고 본다. 그리고 그 방식은 영화 천재답게 매우 은밀하다.

리키 박이 아내의 지시에 순종한 것과 달리, 주인공 흑인 남매는 영화(혹은 광고) 촬영지에서 연출진의 지시에 순종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살아남은 이는 단 두 명이다.


리키 박 못지 않게 인상 깊은 인물은 극중 감독이다. 최초의 영화는 백인이 촬영했지만, 거기 출연한 이는 흑인이다. 영화 속에서 관객에게 여러 차례 주입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재현된다. 극중 감독은 수동 카메라를 들고나와, 마치 서부시대 총잡이처럼 카메라를 난사하며 외계생명체를 향해 다가간다. 그러다, 먹힌다.

주인공 OJ (물론 O.J 심슨의 그 OJ에서 따왔을 것이 분명한)의 아버지는 머리에 동전이 박혀 죽었다. 동전에는 In god we trust라고 쓰여 있다. 이 극중 감독의 이름은 ‘앤트러스 홀스트’다.

앤트러스 홀스트는 주인공 남매가 전화를 걸었을 때, 동물의 왕국 같은 영상을 시청중이었다. 화면에는 동물들의 약육강식이 흐르고 있었다.


'겟 아웃'은 파격적이었으나 선정적이었다. '어스'는 성숙했으나 자만했다. 조던 필은 불과 세 번만에 거장이 되어버렸다. 이제 눈을 뗄 수 없다. 잡아먹히리라는 것을 알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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