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발명가

in #kr6 years ago

1902년 7월 13일 에어컨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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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에서 가장 유명한 마녀 사냥인 '세일럼의 마녀사냥'은 1692년 뉴잉글랜드의 여름을 지옥같은 찜통으로 만들어 놓았다. . 뉴잉글랜드 총독의 명령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는 5월부터 10월까지 185명을 감옥에 가뒀고 그 가운데 19명은 목이 매달렸으며 그 외 몇 명은 더위와 고문 속에 옥사했다. 사망자는 25명에 달했다. 세일럼(Salem)은 원래 평화의 인사 '샬롬'에서 나온 이름이었지만 전혀 그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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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주재한 7명의 특별재판관 중에 존 호손이라는 이름도 보인다. 그의 후손이 바로 '주홍글씨'라는 불후의 명저를 남긴 나타니엘 호손이다. '주홍글씨'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이 가공할 마녀사냥에 대해 그는 “우리 역사에서 기록하기 가장 부끄러운 치욕적인 사건”이라고 반추한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처녀도 있었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이도 있었다. 그 후손 가운데에서도 한 사람이 태어난다. 윌리스 캐리어가 그다. 그는 어린 시절을 증조모와 함께 했는데 그 증조모가 바로 '세일럼의 마녀'의 직계 후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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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Carrier) 라는 이름을 나는 매우 어려서부터 접했다. 장마가 끝나고 바야흐로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동네 꼬마들은 저금통을 들고 즐겨 은행을 찾았다. 통장을 만드네 저금을 하네 수선을 떨었지만 결국 핵심은 에어컨이었다. 천 원 저금하고 한 시간을 놀다가 은행 청원 경찰에게 벼락같은 호통 소리와 함께 쫓겨날 때 안타까이 돌아봤던 에어컨의 상표가 '캐리어'였다. 1902년 7월 13일은 월리스 캐리어가 에어컨을 발명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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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에어컨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에어컨의 최초 수혜자는 책이었다. 습도와 온도의 변화 때문에 종이의 확장, 수축으로 인해 색상이 바래지는 문제는 인쇄업자 최대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캐리어는 이 습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공기가열부에 냉수를 통과시켜 그 주위를 통과하는 공기를 냉각시킴으로써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데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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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떨어진 일은 열을 냉각하는 문제였다. 한 방적 공장에서 문제를 호소해 왔다. "수천 개의 방추(紡錘)가 회전하면 그 마찰열 때문에 기계에 문제가 생겨 그만 펴져 버려요!" 이는 도서관 습도 물리치기와는 차원이 다른 과제였다. 하지만 캐리어는 이것도 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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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캐리어에게 뜻밖의 사태가 닥쳤다.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캐리어가 소속한 부서를 없애 버린 것이다. 회사로서도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것은 참으로 미련한 실수였다. 캐리어는 자신과 죽이 맞았던 연구원들을 묶어 세워 회사를 세운다.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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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ier Engineering Corp." 에 처음으로 주어진 난관은 마카로니 식당이었다. 습기 제거를 위해 건조 장치를 설치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강도가 문제였다. 국수 가락이 죄 말라 비틀어져 버린 것이다. 캐리어는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건조 과정을 테스트하며 적합한 강도를 골랐고 그 와중에 방대한 양의 밀가루가 버려지긴 했으나 결국 그는 성공한다. 캐리어 에어컨 회사의 첫 개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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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에어컨의 혜택이 돌아간 것은 그의 에어컨 시스템 발명으로부터도 20년이 지난 뒤였다. 1924년 디트로이트의 백화점에 에어컨이 설치됐고 28년에는 의회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의원들은 더위를 핑계로 의사당을 벗어나는 농땡이를 부릴 수가 없게 됐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수상이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격찬을 했거니와 에어컨은 인류의 문화를 바꿔 놓은 발명품 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무더위의 영향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열대 지방에 활력을 가져다주었고, 지하 수백 미터 막장의 숨 막히는 더위를 뚫었으며 우주선부터 박물관까지 필수적인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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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에어컨에 사용되는 에너지량이 중국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량보다 많다는 통계에서 보듯 에너지 낭비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건조량을 체크하고 습도량을 체크하느라 책더미 속에서 씨름하던 캐리어가 1902년 오늘 고안해 낸 에어컨에 대한 고마움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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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는 스스로를 즐겨 '공상가'라 일컬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말들을 곱씹어 보면 그는 항상 공상을 현실로 바꿀 생각에 골몰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항상 식용 가능한 물고기만 낚는다. 먹을 수 있는 사냥감이라면 실험실의 실험용 동물이라도 쫓아간다." 나이 스물 다섯에 인류의 문화를 바꿀만한 발명을 해 놓고도 회사에서 잘렸던, 하지만 굴하지 않고 일어섰던 그에게서 한 마디를 더 끌어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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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의 '마법의 공식'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근심퇴치법. "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의 세 가지를 고민하라. 스스로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를 물으라. 도저히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는가를 고민하라. 그 다음으로 침착하게 최악의 상황을 개선시킬 방법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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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의 핵심은 이거 같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 그럴 수 없이 쉬워 보이지만 한없이 어려운 이야기 중의 하나. 하지만 가장 옳은 이야기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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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는 에어컨이
집안의 더위를 집밖으로 내보내는 기계라는 생각에 참 이기적인(밖은 점점 더워질꺼라고;;) 기계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에어컨의 기원 흥미롭게 잘 읽었어요~~ㅋ

네 사실 이렇게 더워진 게 에어컨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영향이 없진 않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래도 에어컨 없으면 못살....

캐리어 에어컨의 유래를 알게 되었네요.
이 더위에 에어컨이 얼마나 고마운지..

진짜 고맙죠... 에어컨 있는데 들어오면 그냥 살 거 같다는

세일럼의 마녀의 직계후손이었기 때문에, 상상력과 공상력의 힘이 많았던 것인가보네요,

네 굳이 쓰진 않았지만 그런 뜻으로 인용했습니다. 잘 알아봐 주시네요 ㅋ

아하... 캐리어란 이름이 에어컨에 새겨진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상식 하나 늘었슴다... ㅎ

제 방에 달려 있는 에어콘에 이런 사연이...!

네 우리 주변의 모든 물건엔 역사가 숨어 있답니다 ^^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갓-리어 님께 노벨평화상이라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ㅋㅋㅋ

여러 목숨 살렸다는 생각이 드니 노벨 평화상 안아깝습니다

감사합니다. 윌리스 캐리어
오늘도 시원하게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집엔 아내가 몇 가지 이유로 있는 에어컨을 가동 안해서 ㅠㅠ

아랍에미레이트에서 40도가 넘는 여름을 맞이하면서, 대체 이 땅에서 에어컨 없이 어떻게 살았던 걸까? 와 어떤 천재가 에어컨을 발명한걸까?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예상외로 스팀잇에서 답을 얻고 가네요. 에어컨은 정말 소중한 물건입니다. ㅠㅠ

아 특히 여름엔..... 싱가포르 이광요 말이 거듭..... 진리로 떠오릅니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

이분 없었으면..ㅠㅠ

오우 지저스

후대에 에어컨이라는 선물과 함께 최악의 상황대처법까지 남겨주었네요. 고마운사람이로군요^^

네 에어컨에 그의 이름을 박아(?) 기념할만한 이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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