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이 위대했을 때
1940년 5월 13일 윈스턴 처칠이 위대했을 때
타임지는 20세기 전반 50년의 인물로 윈스턴 처칠을 꼽았다고 합니다. 그의 어느 면이 위대하고 어떤 특출한 장점이 있는지는 위인전에서 많이들 봤을 테니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분명 그는 과대평가된 측면도 있고 미화된 부분도 큽니다. 그는 이라크의 반란자들에게 독가스를 퍼부으라고 명령한 사람이고 인도의 기근 때 수백만이 굶어죽도록 방치한 범죄에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차대전 당시 해군 장관으로는 기록적인(?) 판단착오로 수십만의 생명을 그야말로 '갈아 넣었던' 작전의 원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에게 허물을 만회할 장점이 있다면 정녕 ‘불굴의 영국인’이었다는 점이겠습니다. 섬나라 영국이 독일이 점령한 유럽이라는 바다에 뜬 또 하나의 섬나라가 됐을 때, “공군만으로 영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독일 공군 사령관 괴링의 말대로 영국 도처가 불바다로 화했을 때, 일본이 들고 일어나 동남아시아를 장악하고 영국의 태평양 함대를 궤멸시켰을 때, 처칠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그 불독 같이 다문 입술을 내밀며 용기와 승리를 부르짖었지요.
그가 전시 영국 수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1940년 5월 13일이었습니다. 이미 나찌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전 유럽을 쓸어담고 있었습니다. 폴란드는 소련과 갈라먹었고 베네룩스는 단숨에 짓밟았습니다. 네덜란드 군은 조상들의 피땀이 서린 운하까지 파괴해 가며 저항했으나 길지 못했습니다. 같은 날 5월 13일 독일국방군은 아르덴산림의 서남쪽, 프랑스의 뮤즈강 인근 방어선의 돌파를 시도하여 다음날 이에 성공합니다. 이 방어선의 붕괴로 대륙으로 건너간 영국군은 오갈데없는 포위망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유명한 덩케르크 철수로 이어지는 패착이었죠
그 암담한 상황에서 처칠은 수상이 됩니다. 그리고 그 취임 연설문은 위기에 몰린 한 국가와 그 국가를 책임진 한 사람이 토해 내는 불굴의 용기와 꺾이지 않는 의지의 결정체로 역사에 남습니다.
“금요일 저녁 나는 국왕 폐하로부터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습니다. 국가와 의회는 이 임무가 최대한 폭넓은 기반 위에서 모든 정당을 망라하여 이뤄져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나는 이미 이 임무의 핵심을 완결지었습니다. 전시 내각은 다섯 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야당들을 비롯한 이 나라의 단합의 상징입니다.
(중략)
이만큼 크고 복잡한 정부를 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중차대한 임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역사상 최대 전쟁 중 하나의 도입부에 있습니다. 우리는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의 여러 곳에서 전투 중에 있고 지중해에서도 전투에 대비해야 합니다. 공중전도 계속되고 있고 우리 집사람이 말했듯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위기에 처해 오늘 의회에서 길게 말씀 드리지 못하는 점을 용서해 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번 정치적인 구조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는 내 동료들이나 전 동료들께서 당연히 있어야 할 예의범절에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 정부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하원에서 다시 언급해 두겠습니다: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 (I have nothing to offer but blood, toil, tears and sweat.)
우리는 가장 심각한 시련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길고 긴 투쟁과 고통의 세월들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묻습니다, 우리의 정책은 무엇인가? 나는 말합니다. 육상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의 모든 힘과 능력을 총동원해 어둡고 개탄스러운, 인간의 범죄 목록에서도 유례가 없는 저 괴물과 같은 독재자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정책입니다.
여러분은 질문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한 마디로 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 승리,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어떤 폭력을 무릅쓰고라도 승리, 거기에 이르는 길이 아무리 길고 험해도 승리,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기 때문에 오직 승리뿐입니다. 그것을 기필코 실현시킵시다. (승리 없이는) 대영제국의 생존도, 대영제국이 버텨온 모든 것들의 생존도, 인류가 목표를 향해 전진하도록 만드는 시대의 욕구와 박동소리도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희망에 들뜬 기분으로 나의 임무를 완수하는 바입니다. 나는 우리의 대의명분이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들의 도움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느끼면서 호소합니다, "자, 단합된 우리의 힘을 믿고 우리 모두 전진합시다."
이 연설 앞에서 영국인들은 주먹을 쥐게 됩니다. 덩케르크 철수는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적은 사람들이 이룬 것이었습니다. 기적을 이룬 그들은 덩케르크 철수가 완료된 뒤 처칠의 연설을 들으면서 이제는 고개를 쳐들게 됩니다.
“유럽의 많은 부분과 수많은 名門 국가들이 게슈타포의 손아귀와 가증할 나치의 강퍅한 손에 넘어가더라도 우리는 포기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해낼 것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우고 바다에서,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가일층의 자신감과 역량으로써 하늘에서 싸우고 우리의 섬을 지켜낼 것이며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우리는 해안에서, 상륙 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에서 , 거리에서 싸울 것이며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한 번도 믿어본 적이 없지만, 만약 이 섬이나 섬의 대부분이 강점당하고 굶주림에 직면하더라도 해외의 대영제국은 영국 함대에 의해 보호받고 무장 하여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처칠 개인의 정치적 견해와 입장에는 단호하게 반대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가끔 이 연설을 읽습니다. 처칠의 연설을 사람들의 무관심과 정권의 폭력 속에서도 그치지 않고 그들의 소중한 가치와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모든 ‘하늘 사람들’과 땅의 사람들에게 부치고 싶은 마음에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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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기를 끝까지 해 내기를..... 항복하지 말기를. 그들에 남은 것이 피와 땀과 눈물 뿐일지라도 그 소중함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