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의 인연...

in #kr4 years ago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무허가 판자촌..

예전부터 국가 소유의 땅에 허가를 받지 않고 무허가로 집을 지어올리고 사람들이 사는 포카라의 빈민가..

네팔어로는 수꿈바시(이주자들이라는 뜻이지만, 속어로는 자기 땅이 없어서 국가 소유의 땅 위에 허가받지 않고 판자집이든 천막이든 벽돌집이든 뭔가를 짓고 사는 빈민들을 뜻함).

몇 해 전 봄에 기회가 닿아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이 나는 사람은 이 할머니.

이 동네의 무허가 천막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벽돌집으로 변했지만, 이 할머니의 집은 아직도 천막이었고, 이 할머니의 소원은 천막을 철거하고 블록으로 집을 짓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블록으로 집이 올라갔고 할머니는 행복해하셨다.

그리고 가을에 다시 찾아간 포카라에서 만난 할머니.

사진 한 장 찍어서 액자에 넣어달라고..부탁이라고..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사진작가님께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진관에 가서는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달라고 했고..

5일 뒤 액자를 찾아서 할머니를 찾아가니 옆 집 아저씨가 할머니께서 어제 돌아가셔서 오늘 화장했다고 했다. 알콜중독인 할머니 아들은 상복입고 땅에 앉아있었고..

할머니는 자기가 떠나실 날을 아셨던걸까..

할머니 사진을 담은 액자는 아들에게 영정사진으로 전달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사람 사이의 인연.. 일기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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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루이틀만 더 빨랐어도 사진은 보고 가셨을텐데..ㅠ

사진이 인화되서 액자에 담기는 그 사이에 네팔 번다가 있어서 5일이 걸렸답니다. 어쩔 수 없었다죠 ㅠ
그래도 밤에 주무시다가 고생스럽지 않게 편히가셔서 그나마 마음이 덜 아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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