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포르노, 증명할 수 없는 위험함

in #kr6 years ago

빈곤 포르노라는 말이 제가 쓰려는 주제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딱히 다른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sleeprince님이 쓴 단어를 빌려썼습니다. sleeprince님도 글에서 밝혔지만 이번에 도마 위에 오른 모 스팀잇 유저의 행동을 문제로 보는 사람들은 있었습니다. 저도 그랬는데 왜 그랬냐면 그분이 자신이 아닌 다른 불행한 사람의 사진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건 나쁜 행동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사람의 사진을 쓰는건 마치 글의 작성자도 그런사람일것이라고 독자들이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죠. 결국 다른 사람의 불행함을 자신의 글의 불쌍함을 높이는데 사용한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전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꺼렸는데 바로 도덕적인 명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약자를 사람들이 도와주어야 한다는건 대부분의 사회에서 통용되는 도덕적인 명분이죠. 그럼에도 몇몇사람들이 문제로 봤던거는 증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후원단체들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여 사람들이 기부를 꺼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물며 어떠한 공식적인 보증도 없는 개인 단위에서는? 실제로 SNS가 퍼지면서 거짓정보가 늘어나고 있다는건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사실 SNS가 퍼지기 전에도, 사람들이 게시판이나 블로그에서 주로 대화를할때도 유사한 일은 일어났습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하나 소개하자면 상당히 유명한 사람의 일이 기억나는데요 그 사람은 어느날 자신의 블로그에 여행을 갔다가 금전계산을 잘못해서 돌아갈 돈도 없다고 돈을 빌려달라는 글을 올립니다. 덕분에 당시치곤 나름 많은 금액이 그에게 송금되었는데요 사실 그건 그의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는 다음날에 빌린 돈을 여행지에서 상품을 사는데 썼거든요. 그러자 속은 사람들이 그에게 항의를 하였으나 그는 빌린 돈이니까 나중에 돌려주면된다며 넘어갔습니다. 이 사건도 그가 당당히 물건을 샀다고 인증하지 않았으면 사람들은 그 돈이 어디 쓰인지 몰랐을겁니다. 물론 인터넷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직접 만나기 어려운 인터넷의 특성상 증명하기 더욱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말이 빌리는거지 저렇게 돈을 준다는건 주는 사람들도 못받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주는걸테니....실제로 제가 저 사건을 들었을 당시에는 갚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으니 지금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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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으로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일상화되면서 이런짓을 하는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흔히 주작썰이라고 하죠. SNS, 특히 트위터를 중심으로 많이 늘어나서 인터넷을 많이 하신분들이라면 트위터 주작 모음이라는 유형의 글들을 많이 보셨을겁니다. 물론 트위터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만 SNS와 단문이라는 특성이 합쳐져서인지 유난히 주작의 온상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행함과 곤란함을 호소하며 모금을 유도하기 시작합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증명할 수 없는 인터넷에선 의심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불쌍한 사람을 비난하는 나쁜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가 모금을 성공적으로 하자 따라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모금이란게 돈이 걸린 일이다보니 모금이 늘어나자 의심의 눈초리도 커졌기에 최근에는 대부분 사상적인 문제를 내세우며 모금을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금들은 대부분 천만원이 넘어가기 전에 마감합니다. 천만원이 넘어가면 법적으로 증명해야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죠. 이때문에 이런 모금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꾸준히 올라오지만 모금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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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은 불편한 일이 많이 생기지만 그렇다해도 한가지 증명된건 있습니다. 자신이 불쌍하다는 얘기를 올리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모금이 목표가 아닌, 흔히 말하는 좋아요(트위터에서는 리트윗과 마음이지만)를 위해서 자신이 불쌍하다는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누가누가 더 불쌍한가 대회라도 하는것처럼 경쟁적으로 글이 올라오는 와중에 어떤게 각광받기 시작합니다. 바로 정신병이죠. 신체적인 병은 증명하기가 쉽기 때문에 인터넷이라도 진위여부를 판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은 정신과를 간다고 하더라도 애매하죠. 이때문에 자신이 불행한 인생을 가졌으며 이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정신병이 사용되게 됩니다. 그래서 트위터엔 프로필에 자신이 정신병이 있다고 써놓은 사람을 많이 볼 수 있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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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의 트위터도 그렇습니다. 물론 정신병을 무조건 숨기고 부끄러워하는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훈장처럼 드러낼 일도 아니죠.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들은 정신병이 마치 스펙인것처럼 프로필에 올려놓습니다. 저 프로필 정도는 약과고 정신병에 관련된걸 몇줄씩 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기는 자해를해서 자기 트위터엔 자해사진이 올려온다거나....마치 sleeprince님이 말한 빈곤 포르노 같은 상황이죠. 하지만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는것처럼 완벽히는 부합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이들은 빈곤 포르노의 상황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정신병을 마치 벼슬이나 권력처럼 사용하기 때문이죠. 나는 이렇게 불쌍한 사람이니까 무슨짓을해도 너희는 용서해야한다는식인거죠.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정신병을 주장했던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이들에게 불행함은 권력이자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도구로 쓰이는거죠. 심지어 논쟁을하는데도 논리를 내세우는것처럼 자신이 정신병이 있다는걸 강조하곤합니다.

트위터가 저런 꼴이 된건 결국 도덕적 명분이란 폭력때문입니다. 트위터만이 아니라 언론에서도 도덕적 명분이라는 이름하에 소수자,약자로 알려진 계층이 피해자인 범죄는 자주 다루지만 반대로 그들이 가해자인 범죄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별로 다루지 않죠. 트위터에서 일어난 일도 그렇습니다. 불쌍한 이들의 진위를 요구하는것도 하나의 폭력으로 받아들이면서 거부한 결과 기형적인 현상이 일어난거죠. 막상 진위를 증명하는게 어렵다는것도 한몫합니다.

이번 스팀잇에서 일어난 일도 그렇습니다. 의심을 가진 사람들은 있었지만 막상 그걸 요구하는 사람은 처음엔 없었습니다. 그 행위 자체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었기 떄문이죠. 지갑사용 문제가 드러나면서 그나마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분이 완전히 거짓이었다고 증명된건 아닙니다. 해명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는것처럼 이상한 지갑사용이 그분이 그동안 주장했던 자신의 불행한 생활사를 부정하는건 아니기 때문이죠. 모순적 발언이 있기에 거짓이란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상으로 진위를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의심받는사람이 진짜 동일인이라도 그가 실존하는 다른사람을 데려와서 계정의 주인이라고 주장하기만 해도 애매해지죠. 그의 이야기가 대부분 자신의 개인사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건이 널리 알려진건 어찌보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팀잇이 앞서 말한 트위터처럼 될 가능성은 적다고보지만 현금화가 쉽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모금은 어렵지만 좋아요는 쉽기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 몰렸다고 했는데 스팀잇에서 좋아요는 바로 돈으로 연결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전에도 스팀잇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있었는데 많이 알려진 글들은 상당히 높은 보상을 받았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그런 글을 올리는 계정은 처음이지만 과거의 그런 사례들을 보고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예 과거의 그 글들중에도 거짓말들이 있었을수도 있구요. 만약에 이 전문적인 불행 계정이 성공적으로 계속 자리잡았다면 점차 모방하는 계정들이 생겨났을겁니다. 비슷한 사례로 작년에 비트코인이 한국에 주목받으면서 각종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돈을 잃었다며 구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었죠. 그들 역시 전부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증명할 수 있나요? 이번 사건으로 문제시되지 않았다면 동정스런 보팅을 노리고자 스팀잇에도 점차 증명할 수 없는 불행한 사연들이 마구 올라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일을 방지하려면 가급적 증명할 수 없는 이야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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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보는 사람의 얘기는 왠만하면 믿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의 본성에 '측은지심'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요령껏 이용을 하는 것이지요.

결국 피해는 진짜 위기에 처한 사람이 당하겠지만요.

그렇죠 후원단체만봐도 단체의 비리는 후원의 감소로 이어지니....

빈곤포르노에 대해 뭔가 싶어서 읽어봤는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분명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진 것인데, 이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켜내내요.

빈곤 포르노는 원래 sleeprince님이 쓴말이라 자세히는 sleeprince님 포스팅이 더 좋습니다 ㅎㅎㅎㅎ

요근래 히키코모리 글 쓰신분 논란으로 많이 복잡해졌어요..

지금보니까 이미 비슷한 계정들이 생겼다는거 같은데 언젠가는 논의될 문제였다고 봅니다.

제발 부엌에 노는 젓가락 엿바꿔 먹듯 양심을 헐값에 팔아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자부심과 인격이 그렇게 싸구려인지...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사람들이 많죠. 지하철에 가짜 거지,장애인들이 있듯이....

곤란한 문제네요. 불행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데, 누가 정말 불행한지 재대로 된 정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개개인이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사회를 바꾸는데 더 힘을 쓴다면 유니세프 코리아 같은 프로 거지들이 필요 없을 텐데 말입니다.

불행한 사람의 실수는 너무 나도 쉽게 불행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불행을 이야기 할 곳은 따로 있는데 말이죠. 상담 센터라든지. 하지만 저는 그 계정이 불행을 팔았을 지언정 스팀잇에서 쫓아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봤자 개인일 뿐인데요. 정당한 사유와 사과를 요청하고 받아들이거나 안 맞으면 차단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SNS라면 결국 차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긴합니다. 문제는 스팀잇의 좋아요에는 현금이 연동되어있다는것이겠죠. 차단 외에 다운보팅이란 수단이 있다는점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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