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즐겁게 하는 시 #16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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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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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하나 터지는데도
살이 터지는 아픔을
겪는다 하였으니
저 왁자지껄한 봄이
거저 오기야 하겠습니까
불현듯
안부를 물어보면
지나간 엄동설한
그대 주변에도
소리 소문없이 세상 떠난 사람
하나쯤은 있으리

ㅡ 이외수
.

지구가 자꾸만 가벼워져서
이 무슨 소식인가 뒤척였더니
하루는 흰구름 저 끝에 새가 떠나고
간밤엔 애꾸눈 사진사 왼눈이 죽는 소식

하물며 지난 밤엔
지리산 봄눈이 다 녹는 소식

ㅡ 류 근
.

입춘 지난 지리산
봄눈 녹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여나 싶어 창문을 열었더니
산이라는 산들은 모두

머리 끝까지
광목을 뒤집어 쓴채
묵언참선에 들어 있고

다목리 감성마을
텅 빈 회색 하늘

나뭇가지마다
설화만 만발해 눈부십니다

ㅡ 이외수
.

아하,
언 발목을 잡는 큰손이 있어
언 무릎을 잡는 큰손이 있어
그대 가슴과 이마에도
머잖아 영산홍빛 매니큐어 한 사발
쏟아지려니

ㅡ 류 근
.

달밤입니다

깊고도 먼 윤회의 강물을 건너와
감성마을 모월당 부근
짙은 수묵화처럼 웅크리고 있는 산들

붓질 한 번이
욕심 한 번이니
원효가 번개를 낚아채듯 단 한 번
허공에 붓을 휘두릅니다

온 천지에 핏방울처럼 번지는 꽃잎

ㅡ 이외수
.

오늘 내 서쪽으로 가는 산책길엔
처음 온 바람이 두어 평, 솔바람 소리 서너 평
원효도 번개도 보지 못 한
풍란 서너 촉

그 향기 서러워서
해질 무렵을 서서 울었네
거기 핀 꽃잎이여

ㅡ 류 근
.

시인은
봄이 오기도 전에
봄이 떠날 것부터 생각합니다

지리산
실상사 섬돌 밑에 게송 한 줄을 묻었습니다

이 세상 떠난 사람들은 해질 무렵 불현듯
풍란 향기로 서럽게 돌아온다고.

ㅡ 이외수
.

해가 지고 난 후 남겨진 봄날에 꼭 꽃피어 만나기를. 그대여,

ㅡ 류 근


류 근은 지리산 토굴에서 술 머슴살이 하고 있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은 화천 다목리 감성마을에서 글 머슴살이 하고 있을 때 새벽에 실시간으로 화답시를 주고 받으며 우리는 서로의 봄을 기다려주었을까. 전생의 5년 전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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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류근시인이 직접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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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고맙습니다.^^

너무 좋은것 같아요!!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답시들이 멋들어지죠?

이런 문답시도 있네요 ㅎㅎ
재밌는 형식들이 많아요

주거니 받거니...
술잔 비우는 소리가 절로 들리지 않나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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