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빚으로 사는 세상에서의 폭탄 돌리기

in #kr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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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추경예산을 짤 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해야한다는 것이 학술적 또는 재정정책적으로 근거가 있는 주장이냐에 대해 갑론을박한 적이 있다. 반문 보수계열의 학자들은 국가부도를 맞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할 마지노선이라고 했고 친문 진보계열의 학자들은 이것은 근거가 없는 수치이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정건전성이 매우 좋은 나라이고 무디스, S&P등에서 평가한 신용등급도 AA 또는 Aa2로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어려울 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써서 깊은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건전했던 기업이 예상치못한 천재지변에 의해 일시적으로 어려워져 흑자도산을 하고 그 결과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게 된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니 이러한 때에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뭐하러 세금을 낼 것인가?

하지만 작금에 있어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과연 그러한 위기 상황에 있나 싶을 정도로 매우 혼란스럽다. 특히 COVID-19에 대한 방역이 잘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의 숫자가 겨우 두자릿수를 넘지않고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만 들리지 어느 기업이 파산했다거나 대규모 실업사태가 일어났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주가는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고 아파트 가격은 미친듯이 올랐다. 주말엔 행락객들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메운다. 코로나가 없던 1년전보다 못할게 무엇인가?

Dead cat bounce인지 아니면 실물 경기의 V자 반등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이 타이밍을 놓칠세라 주식시장으로 부동산시장으로 달려간다. 동학개미운동이니 뭐니 하면서 신용투기심리를 부추기고 지금 이 레이스에 끼지 않으면 영원히 루저가 될 것같은 조급증을 만든다.

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827조원, 기업부채(금융회사 제외)는 1,954조원, 정부부채는 758조원에 달한다. 총부채는 4,53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7%에 이른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규모 자체보다도 증가 속도다. 지난 한 해 동안 12.8%(290조원) 급증해 43개 국가 중 4위에 올랐다.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빚이 세포증식하듯 가파르게 늘고 있어 총부채는 5,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2020.7.8.)

미국은 정부부채, 중국은 기업부채, 한국은 가계부채가 폭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추경을 밀어부치는 민주당이나 추경을 반대하는 통합당이나 정부부채 40%선만 관심이 있는 듯한데 정부재정만 건전하면 문제가 없는 것인가? 금융위기 이후 기업부채는 오히려 줄었고 가계부채는 가파르게 늘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가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것보다 폭락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총부채가 GDP의 237%라는 것은 1년 동안 번 돈보다 갚을 빚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모두 이지경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이기 때문에 IMF가 왔을 때도 해외 수출시장은 건전했기 때문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다 마찬가지라면 과연 그때처럼 회복할 수 있을까?

사람이 아프면 아픈 사람처럼 생활해야 한다. 건강할 때보다 더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고통을 못느끼는건 진통제를 맞아서이지 통증의 원인이 없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 한계기업 즉 좀비기업이 25%가 넘는다. 걸어다닌다고 다 사람이 아니라는건 최근에 개봉한 '반도'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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