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단편 소설] 악몽 [惡夢 : Nightmare] 2화
악몽 [惡夢 : Nightmare] 2화
● 과격한 표현이나 욕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소년은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아파트 중 가장 높은 한 아파트의 옥상에 서 있었다.
"읏...... 차!"
혹시나 실수로 떨어지지 않도록 아파트 옥상의 난간은 꽤나 높은 편이었다.
키가 작았던 소년은 발돋움을 하고서야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세상이 미니어처 처럼 조그마 해 보였고, 장난감 같은 크기의 차들만이 간간히 차도를 내달렸다.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며, 소년은 뒤로 물러섰다.
“진짜 높다......”
순간 소년은 자신이 매우 한심해 보였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이런 씨발! 난 죽을 용기도 없냐!
그러니까 맨날 학교에서도 처 맞고! 따 당하고!
좋아하는 여자애한테는 찌질이라고 차이고!”
소년의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흘렀다.
“좆같은 세상! 그래! 뒤지자!
눈 딱 감고 뛰면 그만이잖아 씨발!”
소년은 이를 앙다물고 다시 난간 쪽으로 다가갔다.
막상 올라가려고 하니 난간은 꽤나 높았다. 집 값 떨어질까 걱정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의지 만큼이나.
운동신경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소년은, 자신의 몸의 무게를 다시 한 번 절감하며
"흐......읍!"
겨우 상반신을 난간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
그 아찔한 높이가 눈에 다시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소년은 소리를 지르며 팔의 힘을 풀었다.
쿵.
소년은 볼썽 사납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겁나......"
마치 뒤집어진 개구리처럼, 소년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물은 마르지도 않고 잘도 흘러내렸다.
"겁나서 못 뛰겠어...... 제길....... 난 역시 찌질인가봐......."
소년은 마치 앙탈 부리는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고함을 질렀다.
"씨발...... 씨발...... 죽지도 못해......!
아! 썅! 난 죽지도 못한다고!
죽지도 못하는 찌질이 새끼라고! 으허엉!”
소년이 크게 울음을 터트리려는 순간, 옥상 입구 쪽에서 환한 빛이 쏟아졌다.
“누구야! 누가 옥상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거야!”
문이 열리면서 흐릿한 경비의 실루엣이 보였다.
소년은 재빨리 몸을 숨겼다.
“어서 썩 나오지 못해!”
빛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스물스물 기어 옥상의 빈 곳을 훑었다.
소년은 빛이 닿는 곳을 피해 조금씩 움직였다.
“이상하네......”
경비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 순간, 경비의 가슴께에서 치-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어이~ 김씨~ 옥상은 어떻게 됐어?
“아, 아, 정씨? 이상하게 아무도 없네?”
- 아 잘못 들은 거겠지! 옥상 사는 사람들 거 원래 민감하잖아~
“그럴려나? 그럼 지금 내려가네~”
- 아 그래 그래! 어서 내려와서 먹던 야참이나 마저 먹자구~
“오케이!”
그래도 뭔가 석연찮은 듯, 경비는 한 번 더 옥상을 둘러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에이~ 꼭 이 야밤에 사람을 오라 가라......
에휴 빨리 로또 걸리면 이 생활도 때려쳐야지 원.”
경비의 궁시렁대는 소리와 함께 빛도 점점 멀어져갔다.
소년은 그제서야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휴우...... 큰일날 뻔 했네......”
소년은 한참 동안 내려갈까 말까를 망설였다.
아직 경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년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어서 집에 가지 않으면 어머니께 혼날텐데......”
결국 소년은 조심스럽게 아파트 옥상 문을 열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녀왔습니다.”
혼자만 들릴 정도로 인사를 한 소년은 살짝 현관문을 열고 집 안 분위기를 살폈다.
시계바늘은 이미 새벽 두 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마 TV가 틀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 보나마나 시시껄렁한 연예 프로그램이겠지. 어머니는 그런 걸 좋아하시니까.
소년은 생각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TV를 틀어 놓은 채로 주무시고 있었다.
소년은 가방을 던져놓고 옷을 갈아입은 후,
어머니를 깨우려다 흠칫 손을 거두고는 TV를 끄고 거실의 불을 껐다.
늦는 자신을 기다리다 잠드신 어머니를 깨우기는 싫었기 때문에.
욕실로 들어간 소년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여드름 투성이인 퉁퉁한 얼굴은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어느 하나 잘 난 것도 없는 자신.
소년은 슬픈 눈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한참을 바라보다, 조용히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그나마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으니, 오늘 하루 비참 했던 일들이 하나 하나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소년은 한참 동안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아......”
샤워를 끝낸 소년은 침대에 누운 참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소년은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맞은 편 벽에 걸린 시계는 흐릿하게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벌써 세 시인가......
소년은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시간.
세상과 자신이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는 지금 이 시간 만이 소년에게는 안식이었다.
소년은 세상이 싫었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에게 이런 가혹한 대우를 내리는 세상이.
그런 그에게 혼자 있을 수 있는 방과, 매일 밤 꾸는 꿈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 오늘도 그 꿈을 꿀 수 있을까......
소년은 요즘 즐거운 꿈을 꾼다.
자신의 유일한 장기 중의 하나가, 꿈을 연속극 처럼 이어서 꾸는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 어제는 좋았었지.
꿈 속에서 소년은 무엇하나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아이었다.
아니, 조금 다르다고 한다면 평균 보다 조금 더 잘 생기고 평균 보다 조금 더 키가 크고 평균보다......
소년의 입가에 즐거운 웃음이 지어진다.
- 그렇게 살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소년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 하지만 눈을 뜨면 어차피 똑같은 하루겠지.
머리 속이 하얘진다.
- 싫다. 진짜 싫다. 싫......
다음화 보기
3부는 내일 업로드 하도록 하겠습니다~
단편이다 보니 조만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몰입감이 높아 순식간에 읽어지는 글이네요! upvote!하고 갑니다. ㅎㅎ
좋은 평 감사합니다! 힘내서 계속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편 기다릴께요!!ㅋㅋ
감사합니다 ^^ 다음 편은 내일 올릴게요 +_+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연재소설들이 점점 생기네요. 읽을거리 많아져서 좋습니다.
으윽...... 이번 소설 끝나면 아마 새 소설 쓸 때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ㅠㅠ
일단 이번 거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 와... 알티포유님 영어 번역도 잘하시고 글도 잘 쓰시고 이거 반칙 아입니까? ㅎㅎ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 ㅎㅎ
극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__) 열심히 할게요 :)
글이 정말 술술 읽혀요~~ 1화부터 잘 읽고 있습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잘봤습니다 +_+/
왠지 퇴마록 같은게 생각나네요
다음을 기대하겠습니다
이우혁 작가님은 제가 존경하는 작가님 중 한 분 이십니다 ^^
영광이네요!
계속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