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ng's review] 어벤져스가 타노스에게 패배한 철학적인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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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othbardianism 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데요(뭐 사실 그렇게 오랜만인 것도 아님). 제가 앞으로 다양한 것들을 리뷰하고 홍보하는 글들도 많이 쓰게될 거 같습니다.

이번엔 어떤 제품을 홍보하거나 그러는것이 아니라 영화리뷰를 쓸 건데요. 제가 너무 바쁜 나머지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를 어제 서울-천안 오가는 버스 안에서 봤습니다. 역시는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DC와 다르게 코믹스의 영웅들을 영화로 옮기는데 성공했는데요.

이번 인피니티 워에선 역사상 최고의 빌런도 모자라, 역대급 규모의 마블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이니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그만큼 관객의 호응이나 완성도, 흥행 면에서 모두 다 성공하면서 역대급 마블 영화라는 평도 나옵니다.

필자도 역시 이에 동의합니다. 인피니티 워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되었고(철학과 아니랄까봐)인상 깊은 부분은 돌려서 봤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역시나 타노스였는데요. 코믹스 세계관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인 데스(Death)를 위해서 권력을 손에 쥐고 악용/남용을 하는 반면에, 시네마틱 세계관에선 나름대로 전 세계의 평화(?)라는 신념을 가지고 인류 대학살을 진행합니다. 아주 모순같은 이야기죠?

원래의 토픽에서 잠깐 벗어나서 타노스의 이러한 신념(?)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세계의 평화를 위해 인류를 줄이자는 주장은 타노스가 처음 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음모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인류 말살 프로젝트가 타노스가 하고있는 주장의 기원입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경제학이 나왔는데, 경제학도 점점 그 본질을 잃어가니 인간에게도 그 효율이라는 잣대를 들이밀기 시작하는 겁니다. 여태까지 인류는 효율을 늘리기 위해서 자원의 분배를 효율적이게 하려고 했다면, 앞으로의 인류는 현재 한정적인 자원에 가장 이상적인 인구가 얼마이고, 그 수준까지 어떻게 축소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말이죠. 뭐,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중요한 건, 타노스가 이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인피니티 스톤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즉, 타노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러한 띰은 비단 타노스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어벤저스와 타노스의 관점은 다르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이번 영화에 전반적으로 나오는 띰이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바라보는 기준은 다르지만, 타노스와 어벤저스의 신념은 같다는 점에서 이미 신념적인 부분에선 비긴거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어벤저스는 여태까지 빌런들에게 신념적인 부분에서 앞서있었죠. 애초에 타노스 이전의 빌런들은 신념이라는 것이 없었던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영웅들이 내세우는 신념에서도 타노스는 절대로 밀리지 않았는데, 피지컬 또한 발군이니 어벤저스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어벤저스가 이길 수 있는 한 가지 경우의 수를 캐치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심경 변화인데요.

극 초반엔 스트레인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타임 스톤을 위해서라면 당신도 저 꼬맹이도 죽일 수 있다.

즉, 타노스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대의(타임 스톤을 지키는 일)를 위해선 희생(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의 죽음)을 감수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닥터 스트레인지가 영화 후반부엔 자기가 마땅히 희생해야하는 것(아이언맨)을 위해서 대의(타임 스톤을 지키는 일)를 저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언맨을 지켜내고 타임 스톤을 타노스에게 주게됩니다.

이것이 암시하는 바가 있습니다.

기존 마블 영웅들의 행보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에서 나오는 모습입니다. 군대에서 훈련 중 수류탄이 투척되자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감싸는 캡틴의 모습이죠. 이 때 다른 동료들에 비해서 외소하고, 피지컬이 저질이었음에도 슈퍼솔저 실험에 선택받게 됩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어벤져스>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핵폭탄을 들고 대기권 밖으로 올라가 자신과 같이 터트릴려고 하는 아이언맨의 모습입니다.

즉 영웅의 진정한 모습은,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라도 그것이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대의를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해서 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면 기꺼이 내놓는 것. 이것이 타노스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강한 신념입니다.

이는 되게 의무론적(deontological) 철학관을 바탕으로 둔 것으로써 모든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리고 수에 구애받지 않고 고귀하다는 것이죠. 100명의 목숨이든 1명의 목숨이든 고귀한 것은 매한가지고. 효율을 위해서 죄없는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말이죠.

결국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타노스를 대적하려면, 내가 희생하려 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서 대의를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이죠. 스트레인지가 아이언맨을 위해서 타임스톤을 포기한 것 처럼요.

니체는, “괴물과 싸울 땐, 나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고 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인피니티 워에서 본 영웅들의 모습은, 타노스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의 모습에서 타노스의 모습을 버릴 때, 그리고 영웅이 되고자했던 초심을 찾을 때 타노스를 무찌를 수 있다는 케빈 파이기의 메시지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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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본의 스토리는 안봐서 잘 모르겠고 영화를 보면서 출연료 상승과 스케줄 조정에 실패한 배우 교체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봤습니다. 너무 비철학적인가요 ㅎㅎ 오늘도 재미난 글 잘 보고 갑니다.

그건 아닐거에요 ㅋㅋㅋ 그렇게 구조조정 들어가기엔 출연료 짜잘한 애들만 없애서.. 아마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원년멤버들을 갈아치우겠죠? 그 때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믿고보는 로쓰님 포스팅~
대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상은 그 자체로 모순되는것 같아요. 피로 쌓은 대의은 진정한 의미의 대의가 될수 없기에~

사실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는 마이클 샌댈이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고민을 할 때 읽어보면 좋은 서적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는 타인을 희생해서 대의를 이루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실패라고 봅니다. 나를 희생해서 대의를 이루는 사람이야말로 혁명가고 영웅이죠 ㅎㅎ

정의란 무엇인가 100페이지 정도 읽다가 포기한 기억이 ㅠㅠ ㅋㅋㅋㅋㅋ

철학 잘 못하는 애들 특징: 쓸데없이 어렵게 써놈.

샌댈이 거품인 이유죠 ㅎㅎ

로쓰님은 철학을 잘 해서 쉽게 써주시니 이해가 잘 되네요^^

갓 니-체.

니체는 옳지....핡

영화볼 당시에는 그저 재미있게만 봤는데 이렇게 해석해보니 또 색다르네요! 타노스와 다른 마블 캐릭터들은 각자의 신념을 지키려고 했지만 그 신념마저 포기하는 용기를 발휘할 때 타노스가 무너지는 내용은 다음 편에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타노스가 대의를 행할 자격은 누가 주었는가. 해당 대의를 위해 생명체의 반을 없애는 것이 적합한 해결책인가. 왜 하필 반을 죽였는가. 롸쓰님의 글을 읽고보니 저도 궁금한게 많아지네요!

사실 피기님은 약쪽에 박학다식 하시니 인류말살프로젝트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거 같은데요! 사실 타노스가 인류의 절반을 죽인다고 한들. 다시 그 문제가 터지지 않을까요? 타노스의 인류 절반을 줄이는 선택은 그냥 시간을 늦추는 것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ㅎㅎ 사실 대의를 행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주지 않죠.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 바로 독재이고 전제정치이죠. 나폴레옹이 자기 스스로에게 왕간을 씌운 것 처럼요(원래 당시엔 교황이 왕관을 씌워주는 관습이 있었음에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심경변화일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타임스톤을 줘 버리는 그 자체가 유일한 한 가지 방법이 아니었을지
의심이 될 정도로 쉽게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제가 본 글에도 썻지만, 아마 그게 유일한 방법이었을거에요. 타인을 희생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지키고자 했던 그 무엇을 포기할 때 타노스보다 더 강한 신념을 가진다는 것.

절대적 신념,
대의,믿음, 이념 그런 모든 절대적 신념을 열열히 반대한다. -까뮈가 한 말이던가요? ..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자체속에 어떤 속임수가 있을 가능성을 역겨워하는 것이죠
.물론 그런것 빼면 영화가 무거워지고 재미없어지겠죠.ㅎㅎ

흥미로운 말이군요 ㅎㅎ 까뮈.. 공부해보겠습니다. 신념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 신념이 절대적이라고 믿으면 그것은 종교가 되어버리는 건 맞는 거 같아요~

많은 유튭 해석과 님글과 댓글을 보니 이제야 닥터스트레인지의 행동의 이면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듯하네요. 타임스톤을 넘기는 것이 방법론적인 유일한 길이라는 결론 이면에는 대의를 위해 타인을 희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희생하는 신념의 무게의 싸움이군요.(닥터에게는 타임스톤이 자신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임. 덧붙여 타노스에게 가모라는 아끼기는 했지만 자신을 희생할만큼은 사랑하지 않았덧 듯)

닥터에게 타임스톤이란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지켜야 하는 대의였고. 타노스에게도 소울스톤은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얻어야 하는 대의였죠. 하지만 닥터는 극 초반엔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극 마지막엔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지키는 것이라면, 포기해야 맞다는 쪽으로 생각을 틀어버립니다. 대의 보다 더 중요한 것. 그것은 사람, 더 나아가 내 동료의 생명이라는 신념. 그것이 바로 타노스가 가지고 있는 신념보다 더 강력한 신념이라는 것이죠.

이런 신념을 가진 히어로가 어벤져스에 있습니다. 바로 캡틴이죠. 영화를 다시 봐보시면 알겠지만, 타노스와 캡틴이 맞붙을 때, 타노스의 표정이 굉장히 심오합니다. 깜짝 놀란다고 해야 맞을까요. 타노스는 캡틴의 물리적인, 육체적인 힘 때문이 아니라 그의 눈빛을 봤을 때, 자기보다 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임을 깨달았을 겁니다. 어벤져스 모두가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타노스와 붙는다면, 타노스는 패배한다는 이야기를 담는 것입니다.

타노스가 만약 자신이 틀렸고, 대의보다 더 소중한 무언가(가모라)를 지켜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타노스는 자신이 저지른 만행을 다시 되돌리고(타임스톤으로) 자신의 대의를 포기하겠죠.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유일한 경우의 수가 아닐까 합니다.

아 좀더 이해가 가네요^^ 그렇다면 타노스가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가모라를 살릴 수 있는 과거로 시간을 돌리는 결말이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타임스톤을 건내준 것이 아닐까 싶어요. 타노스를 무너트릴 수 있는 사람은 타노스 바로 자신밖에 없기에.

어벤져스 영화를 걍 때려뿌시는 맛에 보는 사람인데..ㅎㅎ
세계관이라는 말부터 다르게 생각해보게 되네요.^^
색다른 시각을 선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너무 쓰잘데기없이 많은 생각을 한거죠 ㅋㅋㅋ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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