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나는 하늘을 보며 문득 죽음을 떠올렸다. @Redsign

in #kr9 years ago (edited)

안녕, 친구. 너는 지금 뭘 하고 있어? 나는 널 만나러 가는 길이야.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반에서 6시로 달려가고 있어. 나를 태운 버스가 달캉달캉 흔들려. 그 안에 탄 내 마음도 달캉달캉 흔들려. 나는 그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어. 구름이 엷게 펼쳐져서 마치 얇게 저며낸 회처럼, 또는 잘게 찢어낸 휴지조각처럼 보여. 저 너머에 해가 떠오르고 있나봐. 푸른 하늘에 주홍빛 하늘이 물들어 가고 있어. 신기해.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 그러면서도 대체, 어떻게 저렇게 슬프게 빛날 수가 있는지.

친구, 그거 알아? 나는 하늘을 보면 언제나 죽음이 떠올라.

어디서 들어본 말이지? 아마 그 생각이 맞을 거야.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웹툰에서 나온 말이야. 아, 표절 같은 건 아니야. 아닐거라고 생각해줘. 그 사람의 눈에 보인 하늘과 내 눈에 보인 하늘은 분명 다른 죽음을 그리고 있었을 테니.

하늘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 걸까?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봤어. 생각해보면 굉장히 쉬운 말이야. 지구는 둥그니까 하늘도 또한 둥글겠지. 그러니까 시작 또한 끝과 같겠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테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보통 그런 걸 생각하는 사람은 잘 없거든. 감각이 예민해질만큼 예민해져서는 한 마디에 눈물을 그렁하게 매달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슬픔은 그 사람의 감각을 좀 더 민감하게 자극하고, 좀 더 날카로워지도록 날을 갈거든. 떨어지는 비 한 방울에도 제 인생을 그릴 수 있어. 길 위의 남겨진 벤치 하나에도 제 기억을 쏟아낼 수 있어. 지나가는 한숨 하나에도 제 목을 매달 수 있어. 하늘은 그런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시작되는 거야. 하늘은 그 마음 위에서 끝나는 거야.

그런 이들에게 하늘은 죽음이고 시작이야. 알파와 오메가 같은 건 아니야. 그런 성스럽고 부담스러운 건 그들의 개인적이고 가련한 슬픔에는 어울리지 않아. 그런 배려 넘치는 무례함은 오히려 이쪽에서 사양이야. 그 보다는 차라리 무심하게 파란 하늘이 어울려. 손에 닿지도 않게 저 멀리에서 떠올라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주제에, 차갑고 따뜻하게, 역겹고 향기롭게 내 뺨을 부빌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 하늘. 하늘은 언제나 우리의 옆에 있어. 우리를 안고 있어. 나를 누르고 있어. 내 눈물을 지켜보았어. 내 눈물을 말려주었어. 내 곁에 아무도 없다 생각했을 때 내 곁에 있었고, 돌아보았을 땐 저 멀리 무심히 떠올랐어.

하늘은 감정들을 몰고 와. 차가운 바람 하나에 쓸쓸함을, 뜨거운 바람 하나에 분노를, 향기로운 바람 하나에 기쁨을.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하늘이 미워. 내가 가진 모든 슬픔을 하늘이 몰고온 건지도 모르니까. 내가 느낄 행복들을 바람이 다 빼앗아 간 건지도 모르니까. 그러다보면 하늘이 내가 죽기를 원할 때는 온갖 슬픔들과 분노들과 절망들과 괴로움들을 모두 때려부어 나를 무너뜨릴 지도 몰라. 그렇게 나를 몰아가다 내가 죽고난 뒤 그 죽음을 저 무심히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지도 몰라.

그런데, 친구 그럼 있잖아. 나를 하늘이 데려가려는건 저 하늘 너머에 나를 원하는 누군가가 있어 그런 건 아닐까? 그는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던 나를 누군가는 사랑해, 나를 만나기를 원하는 거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나를 위해서 하늘은 마지막 배려를 베푸는거야. 그렇게 힘들어 하지 말고 이젠 쉬라고. 너를 정말로 사랑해줄 누군가의 곁에서 이젠 편히 웃으라고, 말이야. 신기한 일이야. 그 어떤 것들보다 가장 무심한 위치에 서 있는 주제에 왜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걸까. 눈물의 냄새를 맡은 걸까? 내가 수없이 마음으로 내질렀던 비명을 들은 걸까? 아무도 몰랐던 건데. 모르게 했던 건데. 그걸 어떻게...?

하늘이 나를 보고 있어.
아, 눈이 마주쳤어.
내 감정을, 이 마음을 그가 눈치챈 것 같아.
하늘이 눈물빛으로 물들어 가.
왜일까.
슬픔이 마음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어.

친구, 버스가 네가 있는 곳에 가까워지고 있어. 이제 슬슬 교통카드를 꺼내고 일어나야 되겠어. 약속한 시간보다 늦은 것 같아 미안해. 하지만 오늘만 봐줘. 오랜만에 너무나도 예쁜 하늘이었거든. 너무나도 슬픈 하늘이었거든. 그러다보니 담소를 좀 나누다 늦었어. 손을 잡아끄는걸 뿌리치느라 좀 늦었어. 조금만 기다려. 곧 너를 만나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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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사인님의 하늘에 대한 글을 보며 저와 어쩜 저렇게 비슷할까 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이 석양으로 물들고 있으면 하늘로 추락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너무나 슬퍼지고, 외롭게 느껴지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언제나 곁에 있는 주제에 슬플 땐 파랗게 나를 모르는 척 하고 너무 힘들어서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땐 옆에 와서 토닥여 주는 하늘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어서.

-지나가는 한숨 하나에도 제 목을 매달 수 있어

이 문장이 저를 괴롭히네요. 세상에 쓸데없이 민감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하늘 너머에 레드사인님을 사랑해 줄 사람이 있는 건 아닐거에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레드사인님을 아껴주고 외로움을 덜어줄 사람을 만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글이 상당히 왔다갔다하게 써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ㅠㅠ 저랑 생각이 같은 분을 만나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lekang님도 분명 lekang님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줄 사람이 나타날 거에요!

소통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광장히 섬세하신 분인가봐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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