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소음 @Redsign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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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음악이 종이 위로 통통 떨어져 같이 춤이라도 추겠다는듯 볼펜 끝을 졸졸 따라다니며 스텝을 밟는다. 그걸 바라보는 것이 여간 즐겁지 않아 기분좋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정도가 딱 좋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리듬 하나하나가, 가사 한 줄 또 한 줄이 내 머리 속으로 미끄럼틀을 타듯 들어와 자기들끼리 막 노닐었다. 그러다 자리에 하나 둘 모여 앉아 동그란 눈을 꾹 감고는 자기 얘기를 하나 둘 늘어놓았다. 가사와 어울리든 멜로디와 어울리든 아니면 그 어떤 것과도 어울리지 않든 그것은 나에게, 그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그것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그림이 중요할 뿐.

카페의 음악이 사람들의 수다소리와 함께 카페의 공기를 둥둥 울렸다. 나의 이야기들은 대게 크고 작은 소음들 속에서 시작된다. 너무 조용하면 집중이 흐려지고, 너무 시끄러우면 도리어 기분이 나쁘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음표처럼 기분 좋게 리듬 위로 올라타는 딱 이정도가 적당하다.

지금보다 어렸던 중학생, 고등학생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랬다. 도서관에선 집중을 못하고 집에서는 누워있고, 카페를 가면 그때서야 집중해서 공부를 하는 학생. 그러다 너무 시끄러워지면 짜증을 내면서 가방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와 공부보단 잠부터 자는 그런 학생.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감각이 싫었던 걸까. 그렇다고 아예 군중 속에 둘러쌓여 있는 건 또 싫었던 걸까. - 나에게 친밀하게 대해줄 단 몇 사람만 존재하는 게 가장 적당하다고 마음 편하게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뭐, 사실 다 어이 없는 소리일 수도 있다. 적당한 소음은 무언가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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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재밌네요^^ 낮선감각이느껴집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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