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우리 부모님도 설득하지 못하는가? (1)
설연휴가 끝나갑니다. 그리고 지방선거는 4개월이 안 남았지요. 평소에 SNS를 통해 접하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이들을 지지하는 친척들을 연휴기간에 만나셨을 겁니다. 그래서 고구마 만개씩 드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해봐도 안된다는 사실을 몇 년에 걸쳐서 경험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왜 이럴까요? 이건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사실들
1>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선거운동의 단계까지 참여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잘못된 정책을 펼쳐서 집회와 시위를 한 것이니 당연한 귀결입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누구를, 특정 정당을 찍는다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세계관이라니 어려우신가요?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특정 브랜드 상품을 선호하는 이들은 그 브랜드가 얼마나 나쁜 기업인지에 대한 세간의 평에 영향받지 않습니다. 특정 정당, 특정 후보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특정 브랜드 지지자들입니다.
2> 보수, 혹은 진보정당 지지를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하는 이들도 역시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편익’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서 투표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그 분들은 당원인 경우도 많습니다.
2015년 11월 13일 뉴욕타임즈에 실렸던 The Key of Political Persuasion(정치적 설득의 열쇠)라는 제목의 기사에선 다른 정당 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자들은 8~9% 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15/11/15/opinion/sunday/the-key-to-political-persuasion.html 한글 번역본은 여기를 보시면 됩니다. http://newspeppermint.com/2015/12/03/key-to-political-persuasion/
정치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이는 영업왕(?)들은 상대방이 가진 가치가 무엇인지 감지한 다음 그 사람의 가치관에 기반한 설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건 상당히 오래 갈고 닦아야 접근할 수 있는 경지죠.
3> 기본적으로 영업사원들은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 더불어 자신의 이미지가 자신이 파는 상품의 이미지라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영업왕들이 항상 잘 다려진 정장과 반짝 반짝 빛나는 구두, 깔끔하게 정돈된 외모와 머리, 그리고 적당한 향수를 이들이 활용하는 것은 그 이미지가 자신이 파는 상품의 이미지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업왕 중 상당수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합니다. 그가 선행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적인 신뢰까지 추가되는 요인이거든요. 만약 지인에게 이런 모습을 평소에 보여주고 있었다면 영업의 여지가 있습니다. 나의 직업이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항상 받고 있으면 설득의 힘은 더 커집니다.
사실 가족에게 표 영업이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이유들 때문입니다. 가족이야 말로 늘어져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이거든요.
4> 여기서 기억해야 할 숫자가 두 개 있습니다. 2 & 32.
경쟁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었던 지인에게 영업해서 한 표를 성사시켰다면 그 한 표는 사실 두 표가 생긴 겁니다. 상대 후보는 한 표를 잃었고 당신이 지지하는 후보는 한 표를 추가로 얻었기 때문이죠.
반면 특정 브랜드 지지자와 논쟁을 벌이면 그 순간에 32표는 잃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에 실망한 경우 평균적으로 16명에게 악평을 전하거든요. 선거는 누구에게 갈 수 있었던 표가 다른 사람에게 이동하기 때문에 항상 곱하기 2를 해야 합니다. 즉 경쟁 후보 지지자와 술 마시면서 논쟁하면 당신은 최소한 32표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5> 그러므로 정치 활동을 처음 하는, 선거운동을 처음하는 이들이 해볼 수 있는 영업 상대는 평소에 특정 정당 지지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한정됩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어떤 사실을 몰라서 누구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스윙보터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한민국의 주요 정당이 기본 철학으로 내세우는 세계관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일 뿐, 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가 주는 보상에 대해선 아주 관심이 높습니다. 또한 이들은 새로운 정치 정보를 수집하여 적극적으로 투표 결정을 내리는 유권자들이기도 합니다.
즉, 이들은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류 정당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만족시키지 않기 때문에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이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을 주는가에 따라 투표하는 이들 입니다.
지지자 커뮤니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실을 알려줘서 표를 얻었다”고 하는 게시물들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종교적 간증일 뿐이에요. 사실만 알려주는 것으로 초보자가 표 영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6> 그럼 정치 덕질에 처음 입문한 당신이 선거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요? 아닙니다. 있습니다. 지지자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보다 아주 많이 작을 뿐입니다. 가이드는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