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하기 - 출판계약에 대해서(4)

in #kr7 years ago (edited)

10여 년 전부터 출판계약서에 새롭게 등장한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전자책입니다.
요즘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같이 펴내기에 전자책에 대한 수익배분도 기재되어야 하죠. 어떤 출판사는 전자책 수익도 종이책처럼 20퍼센트만 주겠다고 합니다. 종이책 인세가 10퍼센트니 2배 주겠다는 거죠. ^^

어떤 곳은 5대 5로 나누자고 합니다. 전자책 수익배분이 사실 애매합니다. 전자책은 펴내는 데 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종이책 만들 때 표지 그대로 갖다 쓰면 되고 전자책 코딩하는 건 정말 쉬워서(앱북 같이 복잡한 것이 아닌 한) 10만 원만 줘도 사람들이 만들어줄 겁니다. 저 같은 경우도 그냥 책보고 직접 전자책 파일을 만듭니다. Sigil이란 에디터로 만들죠. 익숙지 않은 분들에겐 힘들겠지만 매우 쉽습니다.

전자책 파일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에다 그냥 올리면 됩니다. 그런데 80퍼센트를 갖겠다는 곳부터 50퍼센트를 갖겠다고 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5대 5로 계약을 하는데, 사실 맘대로 된다면 종이책만 출간하고 전자책은 내가 직접 하겠다는 식이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응하지 않겠지요. ^^

전자책은 판매하는 유통사에서 30퍼센트의 이익을 가져갑니다. 전자도서관 같은 곳에 판매하면 50퍼센트가 수익으로 돌아옵니다. 50~70퍼센트 이익에서 5대 5 내지는 인세처럼 몇 퍼센트 지급받는 겁니다. 5대 5로 하는 게 신인으로선 최선일 것 같습니다.

한때 전자책으로 인해서 종이책이 망하는 게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만 전자책 매출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에선 전자책에 대해서 그닥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종이책 출간에 따른 부수적인 수입 정도로 여기죠.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신이 직접 전자책을 팔아도 됩니다. 전자책을 팔기 위해선 출판사를 설립(신고만 하면 됨)하고 통신판매업 신고만 하면 됩니다. 이후엔 리디북스, 예스24, 교보문고 같은 곳과 계약을 하고 파일을 주면 판매가 됩니다. 매우 쉽습니다. 다만 네이버 같은 슈퍼‘갑’ 포털이 운영하는 원스토어 같은 곳은 안 받아줍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아서 거부하죠.

그 외 계약조건은 별로 중요한 게 없습니다. 표절에 관한 거나 분쟁조정에 관한 것들이 들어가죠.

마지막으로 책의 가격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요즘 책 한 권에 보통 만오천 원이라고 가정하면, 책 자체의 원가는 대체로 천오백 원에서 이천 원 정도 계산하면 됩니다. 물론 천차만별이라 종이를 어떤 걸로 하느냐, 몇 페이지 분량이냐, 표지는 코팅이냐 아니냐, 하드커버냐 아니냐, 금박은박 같은 효과를 넣느냐 마느냐 등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만 대체로 저 정도 선입니다. 하드커버(양장)를 하면 천 원 정도 더 비싸집니다. 그래서 양장본 정가가 비쌉니다. ^^

그럼 저 책을 온라인 대형서점이나 서점에 얼마에 주느냐 하면, 대체로 60퍼센트 가격에 줍니다. 만오천 원 정가 책이면 9천 원에 주는 거죠. 학술서 같은 거나 매우 적은 부수가 팔리는 책들은 70퍼센트 이상으로 가격이 높아집니다. 이런 책은 매우 적습니다.

서점은 9천 원에 받아서 10프로 할인에 5프로 마일리지 할인을 해줍니다. 40퍼센트에서 15퍼센트를 빼면 25퍼센트를 남기는 거죠.

출판사는 정가의 60퍼센트 중에서 저자에게 인세 10퍼센트 지급하고 남은 50퍼센트 중에서 이익을 내야합니다. 50퍼센트 중에서 책 자체 원가 2천 원 정도 제하면 5천5백 원 정도 남네요. 그 중에서 직원들 월급, 사무실 비용, 임대비, 창고 비용 등등을 제하면 순이익이 됩니다. 출판사에선 이 이익을 10퍼센트라고 대외적으론 이야기합니다만 전 두 배는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책이란 상품이 재미있는 게 처음 1쇄 찍기까지는 비용이 꽤 듭니다. 하지만 2쇄부터는 거의 들지 않습니다. 2쇄를 찍든 100쇄를 찍든, 1쇄 이후부터는 인쇄비와 재료비 같은 것만 들죠. 그때부터는 50퍼센트 정가 중에서 대부분이 이익으로 남는 겁니다. 그러니 책 하나 대박 나면 엄청난 겁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는 꾸준히 출판사를 먹여살립니다. ^^

자비출판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하는 거죠.
요즘은 몇 십 부만 제작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컴퓨터로 디자인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출력해서 책으로 만들어주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편집디자인과 교정 등의 과정을 다 준비해 와야 하죠. 인디자인이나 쿽 익스프레스 같은 편집프로그램 파일을 가지고 가면 바로 제작해줍니다. 그것도 비용을 들여서 사람 고용하면 됩니다만 매우 비싸집니다. 교정 비용 몇 백만 원 달라고 하고요(3백 달라고 하고 그러더군요. 이런 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알바처럼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만 천차만별입니다.). 표지 제작도 몇 십만 원은 줘야 하고 정말 좋게 하려면 백 단위가 넘어갑니다.

예전에 대충 계산해보니, 서점에서 파는 책 한 권 가격이 들더군요. 출판사에서 2천 원 정도 자체 비용(직원 인건비 등은 제외하고)이 드는데, 자비출판을 하면 권 당 만 원 가까이 들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자비출판을 해서 직접 서점에 뿌리고 판매할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습니다. 다만 몇 권만 제작해서 지인이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단가는 출판사에서 1쇄 2천 부 찍는 것보다 훨씬 많이 듭니다. 몇 배로 들죠.

1인 출판이나 그 외 출판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책공장’인가 ‘꿈꾸는 책공장’인가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셔서 살펴보시면 많은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이제 출판계약에 대해서 할 이야긴 다 한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신)동네 서점은 60퍼센트 가격에 공급받지 못합니다. 동네 작은 규모 서점은 총판이라고 도매업체에서 공급해주고 배달해주기 때문에 훨씬 비싼 가격에 공급받습니다. 영세한 규모니 할인해줄 수 있는 여력도 얼마 안 되지요.

책 출간하기 – 투고에 대해서
https://steemit.com/publishing/@raindew/6xg1yv

책 출간하기 – 출판계약에 대해서(1)
https://steemit.com/kr/@raindew/1

책 출간하기 – 출판계약에 대해서(2)
https://steemit.com/kr/@raindew/5mvhjj-2

책 출간하기 – 출판계약에 대해서(3), 2차 저작권
https://steemit.com/kr/@raindew/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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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 출판을 해보고 싶어서 알아보고 있던 저에게 정말 유용한 정보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 팔로우 했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 ^^

글을 잘 써서 출판사에 내는 게 더 나아 보이는군요 흑흑

뜻하는 바, 이루시기 바랍니다.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팔로우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했습니다~^^

잘봤습니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정보라 정말 재미있네요^^ 우리나라 대형출판사 사장 중 한분이 제가 다니던 학교에 한 학기 동안 특강 오셔서 책만들기 과제도 했었는데 수익배분 대해선 얘기 안해주셨거든요ㅋㅋ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전체 책값에서 서점이 가져가는 비율이 좀 높은거같아요. 오히려 저자가 25%를 가져가야하는거 아닌지.. 출판사야 어떤 책을 출간할지에 대한 리스크라도 있을텐데 서점이 25%면 높은거같아요..이런 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가까이서 보면 다를까요?

얼마 전에 문학동네에서 공급율을 60퍼센트에서 65퍼센트, 일부 책은 63퍼센트인가로 올리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러자 총판(전국 군소서점에 책을 배부하고 공급하는 도매업체)과 대형 서점들이 반발해서 난리를 쳤습니다. 결국 문학동네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
도서정가제 하기 전에는 구간에 대해서는 서점이 10프로 할인에 마일리지 10프로 줬고 더 많이 할인도 가능했었습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 때문에 이젠 안 되지요. 저도 서점이 25퍼센트 먹는 건 폭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쪽도 워낙 요즘은 책이 안 팔리고 대부분 온라인서점에서 구매하는 추세라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게 갈수록 힘든 현실입니다. 이에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가격 정책이 달라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디나 그렇지만 창작자는 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도 유통사가 40퍼센트나 가져가고 전자책도 30퍼센트 가져가고... 사실 창작자에 대한 대우가 박한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그림책관련해서 출판을 계획하고 있기에(먼 얘기지만..ㅋ)
아주 흥미롭게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어제 출판계약하면서 저자에게 판매할때 70%로 했는데 @raindew 님 에서 60프로 라고 봤던 글이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여러군데랑 미팅해봤는데 상당히 인지도 있는 작가가 아니라면 인세 10%는 엄청 힘들것같더라구요.
전 조건에 대해서 강하게 주장하진 않았지만....아무튼 장르에 따라서 다르다고 봐야 되는건가요?

어떤 출판사인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60프로라고 했던 건,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이 60프로이기 때문이죠. 즉 70프로라고 하는 건, 그 출판사가 서점에 70프로로 공급하는 게 아닌 이상 저자에게도 10퍼센트 남겨먹겠다는 소리입니다. 결국 인세가 0인 셈이지요.
장르는 굳이 관계없습니다. 소설이냐 비소설이냐 하는 차이만 있습니다. 학술서 같은 것, 자기계발서 같은 거랑 소설, 문학류만 다르고 나머지는 다 같습니다.
원래 인세 10프로 입니다. 더 낮게 하겠다는 건 출판사 입장에서 힘드니까 아무래도 더 깎는 것이지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인세가 조금 낮은 대신 홍보나 영업에 아주 힘써줘서 많이 팔리면 그게 나을 수도 있고요. 인세가 10프로라고 해도 방관하는 식이어서 별로 안 팔리면 더 수입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인세가 낮다고 더 신경쓰지는 않을 거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요. 잘 팔리면 다음에 올려받으시면 됩니다. ^^ 앞글에 언급했듯이 인세는 크게 차이는 없으니까요. 다만 그 작은 인세 지급도 옳게 안 하는 곳이 많답니다. >.<;;
3달 뒤에 지급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준다준다 하면서 안 주는 곳도 있고.... 몇 년 뒤에 한 번 주기도 하고... 아주 엉망이죠. ㅎ 암튼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

친절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출판사들이 먼저 자기네들은 인세 절대 안밀리고 때되면 철저히 지급한다면서 강조를 하더군요 ㅎㅎ 그런데 정작계약한곳은 그런소리가 없어서 ㅋㅋ

그리고 혹시 출판사들의 랭킹이 나와있는 사이트나 정보를 알 수 있는 곳도 있나요? 제가 만났던 곳들이나 계약한곳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하네요..

출판사들 매출 순위가 나와있는 글을 본 적 있는데, 모르겠네요. 검색 한 번 해보세요. 주가 관련 정보가 있을 것 같네요. 재무재표 같은 것... ^^

평소 매우 궁금했던 부분을 잘 정리해 주셨군요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사실 기존 출판사 시장은 뚫는 게 힘들 거 같아서, 그리고 자가출판도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차라리 전자책을 내는 게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초기 출판비용이 더 적을테니까요. 근데 한국에선 전자책 시장이 작은가보군요.

네. 아직까진 작습니다만 얼마나 성장할지 알 수 없죠. 가벼운 책들은 전자책으로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통계수치를 제시하지 못해서 아쉽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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