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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100%) De Profundis (3)

in #kr5 years ago

[49E] 내가 좋아하는 단테 때문에 그렇게 일컫곤 하는 이 새로운 삶은 전혀 새로운 삶이 아니며, 지난 발전과 진화를 거쳐 단순히 지속되는 지난 삶의 연장이다. 옥스퍼드에 있을 때 친구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내가 학위를 따기 전 해인 어느 아침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들린의 어느 좁은 길을 걷고 있었다. 나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고 싶다고, 영혼의 열정을 갖고 세계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세계로 나가서 살았다. 내 유일한 실수는 햇살이 비치는 것 같은 정원 쪽의 나무들에만 관심을 갖고, 그늘과 어둠이 진 다른 쪽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실패, 치욕, 가난, 슬픔, 절망, 고통, 심지어 눈물과 고통 속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부서진 말들, 가시덤불 위를 걷게 하는 회한, 정죄하는 양심, 자신을 처벌하는 자기비하, 머리에 재를 뒤집어 쓰게 하는 비참함, 넝마 옷을 입게 하고, 자신의 음료에 쓸개즙을 타 마시게 하는 고뇌들, 모두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다. 내가 그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차례로 맛봐야 했고, 그것들을 먹어야 했으며, 실제로 한 계절 동안 오직 그것들만을 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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