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800달러짜리 아이폰의 행동 경제학 - 앵커링 효과

in #kr6 years ago



256GB짜리 최신 아이폰이 1,800달러에 사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돈을 주고 살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애플은 왜 이렇게 고가 정책을 펴는 걸까요? 답은 행동 경제학에 있습니다.

애플 같은 기업은 고가 정책을 통해 최고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최신 기기를 소유한다는 걸 중시하는 이들은 기꺼이 1,800달러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이 가격이 "앵커"로 고정되어, 최신 휴대전화니까 그런가 보네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가격을 인하하면, 인하된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애플의 전략은 일단 최고가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이들에게 아이폰을 팔고나서, 이를 빌미로 점차 가격을 인하하면서 나머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비용과 편익

1,800달러라는 가격표가 붙은 스마트폰을 보고 흠칫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밑에 깔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기 그렇습니다.



경제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 사람의 행동은 지금 스마트 폰을 다른 스마트 폰으로 대체할 때 생기는 비용과 편익을 마음속으로 비교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경제 용어로 설명하자면, 기꺼이 1,800달러나 주고 살 마음이 없다는 것은 새 스마트 폰으로 바꿀 경우의 "한계 효용"(효용성 또는 만족도 증가)이 기존 스마트 폰의 한계 효용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일단 가격이 인하되기 시작하면, 비용-편익 분석도 변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새 스마트 폰의 한계 효용이 기존 것보다 커지게 될 것이고, 이 때 애플은 저렴한 가격으로 스마트 폰을 사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도 애플 스토어 밖에서 캠핑을 하면서까지 새 스마트 폰을 사려는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허버트 사이먼과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이 항상 장점과 단점을 "합리적으로" 비교하면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피터 얼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은 규칙을 따르고, 감정에 반응하며,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기만의 정체성이 시키는 대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감정에 호소하는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경험하게 됩니다. 해리 포터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침 일찍부터 극장 앞은 장사진을 이루곤 했습니다. 또한 최신 스타워즈가 개봉하기 며칠 전부터 팬들은 영화 티켓을 받기 위해 줄을 늘어섰습니다.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정서와 관계가 있으며, 정체성의 일부이고, 비용과 편익을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잡스 숭배" 현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 스토어 밖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선주문이 시작되는 순간에 지갑을 열고 1,800달러를 꺼내는 사람들에게는 가격은 무의미 합니다.

이들은 대체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살 만하니까 신제품을 산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앵커링

때문에 애플은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높은 가격을 매깁니다. 하지만 안사고 버티던 이들까지 아주 높은 가격에 최신 스마트 폰을 갖게 되면 다음 정책은 뭘까요? 대체 가능성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들에게 관심을 돌립니다.

이 때 애플은 텔스트라, 옵투스 및 보다폰 같은 통신 업체에게 약정으로 스마트 폰을 팔 수 있게 하고, 실제 스마트 폰 가격도 인하되기 시작하며, 애플은 차세대 제품 출시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런 추세가 있다는 점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더 들춰볼 필요가 있겠지만, 가격 이력과 세계 각지의 평균 판매 가격을 통해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가격이 크게 낮아지게 되고, 마지막 남은 이들까지도 살만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경제학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애플 및 비슷한 기업들은 심리학과 행동 경제학에서 잘 알려진 현상인 앵커링(anchoring) 효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애플은 제품 출시 초기에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해당 제품 가치와 지불 의사를 그 가격에 앵커링, 즉 고정시켜 놓습니다.

스마트 폰 가격이 1,500달러 또는 1,300달러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사람이라도, 1,800달러짜리 스마트 폰과 비교해 보면 이 두 가격이 더 매력적이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특히, 1,500달러를 선불이 아니라 매월 나눠서 내는 약정으로 살 수 있다면 더 그렇게 됩니다.

로버트 프랭크가 설명하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버닝스 같은 공구점이 바비큐 그릴에 쓸데없는 기능을 부가해서 5천 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표를 붙이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가게 앞에 진열해 놓는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도 그 바비큐 그릴을 사려고 하진 않겠지만, 이 가격을 본 다음 마음이 고정되고 나면, 그 뒤쪽에 있는 싼 제품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앵커링 효과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앵커링 효과는 전체 아이폰 라인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놓습니다. 현재 표준 아이폰 7은 애플에서 직접 구입하면 849달러이며, 아이폰 6s는 699달러입니다. 약정으로 구입한다면 더 저렴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모델들 가운데, 최신 스마트 폰 대신 그 전 버전으로 살 가능성이 커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폰 6과 7에 대한 생각은 이미 아이폰 8의 가격에 의해 짜 맞춰진 것입니다. 즉, 아이폰 8 가격이 너무 비싸잖아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폰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요컨대, 기업은 대체한다는 생각에 이끌리지 않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들에게 신제품 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 제품을 높은 가격에 팔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용과 편익으로 제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이들에게는 앵커링 효과를 이용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전략입니다. 교활하면서도 영리한 전략입니다. 우리는 기업들의 이러한 전략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런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피해 나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광고가 우리를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여전히 거기에 넘어가 자동차, 컴퓨터 및 기타 소비 제품을 구매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의 방어 수단으로 우리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렇게 되면, 최신 스마트 폰을 그렇게 비싼 가격이 살 필요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게 됩니다.

대니엘 카너먼의 말을 빌자면,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의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음의 합리적인 면이 조급하고, 단순하며, 규칙적인 면을 억누를 수 있게 됩니다.

<출처: The Conversation, "The behavioural economics of an A$1,800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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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도 그렇지만 요즘은 구매 시기나 경로에 따라 가격들을 다르게 붙이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너무 많아서 이게 기업 전략인 건가 아니면 내가 속고 있는 건가 싶은 것들이 많네요. 대학원 다닐때 행동경제학 전공 교수님과 고전경제학 전공 교수님이 의료 경제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행동경제학과 마케팅 기법은 이야기를 들을 수록 신기하네요
안다고 생각해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안하려고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진짜 ㅎㅎ

그러고보니 주위에아이폰 산사람 대부분 비슷한경험이있는듯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아이폰은 정말 끊을 수 없어요 ㅠㅠ @홍보해

@pius.pius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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