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미스터리 소설]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모리 히로시)

in kr •  2 years ago 

왜 그곳에서, 그런 위험한 장소에서 살인이 일어나야 했을까?
어째서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이 아닌가? 아마 세밀한 계획과 상세한 검토가 있었을 텐데, 무슨 이유로 그 장소가 선택됐을까? 장소 선정의 동기는 무엇인가?
그 같은 상황에 무엇을 호소하는 효과가 있는 걸까.
'게다가 왜 밀실이 필요했던 거지?' (210p. 사이카와의 독백)

밀실살인은 추리장르하면 흔히 쓰이는 클리셰이다.

밀실에 대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느 책에서는 7가지 경우로 분류하기도 하고, 추리 어드벤쳐 게임인 '단간론파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에서 여자 주인공은 4가지 정도로 분류했었다.

이런 류의 분류는 대개 살해된 시점과 밀실이 만들어진 시점의 차이나, 범인의 살해 방식등에 따라서 다양한 밀실살인의 형태로 분류되곤 한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부터 알 수 있듯,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실험실이라는 밀실이다.



줄거리

N대학 공학부 극지환경 연구센터의 저온 실험실을 찾은 사이카와 조교수와 니시노소노 모에.

기쿠마 교수 지휘아래 남녀 대학원생이 저온 실험실에서 사이카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을 마치고 저온 실험실에 붙어 있는 준비실과 반입실에서 각각 사체로 발견되었는데...


이 작품은 모리 히로시의 S&M 시리즈 중 두번째 작품이다. 여기에서도 사이카와 조교수와 니시노소노 두 캐릭터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니시노소노'는 보통의 정통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캐릭터이다. S&M 시리즈 전반에 걸친 작중 묘사에 따르면, 집사가 있는 금수저 집안에, 머리도 타고나고, 엄청난 미모를 자랑한다. 사이카와는 금수저도 아니고 엄청난 외모도 아니지만, 두뇌회전은 니시노소노를 뛰어넘는 정도이다.

이번 책에서 역시 이과적인 소재를 가져온다. 건축과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다. 다음은 기쿠마 교수의 실험에 대해 니시노소노에게 설명하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실험을 하는 건가요?" 모에는 그제야 이 질문을 가장 먼저 해야 했음을 깨달았다.

"흐음." 시모야나기는 점점 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실물의 동작을 시뮬레이트할 수 있는 논리 모델을 만든다." 사이카와가 대신 대답했다. "그 모델이 이상적인 환경이라면 실물로도 재현된다는 걸 실험으로 증명하는 거야. 간단한 경계조건하에서 해석 모델을 서포트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면 실물을 설계할 때 그 해석 모델이 도움이 되지. 음, 이건 너무 낙관적인 말인가. 조금은 안심할 수 있다...... 아니 안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도겠지."

"얼음 바다에 띄우는 플랫폼 설계 말인가요?" 모에가 물었다.

"응, 정확하게는......" 사이카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 바다에 띄울지도 모르는 플랫폼, 이겠지만."

나는 건축을 공부해본 적이 없지만 실재로 연구소에서 진짜로 이런 류의 실험을 하는 건가... 여러모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위의 사이카와의 대답이 (그나마) 단정짓는 어투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식의 표현으로 고치는 부분은 '참으로 이과스러운 말이구나' 생각이 들게 한다. 대체로 이런 류의 이과풍(?)의 소재와대화, 분위기는 모리 히로시의 시리즈의 빠져들게 한다.

실험을 실제로 진행하는 장면은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던 것같다. 이과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이런 부분은 약간은 이해하기 쉽게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이카와가 밀실살인의 진실을 밝히고 모두에게 설명을 해주는 장면은 역시나 교수답게 설명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이카와는 상황을 되돌아보며 가설을 세우고 하나하나 천천히 되짚어가며 해설해 나간다.

"지금 그 가설에 도달하는 길을 설명하는 겁니다." 사이카와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하셨죠?"
"하아, 뭐 그렇습니다만......" 형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교수에게 한번이라도 의견을 물으면 필연적으로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을 그는 몰랐던 것이리라.

형사와 사이카와 교수의 대화장면이다. 작가 본인이 공학부 조교수였던 것이 작품 곳곳에 잘 스며들었다는 생각이 들게한 대목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이 아닌가 싶다.

가장 중요한 밀실살인의 반전. 나는 범인은 어느정도 짐직할 수 있었지만 HOW와 WHY에 대해 답하지 못했다. 아마 이 작품을 읽으신 대부분 마찬가지 였으리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이공계적인 소재들이 전 작품에 이어 여전히 인상적인 작품이고, 이 작가의 시리즈로 미스터리에 빠져든 것은 참으로 행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 작가의 다른 시리즈는 안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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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시리즈가 완결까지 번역이 나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ㅋㅋㅋ 너무 늦게 한국에 번역된 것 같긴 합니다 ㅠㅠ 저는 작년에 마지막 권인 [유한과 극소의 빵]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입니다만, 작품에 "컴퓨터는 아직 인간을 바둑으로 이길 수 없다" 운운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참 번역되어 나오는게 오래 걸렸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작품이 나온 시기가 시기인 만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더라고요 ㅋㅋ 플로피 디스크가 나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전 '모든 것이 F가 된다' 에서 VR은 개인적으로 VR을 써 본적 없는 저로써는 약간 새롭게 느껴지긴 하네요 ㅋㅋ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앗 밀실살인 너무 무서워요 덜덜덜
건축 실험 흥미로운데요!
저도 다음번에 한번 시도해봐야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