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비공개 미팅

아이가 구내염에 걸렸어요. 아이 엄마가 우는 아이 달래느라 뜬 눈을 지새웠는데 아빠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기력했습니다.

어제 오후 모 메이저 투자배급사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회장님은 몇주 전 썼던 제 기사를 재미있게 읽고선 블록체인과 관련된 얘기를 더 나누고 싶어 저를 불렀다고 했습니다. 영화 산업과 관련된 이런저런 기사들을 써왔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피드백이 온 건 오랜만입니다. 참 신기하다 싶기도 하고, 영화계가 그만큼 블록체인이나 스팀잇에 관심이 많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장님의 넓은 방에서 스튜디오 대표와 셋이서 스팀잇을 포함해 제가 그리고 있는 그림들을 성실하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어제 주고 받은 대화는 자세히 공개할 수 없지만,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어떤 변화가 올지 예상하기 위해 여러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신규 자본이 계속 몰려드는 상황에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겠죠. 물론 어제는 그런 얘기들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평소 그런 고민이 많으시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로서 취재원과 기사화를 전제하고 인터뷰를 하거나 취재하는 것보다 이런 비공개 자리가 더 좋습니다. 당장 기사로 쓸 수 없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더 긴장되고,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더 큰 그림(기사)에서 어제 만남이 어떤 퍼즐로 기능할지 기대하면...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