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버드 이용 후기

in #kr6 years ago

며칠 전 지인들과 함께 2019년 미국 유망 창업 업종 베스트8 기사를 보면서 대화를 나눴던 적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마이크로모빌리티(Micromobility)를 유망 업종으로 꼽으며 전동 스쿠터가 육상 및 대중 교통 수단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파리에서 전통 스쿠터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 기사에 따르면, 버드(Bird)와 라임(Lime) 등, 전동 스쿠터 선두 주자들이 현재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마이크로모빌리티 공유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걸으면서 눈에 띄었던 게 버드와 라임이 길거리 아무데나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저는 버드만 이용했는데 이용 방법이 무척 간편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버드 어플을 깐 뒤 신용카드를 지불 수단으로 등록했어요. 어플을 통해 내 주변에 있는 버드를 검색하고, 그 버드를 찾아 휴대폰 카메라를 열어 버드 손잡이에 달린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버드와 접속할 수 있게 됩니다. 그걸 타고 파리 시내를 누볐습니다.

버드를 직접 사용해보니 대중 교통보다 훨씬 편리했어요. 파리에 도착한 이틀째, 파리 생제르망 시합을 보러 가기 위해 숙소 근처 지하철역에 갔어요. 전철표를 사기 위해 무인 티켓 판매 기계를 이용했는데 현금은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밖에 받지 않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제 신용카드는 아메리칸 익스트레스였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메리카를 싫어해 아메리카노도 마시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처음으로 실감했어요. 전철 표를 파는 창구에 갔더니 역시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받지 않는 건 물론이고, 100유로 짜리 고액 지폐 또한 거스름돈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받지 않더라고요. 난감했습니다. 결국 숙소에 다시 들어가 비상용으로 들고온 마스터 체크 카드를 꺼내 무인 발권 기계에서 결제해 축구 보러 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버드는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과 달랐습니다. 제가 걷는 곳마다 항상 주변에 이용자 없는 버드가 널려있어서 근처 지하철 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어요. 이용 요금도 대중 교통과 똑같이 1.8유로였습니다. 밧데리 상태를 어플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하고요. 무엇보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파리의 교통 문화 덕분에 도로 한복판에서 버드를 이용하는데 전혀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버드나 라임 같은 전동 스쿠터가 한국에서 안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한국에서 전동 스쿠터는 인도에서도 차도에서도 사용하기 불편합니다. 인도는 인도대로 도로 상태가 울퉁불퉁해 스쿠터나 자전거가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차도는 사람보다 차가 먼저인 교통 문화에서 뭘 더 바랄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이 기사를 읽고 파리에서 버드 탔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버드 타느라 정신이 없어 사진도 못 찍은 게 매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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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버드 탔었습니당. 타보고 나서 우리나라 도입은 어렵겠구나 바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느낀 또 하나는 파리는 사람 중심이구나!

네,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자전거보다 훨씬 더 편하고.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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