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in #kr8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Pediatrics 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를 읽고 난 감상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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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올리버 색스 | 알마 | 2016-05-28]

의사를 직업으로 하면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중환자실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혹은 내가 담당하던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처음에 죽음을 접하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시간이 가면 '의사는 신이 아니고,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작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인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타자의 죽음을 접하는 것이지, 나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일 것입니다. 건강하게 살고 있던 내가 갑자기 암을 진단받고 내 인생에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근래 우리에게 죽음과 인생에 대한 화두를 던진 친숙한 인물은 스티븐 잡스입니다. 죽음을 결국 맞닥드리는 우리에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그의 이야기는 사실, 죽음을 바로 앞에 둔 사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고 죽음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의사이면서 따뜻한 글을 남겨 널리 알려진 저자 올리버 색스는 여든살을 맞이하여 자신이 허비한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토로함과 함께 죽음이 임박했을 때까지도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소소하게 표현합니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든 살이 되고서도 스무살 때와 마찬가지로 지독하게 수줍음을 탄다는 것도 아쉽다. 모국어 외에는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게 아쉽고, 응당 그랬어야 했건만 다른 문화들을 좀더 폭넓게 여행하고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중략) 마침내 갈 때가 되면, 프랜시스 크릭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하다가 갔으면 좋겠다.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하던 생각으로 돌아갔다. 몇 주 뒤에 사람들이 그에게 진단이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으면서 들볶자 크릭은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는 가장 창조적인 작업에 여전히 깊이 몰입한 채로 여든여덟 살에 죽었다. - p. 19

흑색종이라는 악성종양으로 9년여간의 투병 후에 그는 암이 간으로 번졌다는 사실, 그리고 인생에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습니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 p. 29

충실한 삶을 산 사람이기에 담담하고 의연하게, 감사함을 표현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나는 죽음을 앞에 두고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책, 「고맙습니다」에 수록된 올리버 색스의 뉴욕 타임즈 기고문 'My Own Life'의 번역문이 NewsPeppermint에 올라와 있습니다. 책을 접하지 못하더라도 올리버 색스의 말년의 글을 접하기를 원하는 분을 위해 연결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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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 번역본이 출간된 유작 <의식으 강>도 재밌게 읽었는데 참 볼 때마다 의사이기 이전에 매력적인 글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amugae님! <의식의 강>은 비교적 신작인데, 벌써 읽으셨군요. 저는 사놓고 아직 책장에 있답니다^^;;

죽기전에 후회할일이라 지금 죽게되면 너무 많은 후회거리들을 남겨두게 되는 군요

@dreamya님, 안녕하세요. 생각없이 살다보면 뒤늦게 후회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올리버 색스의 온더 무브 사 놓고 못 읽고 있네요 마지막 인사 비스무트 이야기가 너무 눈부셔서 샀었더랬죠...

@lekang님 반갑습니다! 올리버 색스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 반갑습니다. 이야기가 눈이 부시다고 하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올리버 색스의 책은 눈에 보이는대로 집어놓고 다 읽지는 못하고 있어요^^

전 When breath becomes air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30대의 앞일 창창하고 유망한 의사가 갑작스레 폐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서의 일기를 얽은 책인데, 많은 걸 생각하게끔 하더라구요. 저의 현재 삶이 투영되어 보이기도 하고.. 이런 책을 읽고 깨닫는 바를 지속적으로 저 스스로에게 remind 해야한다는 다짐을 하게됩니다 :)

@mylifeinseoul 님, 안녕하세요!
글을 보시면 정말로 바쁘게 생활하시는 분 같습니다.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될 때」는 제가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원서로 보신 것 같은데, 한글보다 영어 원문이 좀더 아름답겠죠^^?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었는지 몰랐어요 ! 작년인가.. 미국 반스앤노블에 갔다가 제목만 보고 골라왔거든요. 아무런 기대없이 읽었다가 중간중간에 책을 덮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읽어야했던 기억이 납니다 :)

죽음앞에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없을거 같아요.
아무리 용감한 자라 할지라도 두려움은 있겠죠, 의사라는 직업이 힘들긴 할거 같아요,환자의 죽음을 보게 되었을때 그 마음이 어떨가... 참담할것 같아요.

@sujisyndrome 님, 반갑습니다. 사실 죽음 자체가 두렵다기보다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평온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만한 복이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글 너무 좋은걸요?..ㅎㅎ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될때 읽어볼께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kyunga 님께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으로 올리버 색스란 사람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죽음에 준비한다는 것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 같습니다

@amukae88님, 안녕하세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비해서는 소소한 분량이라서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국어 외에는 다른 언어를 할 줄 모른다는 게 아쉽고, 응당 그랬어야 했건만 다른 문화들을 좀더 폭넓게 여행하고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 이 구절에서 핵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미국있을때 스패니쉬를 배워둔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chipochipo 님, 부럽습니다. 스페인어를 하실 수 있다니요^^ 저는 영어도 헉헉대는데.. 지금도 시작하기에 늙지는 않았지만 참 부럽습니다!

타인의 죽음과 나의 죽음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가끔 죽음을 상상하곤 하는데 그 때마다 생각하는 건 결국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의미있는 삶을 살아내고 싶네요.

@songvely님, 맞는 말씀입니다. 참 어렵네요^^;

저도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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