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에 다녀오다!

in #kr6 years ago (edited)

예브게니 키신 피아노 리사이틀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안드라스 쉬프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참석했습니다. 올해의 4번째 공연이네요. 조성진, 프레디 캠프, 키신, 그리고 안드라스 쉬프.

공연이 열리는 롯데콘서트홀에 들어서서 깜짝 놀란게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입니다. 100여표 정도 빼고 좌석이 다 팔렸으니 꽤나 괜찮은 반응이죠. 한국의 고전음악 시장이 워낙 작기에 티켓이 매진되는 공연자는 정말 드물다고 해야겠죠. 티켓 오픈 1~2분 만에 매진되고 암표가 성행하는, 쇼팽 콩쿨 우승자인 조성진의 공연과 예브게니 키신의 내한 공연의 경우는 정말로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물론 공연에 온 관객 대부분은 느낌상 전공자이거나 고전음악 애호가인 것 같았지만, 좀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음악회를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잠깐 말이 새었지만, 어쨌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왔습니다. 사실 안드라스 쉬프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피아니스트입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마스터 혹은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손에 꼽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바흐 마스터입니다. 글렌 굴드의 음반과 더불어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쉬프의 골드베르크 연주곡집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굉장히 폭넓은 편이었습니다. 바흐,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네 명의 작곡가의 음악을 선보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만.

  • Mendelssohn Fantasy in F# minor Op.28
  • Beethoven Sonata No.24 in F# major Op.78
  • Brahms Eight Klavierstucke op. 76
  • Brahms Seven Fantasies Op.116
  • Bach English Suite No.6 in D minor BWV 811

영어로 현란하게 쓰여있지만 멘델스존 환상곡, 베토벤 소나타 24번, 브람스 8개의 피아노 소품과 7개의 환상곡, 바흐의 영국 조곡입니다.

쿵쾅쾅쾅하면서 흥분하는 느낌의 곡이 없는 레퍼토리인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아름답고 잔잔한 곡으로 이루어진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연장 안이 따뜻하기도 했구요. 저도 사실 살짝 몽롱했는데, 지루해서 그렇다기보다 연주가 너무 아름답고 편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피아노 음악 최고의 경지" 라는 수식어는 너무나 상투적인 미사여구지만, 안드라스 쉬프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대가임이 분명합니다.

사실 피아노를 치다보면 큰 소리를 내고 빠르게 치는 것보다는 작은 소리를 단단하면서도 울림이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손가락 힘을 빼고 건반을 누르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 힘이 없고 맥빠진, 초라한 소리가 나는 것이죠. 그렇다고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 건반을 누르는 속도가 빨라져 강한 소리가 나게 됩니다. 페달을 쓰면 좀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음과 음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져 지저분한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작지만 명확하고, 공간에 울려퍼지는, 그리고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잘 살리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소리. 이걸 그분은 해냅니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연주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앙코르 곡도 다섯곡이나 해주었는데,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를 페달의 거의 쓰지 않고 그렇게 연주하고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또 감동.

관객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60세의 대가를 향한 소녀 부대의 박수와 함성에 연주자도 귀여운 웃음과 작은 손가락 하트로 화답하는 훈훈한 모습에 모두가 미소가 빙긋지었습니다.


연내에 대가의 공연을 두번이나 갔다오게 되다니, 참 기분이 좋습니다. 안드라스 쉬프의 경우 1~2년 간격으로 내한하는 것 같은데, 연세가 연세인지라 앞으로 많이 못 보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이제는 더이상 콘서트 연주를 하지 않아서 음반으로 밖에 접하지 못하는 알프레드 브렌델처럼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좀더 부지런해져야 겠습니다. 물론 돈도 좀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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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습니다.
여기서는 이런 문화 생활 누리기가 많이 어렵네요.ㅠ

사실 피아노를 치다보면 큰 소리를 내고 빠르게 치는 것보다는 작은 소리를 단단하면서도 울림이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역시 피아노도 아주 섬세한 악기이네요! 기타도 비슷합니다.

무대가 넘 예쁘네요~
지방에 살아 안좋은 점은 이런 거장의 연주를 볼 수 없다는 것이죠.

근데 갠적으로 “쿵쾅쿵쾅”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잔잔한 곡이 주 프로그램이었으니.. 저도 눈감고 감상하는 1인 중 하나여ㅛ겠네요..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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