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 - 《모래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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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고전이라고 일컬어야 할지 잘은 정의내리지 못하겠지만, 일단 세계문학전집에 속해있는 작품은 읽을 때마다 좀 벅찬 느낌이 있습니다.

이번에 접한 《모래의 여자》는 강렬하고 진한 빨간색이 눈을 끌었고, 무엇보다 얇은 분량이 '뭔가 좀 해볼만한 책'이라는 인상을 주었길래 한번 도전해보았습니다. 더군다나 인터넷 서점의 서평 또한 칭찬 일색이기에 기대가 컸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한 남자가 어느날 실종됩니다. 평소 생활에 환멸을 느낀 남자는 좋아하는 벌레 채집을 위해 떠나죠. 그는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진 마을에 방문하였으나 마을 사람들의 계략에 빠져 모래 구덩이 속에 빠지게 되고 거기서 한 여자와 동거하게 되면서 흘러내리는 모래로부터 집이 파묻히지 않도록 모래를 계속 파내려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립니다.
노예 같은 생활이 괴로웠던 남자는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어느덧 그 생활에 적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참으로 기이한 내용입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마을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마지막에 이것은 모두 꿈일거라는 결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설이지요.

^{영화로 마을의 모습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1964년에 영화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모래의 여자》의 실종된 남자는 갇혀서 모래를 파내야 하는 상황에서 도피하고자 하지만 결국은 상황을 인정하고 심지어는 바깥 생활과 비교하여 현재의 생활을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반복은 현재를 채색하고, 그 감촉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어차피 바깥 세상이나 이곳이나 쳇바퀴같은 일상은 동일한데 굳이 나갈 필요가 있을까? 이곳에 있는 것이 실상은 더 자유로운 삶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인생과 세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시나 고전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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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모래의 여자
저자: 아베 코보
출판사: 민음사
출간: 200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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