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서버 데이터를... 복구했어요... 헤헤... (부제 : 주마등)

in #kr4 years ago

어제 밤 커뮤니티 STEW 운영진 온라인 회의 중 홈페이지 이야기가 나왔다.

급 들어가서 보여려는데 접속이 안됐다.

하... 얼마 전 서버비가 아까워 EC2 사양을 한 단계 낮췄는데, 그래서 그런가 싶었다.

스카이프 회의 중 인스턴스를 재시작 한다는게, '종료'를 눌렀다.

내 인스턴스는 terminated 됐다.

그동안 내가 모아 둔 데이터가 날아갔다.


나는 앱개발자다.

일 하면서 딱히 서버를 다룰 일이 없었고, 이에 갈증이 있어 리눅스를 혼자 공부했다.

당시 6시 기상해서 바로 씻고 출근하면, 밤 12시 귀가하는 삶을 2년간 지속했다. 내가 일했던 환경은 인터넷이 되지 않았고, 퇴근 후에는 도저히 뭔가를 더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주말도 종종 출근을 했고, 3년차였던 나는 기술적 성장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테스트 용으로 받은 아이패드를 가지고 리눅스 서버를 가지고 놀았다. 아이패드는 훌륭했다. 본사 서버에 접속이 됐고, 나는 워드프레스를 가지고 놀았다.

9.7인치 아이패드는 내게 감사한 도구였다.


그렇게 야매로 몇 달간 틈틈히 리눅스를 가지고 놀았다. 이제 나는 워드프레스 설치는 꽤 능숙하게 했다.

그게 뭐 별거냐 하겠지만, 못하던 것을 하게 됐으니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얼마 뒤 본사에 복귀해 여유가 생겼고, 토이 프로젝트를 하자며 팀원을 꼬셨다. 우리 팀은 모두 앱개발자였고, 나는 '내가 서버 하겠다'며 큰소리 쳤다.

그렇게 만들어진게 내 첫번째 큐레이션 서비스 SWIKI다.


SWIKI는 내게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지루했던 회사 생활에 활력소가 됐다. 얼마나 큰 활력소였냐면, 회사가 가고 싶을 정도였다.

구글 애널리틱스, 애자일, 서버 운영 등. 안드로이드 개발만 했던 내가 다른 일을 해봤다. 왜 이제서야 이런 일을 했나 싶었다.

당시 나는 매일 아침 큐레이션을 했는데, 수작업 큐레이션을 무려 1년간 지속했다. 나는 꾸준히 하는걸 잘 못하는 편인데, 새벽에 일어나 2시간씩 큐레이션 하는 것을 보며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였다.

내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다.

당시 SWIKI 의 개발기는 내 블로그에 잘 정리해뒀다.
http://ohseyong.com/?cat=4

SWIKI를 약 1년간 운영한 뒤, 나는 퇴사했다.

SWIKI가 첫번째 사이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나는 주말을 이용해 꾸준히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었다.

꽤 자주 만나며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세 팀 정도였고, 흐지부지 된 것들은 더 많았다.

그 중 SWIKI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확신을 찾았던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이후 2년간 도밍고컴퍼니 대표자로 일했다.

조직 내 한 파트만을 담당했던 구성원이 독립한 뒤의 고통을 온전히 겪었다. 똥줄이 탔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했다.

당시 나는 불면증이 왔고, 늘 불안했으며, 홀로 방 안에 있으면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와 밖으로 뛰쳐나오곤 했다.

나는 2년간의 내 창업 스토리를 26개의 칼럼으로 연재했다.
http://domingo.kr/

어설프게 익힌 서버 스킬로 나는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모두 담기진 않았지만,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보여줬다.

아마 스스로 서버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못했을 것이다.


나는 2009년부터 블로그를 했다.

첫 글감은 축구였다. 당시 나는 K리그 다음 팬카페에서 개인 칼럼 게시판을 받기도 했고, 내가 티스토리에 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리기도 했다.

이틀간 약 1만 4천명의 유저가 그 글을 봤다.

그쯤 나는 지금 매우 감사한 습관을 익혔는데, 책을 읽은 뒤 꼭 서평을 쓰는 습관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 않으면, 나는 책을 다 읽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2009년부터 쓴 서평은 150개가 넘었고, 37개의 축구 칼럼, 30개의 영화평 등 200여개가 넘는 글을 썼다.

내가 사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글쓰기는 내게 무척 중요한 도구였다. 공개적인 글 외에도 나는 에버노트에 사색노트를 적는다.

지금까지 422개의 사색노트를 적었다. 이 노트에는 2011년부터의 내 삶이 담겨있다. 내가 무엇에 아팠고, 즐거웠는지가 온전히 담겨있다.

내 소중한 블로그는 2009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2015년까지 티스토리에 썼고, 워드프레스 설치에 익숙해진 뒤에 지금의 블로그로 넘어왔다.
http://ohseyong.com/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STEW는 지금까지 꽤 여러개의 홈페이지를 거쳤다.

제로보드를 몇 개 거쳤고, 지금의 워드프레스로 넘어왔다.

친구들의 칼럼, 내부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만들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결국 지금은 STEW를 소개하는 페이지만 남겨뒀다.
http://stew.or.kr/


창업을 결심했던 프로젝트 SWIKI와 창업 스토리를 연재한 칼럼. 도밍고뉴스 백엔드와 10년간의 블로그 글. 그리고 커뮤니티 STEW 까지.

간단한 클릭 실수에 내 모든 데이터가 날아갔다는 사실에 그동안의 내 이야기가 그야말로 '주마등' 처럼 지나갔다.

너무 어이가 없었고, 도대체 누구에게 이 화를 쏟아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이것, 저것 만져봤지만 복구되지 않는 내 데이터를 보며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다.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 됐더라면, 백업도 좀 해놓고... 뭐 좀 알고 해야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우선 눕어버렸다.


그리고 아침.

내가 도밍고뉴스를 만들며 벤치마킹 한 '뉴스픽스'가 무려 '쿼츠'를 인수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다시 그동안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너무 아쉬워, 다시 AWS를 접속했다.

주변 능력자에게 도움을 받아 AWS를 조금씩 파악했다.

우선, 인스턴스는 내 데이터와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있었다. 인스턴스가 종료되는 것과 별개로 볼륨에 데이터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헌데, 인스턴스 종료시 데이터도 같이 날아가는 유형도 있단다. 대~충 보고 대~충 되게 했던 내가 그런걸 기억할리 없다.

볼륨은 인스턴스에 붙인 뒤 마운트 해 사용할 수 있었다. 어제 밤 했던건 붙이기였고, 마운트까지 하진 않았더라.

아아... 내 볼륨을 새 인스턴스에 붙인 뒤 마운트까지 했더니... 데이터가... 살아있다.

내 데이터는 2015년부터 3년간의 블로그 데이터. 3년간의 STEW 데이터 그리고 2년간의 도밍고컴퍼니 데이터가 담겨있다.

고작 15기가의 이 데이터가 내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그리고 오늘 밤에 내 볼륨을 루트로 하는 인스턴스를 생성했다. 도메인도 다시 붙였다.

만 하루 동안의 삽질이 원복되는 시점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단 한번의 클릭 실수가 이래 긴 글을 뽑았다...

이런 형편없는 실수가 쪽팔리는 한편, 서버 운영자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은... ㅋㅋㅋ 뜻밖의 수확이랄까...

딱히 해킹 당할 위협이 없는 데이터임에도 왜 백업을 해야 하는지, 그닥 중요하지 않을 데이터도 막상 사라지면 얼마나 허탈한지... ㅋ

근데 다시 복구하고 보니, 왜 또 쳐다보기 싫은지....

여윽시 화장실 나오면 끗 아인가?

무튼,
내 데이터 다 살아있음요... ㅜㅜ 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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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입니다!

감샤합니다 :D

순식간에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STEW궁금해서 이것저것 보고있네요~

^ㅡ^ 기분이 좋습니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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