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 <BTS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by 이지영

in #kr3 years ago (edited)

IMG_5361.JPG

태어나자마자 공부, 경쟁, 취업, 성공을 강요당하며, 자유도 재미도 없는 생활을 20년 가까이 반복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삶이란 무슨 의미일까? 운 좋게 직장을 잡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다시 치열한 경쟁을 반복해야 하는 우리에게 미래란 무슨 의미일까? 스리랑카, 리투아니아, 가이아나에 이어 세계 자살률 4위를 기록중인 세계 경제 10대 대국의 구성원인 한국인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http://worldpopulationreview.com/countries/suicide-rate-by-country/). 이런 삶에 대해 들뢰즈는 뭐라고 대답할까?

들뢰즈는 다음과 같은 조언 했을지도 모르겠다. 경쟁같은 것 하지마, 너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봐, 너를 기쁘게 하는 것이 진짜야, 너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가짜야, 속지마, 너의 욕망을 절대 포기하지 마, 기쁜 삶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만 생각해, 등등. 혹은, 너 자체가 둘도 없이 귀한 존재야, 누구를 따라 할 필요 없어, 본받을 필요도 없어, 무엇이 너를 우울하게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우울해 할 때는 세상이 잘 못되어 있다는 증거야, 신자유주의도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야, 동성애자들, 여성들, 전세계 노동자들, 성노동자들, 아동노동자들, 전쟁피난민들, 고기로 사육되는 동물들, 생명체, 무기물, 지구까지, 그 어떤 것도 힘들고 슬퍼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 기 죽지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기쁨과 행복 뿐이야. 공부도 돈도 사랑도 정치도 오로지 기쁨과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쓸모가 있어야만 가치있는거야. 기쁨과 행복을 목표로하는 정당과 학교들을 만들어야 해.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과 들뢰즈가 만나다>를 읽으며, 웬 방탄신드롬인가 싶어 유튜브와 방탄의 트위터에 링크된 뮤직비디오와 반응들을 살펴 봤다. 세상에! 방탄소년단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들뢰즈의 멧세지들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빌폰과 인터넷을 통해 풀뿌리처럼 연결된 전세계 방탄팬들이 이 멧세지에 다양한 반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지영 선생님은 “방탄현상”을 성공한 마켓팅의 사례로, 혹은 뛰어난 아이돌 그룹의 예술 역량으로만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JYP도 YG출신도 아닌, 방시혁이 운영하는 소규모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속의 아이돌 그룹이 한국어 노래로 전세계에 방탄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방탄소년단은 대부분의 곡을 직접 쓰고 제작한다고 한다. 그들의 주요 수상 경력은 다음과 같다. 2017년 미국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 올해의 아티스트 상 10위, 올해의 듀오-그룹 아티스트 그룹 2위. 모두 영어 번역이 아닌 한국어로 부른 노래들이다. 요즘은 미국, 영국, 벨기에, 스웨덴 등의 라디오에서 조차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미국 전역과 유럽 곳곳에서 방탄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라디오 방송국에 압력을 넣고, 방탄의 뮤직비디오들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뮤직비디오에 해설을 덧붙이고, 이 비디오들을 리믹스해서 인터넷상에 퍼뜨리는 팬클럽인 아미 (ARMY. 영어로는 군대. 불어로는 Amie, 즉 ‘사랑하는 이’란 뜻)들의 전투적인 활동 덕분이라고 한다.

방탄을 둘러싼 이런 자발적인 풀뿌리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지영 선생님은, 방탄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 전체를 억압하고 있는 것들, 그 억압하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단절, 외로움은 어떤 것이고, 사람들은 세상을 어떠한 방향으로 바꾸기를 욕망하는가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방탄소년단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세계 젊은이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욕망들을 표현하고 있고, 이런 멧세지에 전세계의 아미들이 집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생산한 공통감각들 (즉, 외로움, 고독, 단절, 스트레스 등등)이 디지탈 모빌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하고 집단적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공통감각과 디지탈 테크놀러지가 접속할 때 발생 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혁명의 잠재력을 읽어 내고 있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1장과 2장은 전세계 아미들과 함께 방탄소년단이 세계 음반시장들을 정복해 가는 과정을 분석한다. 익숙한 방탄소년단의 사례분석이기 때문에 들뢰즈의 철학을 몰라도 쉽게 읽힌다. 1부의 3장은 들뢰즈의 리좀(중심없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풀뿌리 조직)이란 개념을 사용해, 아미들의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활동의 특징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리좀이란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지만 아주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2부에서는 1부의 분석을 심화해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형식으로서의 “네트워크-이미지”란 개념을 제시한다. 역사적 제약때문에 들뢰즈가 남겨둔 전자-이미지란 개념을 현대 테크놀러지 (즉, 모빌폰과 소셜미디어)에 맞게 확장시킨 개념이다. 들뢰즈의 영화와 관련된 주요 개념인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를 발전시키려는 이지영선생님의 패기가 돋보이는 대목이어서 더 재밌다. 특히 이지영 선생님이 제시하는 "네트워크-이미지"란 개념을 들뢰즈의 배치 (agencement/assemblage)개념과 연결해서 읽는다면 얻는 것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들뢰즈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난해한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드는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방탄현상에 대한 분석을 통해 “리좀”과 “배치” 개념을 써먹는 방법을 확실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의 네크워크가 새로운 형태의 혁명적 예술형태로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지영 선생님은 조심스럽니다. 그러나 혁명이 단 한번에 성공할 필요는 없다. 실패도 소중하다. 방탄소년단의 멧세지에 반응하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아미들, 그리고 이 네트워크화된 힘을 바탕으로 변방 음악을 주류음반시장의 강자로 함께 진출시켜봤다는 그 경험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욕망을 공통의 욕망으로 네트워크화해서 뭔가를 함께 이뤘다는 바로 그 경험.

공통의 경험은 집단기억의 형태로 역사란 시간 속에 저장된다. 그리고 그 집단기억은 반드시, 끊임없이, 현재화되어 다시 되돌아 온다. 6.25전쟁,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6.15 남북공동성명, 4.16세월호,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이 공통경험들이 집단기억으로 시간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최고지도자의 만남이란 역사적인 사건으로 되돌아 온 것처럼. 아미들의 경험도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되어 더 큰 힘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이 나이에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일독을 권한다.

Sort:  

어쩜 현 시대의 삶에 대해 비판을 통해서 창조를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문득 브랜든 포브스의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라는 책이 떠오르는 군요

'라디오 헤드로 철학하기' 함 검색해 보겠습니다. 책 소개 감사합니다. ^^

방탄소년단이 그냥 인기있었던건 아니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내막을 들추어보니
몰랐던 매력을 알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잠재되어져있던 욕망과 열망을
자극하는 기폭제로 방탄소년단이 작용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들을 살펴 봤습니다.. 딸아이가 왜 방탄소년단에 빠져드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종종 뵈요.

방탄소년단의 노래 '고민보다 go'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기쁨과 행복 뿐이야. 공부도 돈도 사랑도 정치도 오로지 기쁨과 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쓸모가 있어야만 가치있는거야. 기쁨과 행복을 목표로하는 정당과 학교들을 만들어야 해.

이 부분과 연결고리가 있을 듯하네요.
저는 들뢰즈는 모르지만 방탄은 압니다 흐흐.. 잘 읽었습니다.

'고민보다 go'는 아무개88님의 댓글을 보고 방금 찾아서 들어 봤습니다. 아주 좋군요. 들뢰즈는 현대 프랑스 철학랍니다. 스팀잇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 @armdown님이 쓰신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란 책이 들뢰즈 철학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을거예요. 종종 봐요.

네..
가입한지 시간이 지났는대
바쁘셨나바요..

스팀잇은 열심히 소통할수록 좋습니다
좀 힘들긴 해도 시간이 좀 있다면
자주자주 글도 올리시고 댓글 달러 다니시면
이 다음에 보람이 열매를 맺습니다^^*
홧팅!!요

네, 알겠습니다. 부지런해야 겠군요. 제가 많이 게을러서 ㅎㅎ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디가 많이 특이하네요 :)

네. 개털입니다.^^

스팀잇에 오신것 을 환영합니다.^^
저는 krwhale이라는 아기고래와 코인시세 챗봇을 운영하고 있어요 :)
- 아기고래에게 Voting 받는 법
- 코인시세 챗봇
1주일 뒤 부터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암호화폐 관련 데일리 리포트도 작성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많은 구독 부탁드릴게요~
- Pliton의 암호화폐 데일리 리포트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