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팀잇을 잠시 떠났던 이유(부끄럼 많은 투자 회고록)

in #kr6 years ago (edited)

한동안 포스팅을 쉬었습니다.

한때 포스팅한 저의 글에서 언급한대로 스팀에의 포스팅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팅파워 뿐만 아니라 라이팅 파워도 조절해야한다며, 나름의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하였으나, 돌이켜보면 너무나 부끄럽게도, 저부터가 나태해지고 헤이해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가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스팀이 저에게 주는 조그만 불만들이나, 저 자신의 나태함보다
가상화폐 전반에 걸친 지루한 불황이 야기한 좌절감이 더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은 제 짧고 미천한 가상화폐 라이프에 대한 회고를 해보고자 합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는 코인에 입문한 시간 대비 꽤 드라마틱한 코인라이프?를 살아왔습니다. 존버가 불변의 진리이던, 끝이 없을줄 알았던 상승장에 시장에 눈을 떠, 아무런 전략도 미래도 없는 매매에도 돈을 버는 기이한 경험을 했으며, 가격을 주시하고 있다가 오르는 코인에 추격매수를 해 물리기를 여러차례, 단 며칠만에 얻었던 수익을 며칠만에 반납하는 것은 물론 원금 손실까지 입고, 첫 좌절을 겪습니다.

가상화폐 세계는 참으로 놀라워서, 거래소마다 가격차이가 있었고
그 가격차이는 국경을 넘을수록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었죠

이 시세 차익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나름의 방식으로
현금으로 BTC를 판매하는 해외 비트코인 딜러를 찾게 되었고,
이후 주말의 휴식을 반납하고 일본을 왔다갔다하며 재정거래에 도전했습니다.

머나먼 타지에서 불과 몇달전까지 관심도 없던 무언가를 구매하고, 구매한 것이 형체도 없는 내 가상지갑에 들어올때까지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을 기다린 후, 그것을 팔아 돈이 불어나는 경험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신성한 노동에 대한 죄악감, 그리고 불로소득의 쾌감이 겹쳐 살며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한 주간 골머리를 앓으며 열심히 회사에서 일해도 벌 수 없는 큰 돈을, 이웃나라 여행 중에 시간을 일부(실제로는 매수,매도,전송 등에 꽤 시간이 걸립니다) 할애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여유로우면서도 한편으로 우리가 신성시하는 이 화폐와 부의 허무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재정거래로 그간의 손해를 메꾼 저에게, 손실의 두려움과 아픔은 멀리 사라진지 오래였고, 언제 이렇게 지적 탐구욕을 느꼈나 싶을정도로 가상화폐 관련 정보를 왕성하게 찾아다녔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기술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더 높은 수익'에 대한 탐구였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코인판의 건물주라고??

 
'지적 부지런함이 부유함을 만든다' 라는 믿음 하에 저는 나름의 공부를 계속했고, 그 와중 '마스터노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경제관념을 가지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부동산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거듭 교육을 받고 자란 저에게 이 마노는,
실제 건물주가 되기에 너무 먼 길을 빨리 가게 해주는 마법이었습니다.

  •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것만으로도 꾸준하게 이자로 코인이 지급됨
  • 코인시세가 하락하더라도 이자를 통해 방어가 될것이라는 추측
  • 마스터노드 코인이라는 이유로 가격방어가 될것이라는 억측

 
위와 같은 다양한 사유로 저는 덜컥 겁도없이 마스터노드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어지는 하락장에 몇달치 월급을 주고 만든 마스터노드가 반토막나게 됩니다.

꾸준히 들어오는 코인 이자에 취한 저는, 일반 코인에서도 금기시해야할
물타기를 마스터노드 단위로 진행하게 되고, 끝없는 하락장을 맞아
초기 구성 마스터노드의 가치의 7분의 1로 줄어드는 상황까지 맞게 됩니다.

'코인판의 건물주' 라는 별명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게 했던 마노는,
가지고 있던 다른 코인들이 주는 좌절감의 곱절로 저를 힘들게 하였으며,
지금도 마노 코인들의 가치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끝없는 하락장에서도 누군가는 벌더라

 
코인에 대한 공부를 통해 투자한 여러 2세대 3세대 코인들도 폭락을 면치 못하고, 큰 폭의 하락이 시작되면 손절이라도 어서 해야 함이 옳으나, 해외 거래소에있는 소위 잡 코인들에 자산을 흩뿌려놓은 탓에, 손대려 하면 이미 손실이 너무 커, 하지 말아야할 존버만 지속하기를 한참...

깊은 좌절에 빠져있던 찰나, 이러한 하락장에서도 저의 친구는 큰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매일 꿈에 조상님이 나타나 종가를 알려주기라도 하는게 아닌 이상, 돈을 벌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이 코인 시황에서 돈을 벌고 있다니... 배가 아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도 그 방법을 알아야한다는 열망이었습니다.

알아보니 그 친구는 해외 거래소의 마진 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코인의 가치가 떨어진다에 배팅해 돈을 벌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주식 등에서 이미 익숙한 공매도 라는 개념이 아니라,
100만원 자본으로 몇천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놀라운 수익률이었습니다.

이 투자 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발하고 영악한지,
'레버리지'라는 개념을 통해 적은 자본으로도 마치 큰 돈을 넣은것마냥 배팅하고 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던 것입니다. 이제는 익숙하지만 아직도 놀라운 개념입니다.

레버리지에 대해 설명해주신 @ noctisk님의 게시글을 링크합니다.

친구는 나름대로의 차트에 대한 기술적 분석을 통해 하락을 예측하고, 대 하락 추세에서의 연이은 하락 배팅을 통해 자본을 크게 증식시킨 뒤, 수익의 절반 이상을 현금화 하고 나머지 비용으로 다시 하락 또는 상승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습니다.

절친한 친구인 그녀석에게 본인이 보는 지표들과 시황을 분석하는 눈을 단기간에 걸쳐 학습하고 저도 마진 거래에 뛰어들었지만... 그런식의 날치기 투자가 좋은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것은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의 첫 구절을 인용해보았습니다. 길진 않았지만 참으로 부끄러움 많은 투자 일기를 여러분께 다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비트코인이 뭐지? 로 시작했던 저의 코인라이프는,
BTC, 알트코인, 재정거래, 마노, 마진거래라는 나름의 여정을 거치며
각기 다른 수준으로 저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재정거래에서 수익을 조금 냈지만 큰 수익을 내려면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끝없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던 가상화폐의 세상은,
사실 누군가가 벌면 누군가가 잃을 수 밖에 없는 시장이었고,
꽤 오랜시간(네...꽤 오래가 맞습니다) 동안 일에만 몰두해야
겨우 벌 수 있는 돈을 허무하게도 모조리 증발시켰습니다.

이대로 코인판을 떠야하나 싶은 생각도 몇번 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코인 중에서도 특히 선명하게 눈에 보이는 미래였던
제가 글을 쓰는 이곳 '스팀잇' 에도 조금의 돈을 투자했습니다.

0.00$ 보상이 찍히던 나의 보팅이 0.1$가 되었다며
고래도 돌고래도 아니지만 나는 이제 아마 플랑크톤 대장은 될것이며,
장차 어마어마한 보상으로 돌아올 스노우볼의 첫 걸음이라며,
자랑스레 포스팅한 이 글이 무색하게도,
많이 좌절했습니다.

0.1$ 보상은 0.05$로 반토막이 났고, 아이러니하게도 저 자랑스러운 글은,
현재보다 두배나 비싼 가격에 스팀파워업을 한 안타까운 과거로 남았습니다.


저는 보통 사람입니다.

 
좌절하며 나름 많이 공부했습니다. 적어도 돈을 버는 투자자들이 이렇게 한다더라...식의 주워들은 소식이며, 기나긴 손실의 나날들이 추후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귀한 지식이 되리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팀에 엄청난 글을 쏟아내는 존경스러운 투자의 선배님들과는 다른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는 이 글을 빌어, 많지 않을지언정 자칫 제가 갔던 길을 그대로 걸어 저와 함께 마음아파할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몇가지 제가 투자하며 느낀 경험칙을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강조드리지만 전혀!!!!새로운 내용은 없으며,
아직도 저렇게 바보같은 사람이 있구나,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정도의 느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매수든 매도든, 공매수든 공매도든, 항상 분할해서 조금씩 진행한다.
  • 분할 매수에 실패했다고 매수가를 올려서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다. 이런 행위는 곧 아래에 적을 추격매수와 다를바가 없다.
  • 오르는 걸 보고 추격매수 하거나, 급락하는 차트에 패닉셀 하지 않는다.
  • 매수 및 매도 시점을 잡는데는 기술적 분석과 전통적 지표들이 꽤 참고가 된다. 왜 참고가 될지 모른다면 지나간 차트를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라. 미스테리하게도 의미가 분명히 있다.
  • 매체의 종류를 불문하고 호재 또는 악재에 충동 매매하지 않는다.
  • 익절은 언제나 옳다.
  • 매매는 언제나 손절선을 정해놓고 한다.
  • 이익을 보는것보다 손해를 덜 보는 것이 체감 상 10배는 중요하다.
  • 물타기는 하지 않는다. 분할매수와 물타기는 분명히 다르다.
  • 변동성이 큰 매매(레버리지)일 수록 차트에서 눈을 떼지 말자. 다른 생업과 레버리지 매매를 함께하는 것은, 그 돈을 기부하는 것만 못하다.

몇가지 떠오르는대로 끄적여 보았지만, 아마 제가 느낀점은 저것보다 여러배는 많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름의 몇몇 좌절의 경험을 겪었지만 저는 아직 이 모든걸 내려놓고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아직은 저에게 직장과 생업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고, 기꺼이 자신의 지식을 대중에게 내어놓는 선배 스티미언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꼭 반전의 기적이 일어날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네, 저는 구구절절한 토로를 통해 스팀잇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시세에 일희일비 하는 것이 아닌, 언젠가 회복될 스팀잇의 가치를 믿고 조금이나마 포스팅을 이어가는 것이라 생각했기 떄문입니다. 아직은 미천한 제 블로그의 가치와, 제가 배워나가고 있는 이 지식들이,

현재 '물려있는' 수많은 저의 가상화폐 자산들이 원금으로 돌아오는 것 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꽤 긴 글이었습니다. 수많은 글이 범람하는 와중에, 저의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신 부분에 대해 큰 감사의 인사 드리며,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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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16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스파 2000으로 업한 시점이 스팀가격이 8000원 이던 때였습니다. 그거 기다렸다가 요 며칠사이에 업했다면 아마 2000이 아닌 8000정도까지 업했겠지요 ㅎㅎ 결과론으로 들어가면 끝없는 후회만 하게됩니다. 그냥 지나간건 지나갔다 생각하고 지금 할수있는 일을 하는것이 가장 현명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자신을 믿는게 가장 중요한데, 거듭되는 손해로 멘탈이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ㅠㅠ 우리모두 화이팅...

어렵고 어렵죠...

동병상련입니다

가즈아에서 나왔습니다~

ㅠㅠㅠㅠ 가즈아......입에 달고 살고 싶은 그말... 한동안 해보지 못했네요....이젠좀 가즈아 ㅠ

약소하나마 보팅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ㅠㅠ

네 ㅎㅎㅎ

익절은 항상 옳다.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는 것에 감사해야 하니까요 :)

실제로 해보시면 참 그게 어렵습니다 ㅠ 이익은 더 갈거같아서 내버려두고, 손해는 다시 메꿔질꺼같아 내버려두고, 그러다보면 이익은 사라지고 손해는 늘어나기 마련이죠 ㅠㅠ 눈앞에 이익에 좀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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