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in kr •  2 years ago  (edited)

설 연휴를 맞아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부모님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부모님께 재롱도 부리고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나니까 저녁먹을 시간이 되더군요. 은퇴를 하시고 나서 요리에 취미가 생기신 아버지께서 저녁밥을 차려주셨습니다. 웃으시면서 요리도 하시고 어머니와 함께 드라마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아버지에겐 어릴적 정말 무서웠던 모습은 흔적도 남아있지 않더군요.
어릴적엔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항상 아버지 눈치를 살피면서 기분이 좋으실 때에만 대화를 하고 기분이 않좋으신 것 같을 때에는 필사적으로 도망다녔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자취를 하면서 더욱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위기가 찾아오면서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은퇴. 주식. 미수거래. 쓰나미. 정말 힘든 시기였고 그 때 저는 아버지와 정말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수요일 마다 동네에 장이서면 순대와 소주를 사와서 아버지와 함께 마셨고 대화도 더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는 친구같은 아버지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몇년 뒤 설날에 가족모두가 노래방을 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다이나믹듀오의 아버지를 불렀고 그 노래에 너무 감정이입을 한 나머지 목이메이다 못해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한참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방에서 성인 남성이 슬픈 노래를 울면서 부르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그 노래가 랩일 경우엔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짜증이 나기 시작하죠. 우리 가족과 친척들 모두 그 끔찍한 모습을 보고 어쩔줄을 몰라했고 얼어붙은 분위기에 아버지는 감동을 받는 대신 저를 놀리면서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친척들 모두 저를 비웃었고 다시 분위기는 화기애애 해졌죠... 그 이후로 명절날 아버지와 술을 마시면 항상 그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아마 손주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실겁니다.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오늘도 역시 놀림을 받았습니다. 어디가서 그런 노래는 부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죠.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아버지가 그 때 이야기를 하시면서 기분좋게 술을 드시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아버지가 더 오랫동안 저를 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만수무강 하세요.


다이나믹듀오의 아버지는 정말 좋은 노래입니다. 꼭 한번 들어보세요. 그리고 저는 아버지가 앞에 안계시면 울지 않고 완곡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글이 참 두서없고 길어졌네요.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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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아버지 세대는 정말 고생 많이한 세대입니다
역사상 단기간에 제일 많은 변화를 경험한 세대 일 것입니다
마음으로 라도 잘 해드리세요
진정한 마음이 서로 소통이 되니까요~~^^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버지가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네요.
올해에는 더 자주 연락하고 감사와 사랑을 담은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겠습니다.

노래방에서 우셨다는 얘기에 살짝 울컥했는데

그 노래가 랩일 경우엔

이 부분 읽고 진짜 미친듯이 웃었네요..ㅎㅎㅎㅎㅎ
아버님 기분 좋으셨을거 같아요~!! ^^ (매번 얘기하시는 것도 그때의 솔님 마음이 좋았기 때문인거 같아요~)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려 할 때 멈췃어야 했어요... 으흑 으억 꺽꺽 대면서 랩을하는 모습은... 정말.... 이상하다 8:45 부르면서 우는 jk는 감동적이고 멋있었는데...

내일 누나가 집에옵니다. 선생님 저에게 힘을 주세요 :)

아버님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와닿아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를 놀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아무쪼록 모두들 행복하길 바래봅니다!

팁이요님도 행복하세요!

아빠가 되고나니, 아버지의 모습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 글 덕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되네요. 감사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하셨는지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려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버님 만수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래 잘듣고 갑니당ㅎㅎ

감사합니다.
다니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감사합니다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고 귀여우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ㅋㅋㅋㅋ

그저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만남속에서

그동안 잊었을지도 몰랐을 감정이 일렁거리네요...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오히려 사이가 가까워진 관계를 보면서
부럽기까지 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적엔 왜 그렇게 무서워하고 피해다녔는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른이 다되서야 나는 이해되요
그대가 얼마나 고되고
외롭고 치열했겠는지
아버지는 내 배역으로
당신이 섰던 무대가

다듀의 흔한 스웩자랑이 아닌 스토리텔링은 참 꾸준하게 듣게되는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정말 가사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와닿고,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듀의 스토리텔링은 불꽃놀이를 부르면서 날뛰던 가수가 맞나 싶을정도로 감성적이고 공감되는 가사들이죠. 그래서 저도 꾸준히 듣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래방 이야길 하시니...
고등학교때 가족들이랑 같이 노래방에가서 노랠부르다...
노래 가사에

이런 제길~ 이런게 또 어딨어~

가 있었는데...
아빠가 꺼버리시면서... 그뒤론 그노랠 다신 부르지 못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땐 아빠가 참 오바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부모가 되보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