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화폐인가? 아닌가?

in #kr7 years ago (edited)

최근 가상화폐가 화폐냐 아니냐에 관한 논의들이 있었다.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라는 @cazimi 님의 간단한 글에 가상화폐는 화폐라는 @leesunmoo 님의 글이 있었다.
https://steemit.com/steem/@leesunmoo/3lxu7r
https://steemit.com/cazimi/@cazimi/2da248

원래 스티밋에서 논쟁이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상호 비방의 내용이 아닌 아카데믹한 논쟁이라면 매우 권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그간 가상화폐와 화폐의 관계에 대한 소생의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볼까 한다. 생각만하고 있는 것고 정리를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일견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나 소생처럼 가상화폐에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혹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스티밋상에서의 논의와 별도로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경희대 안재욱 교수가 한경에 기고하였기에 한마디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안재욱 교수의 주장과 같은 내용은 그간 수없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이 논박할 필요성도 굳이 느끼지 않는다. 필요하면 링크를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51801031

가상화폐가 화폐인가 아닌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폐가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한다. 여기에서 교환기능과 저장기능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하고자 한다. 전통적 화폐론에서 아마도 가장 간단한 정의일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화폐란 것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에서 교환기능과 가치저장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화폐는 조개껍질이었다. 가상화폐를 하는 사람들도 인류가 사용한 초기화페가 조개껍질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인류는 최초 화폐를 만들 때 가치저장기능이 아니라 교환기능을 먼저 생각했다. 먹고 남은 조개껍질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저장 기능이 있었겠는가? 인류최초의 화폐는 가치저장기능이 아니라 교환기능에 특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화폐의 기능중 가치저장보다 교환기능 즉 신뢰의 기능을 더 우선시 했다는 것이다. 초기 인간들은 신뢰를 교환하기 위한 증표로 화폐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치저장기능보다 교환기능이 화폐의 본래적 기능에 더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저장기능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국가의 등장이후로 보여진다. 국가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단순한 교환기능보다는 일정한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금으로 화폐를 만들었다, 그것으로 가치를 저장하고 교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우습게도 스파르타에서는 무거운 쇠로 화폐를 만들어 교환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 이후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모두 국가의 독점적 권한이었다.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고 교환을 장려한 것이다. 그것은 동서양의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금화나 은화가 화폐로 인정받았다.

지폐가 발행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민간 상업활동 중 동전을 사용하기 어려운 대규모 거래에 어음을 사용하면서 화폐가 비로소 등장했다. 그러나 지폐도 형태만 다르지 본질적으로는 금화나 은화등과 동일했다. 미국의 달러도 금본위제도를 폐지하기 이전까지는 금화와 다르지 않았다.

미국은 늘어나는 재정소요를 감당하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내기에 이르렀다. 금을 미처 채워 놓지도 못하고 달러만 발행했다. 한계가 발생했다. 미국은 금본위제도를 폐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세계는 난리가 났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은 군함에 달러를 가득 채워서 뉴욕 앞에와서 금으로 바꿔달라고 시위를 했다.

미국의 위기였다. 이 위기를 극복한 것은 키신저였다. 키신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하여 원유를 달러로만 팔도록 했다. 그 대신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왕권을 지켜주기로 했다. 위기에 처했던 달러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금본위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지금의 달러는 오일에 페깅되어 있다. 그 이후 미국은 달러를 무제한적으로 발행하면서 재정적자를 해소했다.

화폐와 미국의 달러역사를 이렇게 길게 서술한 것은 지금과 같이 국가가 발권력을 지니는 화폐라는 것이 불과 몇십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국가가 본원통화를 증가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무제한적 발권력을 지니는 것은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이 금본위제도를 폐지하면서 달러가 가치저장기능 보다는 교환기능이 훨씬더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선사시대에 조개껍질을 화폐로 쓰던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의 화폐가 가치저장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런의미에서 가상화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비트코인의 발행은 국가의 무제한적인 발권력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국가가 무제한적인 발권력을 행사하면 일반 국민들이 가난해진다.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된다. 비트코인을 만들게 된 것도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문이었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일반국민들이 소수의 부자들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비트코인은 마치 로빈후드와 비슷하다.

우리는 가상화폐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국가가 발권을 하지 않았으니 인정을 할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에 복종해야 하는가? 아니면 국가의 지나친 권력행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인식해야 하는가?

가치저장과 교환기능이라는 점에서 가상화폐는 분명이 아직 많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치저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을 정도로 나아간 것 같다.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은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 교환기능을 불안정하다. 안재욱 교수를 비롯한 주류 경제학자들은 가치의 불안정을 문제로 든다. 그런데 그것은 아직 비트코인이 충분히 가치저장기능을 할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성장통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서 가상화폐의 가치가 충분하게 성장하면 그때서야 교환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 국가가 발행한 화폐가 교환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만 가치저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상화폐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국가가 발생한 화폐의 가치저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가상화폐의 교환기능을 지급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블록페이 그리고 플루투스 같은 것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가상화폐는 아직은 기존화폐의 교환기능을 따라갈 수 없다. 있다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교환기능은 상징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

만일 가상화폐가 성장하여 충분한 가치저장 기능을 하게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서서히 교환기능도 제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가상화폐는 국가가 금화와 은화를 발행하는 상황과 같아질 것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조개껍질 같은 것이고 가상화폐가 금화와 은화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크게보면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지금의 미국화폐제도는 문제가 많으니 다시 금본위제도로 돌아가자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그들의 시각은 옳다. 경제에는 유에서 무를 창출할 수 없고 화폐는 신뢰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달러는 신뢰성을 상실한 채 교환기능에만 치중하는 상황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많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를 믿지 못하니 위완화를 기축통화로 하자고 한 것도 오래 지나지 않았다.

가상화폐가 신뢰성 있는 화폐로 인정받게 된다면 가상화폐와 기존의 화폐는 어떤 관계가 될까? 가상화폐가 제대로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기존의 화폐가 당장 없어지거나 가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상당기간 공존의 기간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만들어질것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으나 지면의 문제가 있어 다음 기회로 넘기겠다.

가상화폐를 팔고사는 주요역할을 달러가 담당한다면 달러의 신뢰성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미국도 달러를 가상화폐에 페깅할 확률이 높다. 어차피 앞으로 오일도 그 생명을 다할 것이고 보면 미국도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무슨 조치를 해야한다. 화석연료가 앞으로 40년 이후면 없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재미있는 것은 만일 신재생 에너지가 기존의 오일을 넘어 주류가되면 달라의 위상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아직 아무도 그문제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무너져서 지금의 세계체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에게 사활적 이익에 속한다. 앞으로 40년정도를 예측하는데 그 이전에 미국은 달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무너질 수도 있다.

자 이쯤하고 생각해보자 가상화폐는 화폐인가 아닌가? 미시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거시적으로 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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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ead your text, yet. But you got a fine coin collection, my friend ;D

Well Im guessing its mainly about how the dollar became "independent" of gold and that this is a bad thing. I agree.

I think... it's more about the fundamental question that whether virtual moneyㅡ i.e. coin thingsㅡ can be seen as A currency or not in spite of the problems of stability and reliability. And he left space to think about the relation between virtual and real currencies and their influences in the future. Good article and good guessing! :D

Can't wait until I learned enough korean to read it. I still need to learn much but Im working on it. Thank you for the quick summary of @oldstone 's article.

(following you :3)

I 'd like to review the history of the currency.
We could understand the meaning of the virtual currency.
It is undergoing that the virtual currency is getting more value preserving function.
With sufficient preserving valuefumction, exchange function will be more stable.
It means that the virtual currency is under the circumstances to be a real currency.

Thanks for taking the time to respond to me in english! (following you now as well :3)

I agree, it is a great way to understand crypto(virtual) currency to look at older forms of currency. Maybe we can learn what the future will bring by looking at the past.

Thank you for dropping by

Thank you for your explation

이런글 너무 좋습니다
지식 공유 너무 감사합니다 꾸벅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최근 몇주 굉장히 유사한 고민을 혼자서 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티미안 여러분들은 가상화폐가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 과도기에서 가상화폐가 기존화폐와 공존하는 동안 국가권력으로부터 행해질 견제에서 오는 사회적 마찰과 혼돈의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버텨야"하는가 말입니다.
굉장히 공감가는 생각의 흐름이라 리스팀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라고 통용되는데,
그러니까 cryptocurrency의 정의랑 잘 안맞는 것 같아요.
왠지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ㅎㅎ
암호화폐라고 하면 수학적 노력의 가치가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구요.
이미 언론에서 가상화폐라고 불리지만
우리부터 암호화폐라 불러주는 것은 어떨까요.

엄밀히 하자면 암호화 가상화폐라고 하는게 맞는것 같은데요. 명칭은 항상 어려운 문제인듯 합니다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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