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viewing a single comment's thread from:

RE: [토론요청/매우중요] 과도한 셀프보팅, 용납되어야 하나요?

in #kr6 years ago

dakfn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도 한말씀 드리자면, 자유를 정의로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고결한 가치이나, 자유만큼이나 다른 가치들 역시 고결하고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평등, 박애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자연적 자유와 공화적 자유의 구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연적 자유가 그 어떠한 구속(심지어 법의 구속까지)도 받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면, 공화적 자유는 어떤 누구에게도 예속(ex:노예)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나키스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구성원은 공화적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 성향에 따라 자연적 자유를 추구할 수는 있습니다. 경제사에서도 그런 성향을 가진 학파가 주류경제학의 자리를 차지한 적도 있었구요. 허나, 글로벌 국가들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공화적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자유는 효과적이지만, 자유를 빌미로 이뤄지는 무분별한 권리 행사는 폭력을 낳기 때문입니다.
근대 자유주의의 초석을 닦은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자신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연적인 상태(자유)는 모든이가 개인의 이기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국 폭력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를 가리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라고 이름붙였습니다.
steamsteem 님은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셀프보팅이나 부계정을 통한 '불공정한 이익실현 행위'(어뷰징)은 분명 손쉽게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방법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에 따라 모두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어뷰징을 한다면, 스티밋에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짦막한 소설이나 하나 써볼까 합니다.

이제 스티밋에는 어뷰징이 만연했다. 능력은 갖췄으나 자본력이 미약한 작가들은 보팅을 받지 못해 결국 커뮤니티를 떠났다. 이제 스티밋에는 자본력을 갖춘 작가와 투자자만 남았다. 포스팅당 보팅 수는 날로 줄어들었고, 이제 나의 글보상은 셀프보팅으로 얻는 수익이 사실상 전부가 되었다.
나를 포함해 이곳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더 이상 글을 쓰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제 스티밋에는 각종 성인광고와 보험상품 안내글이 주를 이루며, 어쩌다 간혹 올라오는 코딱지파는 글들이 반갑게 느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티밋에는 더이상 외부자본이 유입되지 않는다. 가뭄에 콩나듯 나타나는 뉴비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지만, 며칠째 1에 고정된 보팅 수를 보며 이내 좌절하고 떠나간다.
그러나 스팀은 아직도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스팀의 가치는 계속 폭락하고 있다. 거래소에서 스팀은 거래량 최하위 자리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아무도 사주지 않는 스팀. 그리고 계속해서 떨어지는 자산의 가치. 그 분노는 결국 서로에게 향했다. 예전에 있던 보팅버튼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운보팅 버튼과 게이지가 차지했다. 사람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벌이듯 다운보팅으로 상대의 셀프보팅 수익을 깎아 내리고 있다. 다운보팅으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주 미미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전투에 나서는 이유는 단지 그것만이 그들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스티밋은 이제 폭력이 난무하는 디스토피아가 되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4
JST 0.030
BTC 59876.72
ETH 3191.77
USDT 1.00
SBD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