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돌아가는 팬도, 저 멀리 보이는 바다도, 조용한 동네 분위기도, 미니멀한 방도 마음에 들었다. #반반생활살이 91

in #kr6 years ago (edited)

어제 종일 익숙하지 않은 스쿠터로, 익숙하지 않은 길을 반나절 동안 끌고 다닌 것은 정말 힘들었다. 몸이 지쳤는지 계속 수면을 요했는데 9시쯤 눈을 떴다. 잠든 사이에 에어비앤비 메신저로 주소가 와 있길래 보는데...

‘응?’

순간 주소를 잘못봤나 했다. 그런데 다시 봐도 호스트가 보낸 주소였다. 어제 발품했던 곳 중의 콘도인줄 알았는데 그 콘도가 아니거니와 장소도 전혀 다른 곳이 아닌가.

거리상으로는 조지타운에서 둘 다 멀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한달을 예약했으니 이를 어쩌나 싶었다. 우선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샤워를 하기로 했다.

샤워를 끝내고 루시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전하고는 우리에게 몇가지 선택안이 있다고 전달했다. 물론 그 선택안은 호스트가 100% 환불을 해주는 상황에서였지만 역시나가 역시나인지 메시지를 보냈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결국 예약한 에어비앤비 집으로 가기로 했다. 호스트에게 체크인 방법을 알려달라하니 그제야 답이 돌아온다.

체크아웃을 하고는 나는 스쿠터를 몰고 루시는 내 짐과 함께 우버를 타고 출발했다. 레지던스까지 꽤나 오래 걸려서 '위치가 참 애매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자연이 보이니 좋기도 했다. 게다가 달리면 달릴수록 중국어 간판이 안보이니 좀 시원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도착한 레지던스는 생각보다 괜찮은 장소에 있었고 또 생각보다 무지 높았다.

문을 두드리고 방에 들어섰다. 이때만 해도 힘들어서인지 집안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점점 공간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마음에 들었다.
아주 꽤나 말이다.

집의 전반적인 느낌이 디테일하면서도 미니멀한 요소들이 있었고, 믹스매치를 한 포인트들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천장에서 돌아가는 팬도, 저 멀리 보이는 바다도, 조용한 동네 분위기도, 미니멀한 방도 마음에 쏙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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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몸에 땀이 가신 후 나는 설거지를 하고 루시는 빨래를 했다.
그리고 잠시 쉬면서 대화를 나눴다.

‘페낭에 와서 우리에게 작은 이슈가 있었잖아요. 루시가 이야기를 꺼낸 부분이 있고 저도 그 사이에 생각을 좀 정리했어요. 우리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여행할지를 말이죠.’

이야기는 꽤나 오래 이어졌다.

그동안 나의 ‘처음’을 보지 않았을 루시를 위해 내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동안 내게 루시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줬는지도 말해줬다. 다른 것은 받아들이되 어떻게 서로 맞춰갈지도 말이다.

루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했고 나는 기다리기로 했다.

.
.
.

저녁쯤 되서 밥만 만들고는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을 하다보니 이 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타운에 있었으면 관광도 더 많이 하고 맛집도 더 많이 갔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곳에 오니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차분해지고 느려지고 나에게 집중되는 환경이다. 독립된 공간도 우리에게는 필요했던 것 중의 하나였다.

물 위에 둥둥 떠 있으니 때론 실수했던 것들이 실수가 아니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침에는 문제라고 했던 ‘문제'가 지금은 ‘좋음, 행복, 만족, 충족’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었으니 얼마나 재미있으면서도 우스운가.

이 곳이 마음에 든다.



.. 디지털노마드 애나의 반반생활살이(2017-2018) 91일째
.. 페낭 한달살기 2018년 3월 1일의 기록
..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더 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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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12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도 글도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나눔 감사합니다 :)

나에게 집중되는 환경! 익숙한 것들과 떨어져 나와 살 때는 그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전망이 근사하네요. :-)

맞아요~ 원하는 외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장치중의 하나랍니다 :)

페낭은 구름이 정말 멋있어요 ㅎㅎ

저도 1월에 페낭으로 출발할까 하는데 ㅋㅋㅋ 또 오랜만에 애나님 스팀잇에 와서 ㅋㅋㅋㅋㅋ 페낭살이 훔쳐보고 있네요. 요샌 자주 안 들어오시는 것 같아서 보시려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비슷한 고민들. 조지타운은 번잡하고 비싼 것 같고, 다른 곳은 넘 멀까 싶고... 이 곳은 어디였는지 궁금합니다. :)

그져 계속 이동하면서 산다는게 생각했던 것만큼 낭만적이지만은 않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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