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ook] 김훈의 '자전거 여행'... 느림과 사색, 글쓰기의 대하여...

in #kr6 years ago (edited)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그 기록을 블로그에 담는다.
언제, 누구와 어디를 방문했고, 뭘 먹었고 뭘 보았고 얼마를 썼고... 빼곡히 기록해 놓은 나의 기행문.

그러다가 읽게된 이병률 작가의 여행 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때 알았다. 내가 지금까지 써온 것은 기행문이 아니라 여행의 대한 단순한 기록이었다는 것을... 초등학교때 쓰던 일기 - 친구와 구슬 치기를 했다. 10번 싸워서 내가 일곱번 이기고 구슬을 다섯개 땄다. - 와 다를바 없는 그저 그런 기록...

나는 왜 여행을 하면서도 저런 느낌을 가져보지 못했을까? 아니 설사 가졌다 하더라도 왜 그것이 글로써 표현이 되지 못할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읽던 박웅현씨의 책...
'여덟 단어' 였는지 '책은 도끼다'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김훈 작가의 대한 극찬을 듣고 그때부터 그의 대표적인 여행 에세이 '자전거 여행'을 꼭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이때부터 여행 에세이의 대한 일종의 동경(?)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알아보니 2000년도의 발행된 이 책은 이미 절판된 모양... ㅠㅠ
이후 아이들과 중고 서점을 방문할 때면 열심히 이 책을 뒤지고 다녔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손에 얻게 된 자전거 여행...

책을 읽어 가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머릿속이 혼란하니 책을 읽어도 남는게 없고 쭉쭉 읽혀나가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런저런 시간에 쫓겨 결국 인도네시아로, 홍콩으로, 미국으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의미없이 네 수하물 무게만 늘이며 세계 각지를 같이 누비던 책...

이번 출장때의 예기치 않았던 비행기 연착과 예정보다 빠른 공항 도착. 책을 읽으라는 신호였을까? ㅎㅎ 공항 대합실에서 어렵사리 책을 다시 꺼내들었고 다행히 탄력(?)을 받아 앉은 자리에서 완독을 할 수 있었다.


깨알 자랑 : @hwan100 님이 유럽 여행 다녀와서 준 책갈피

느려야지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동차 여행으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풀어놓는다.
예전 '알쓸신잡'에 출연한 김영하 작가에게 그의 박학다식을 칭찬하며 도대체 모르는게 뭐냐고 묻던 패널들... 그때 김영하 작가가 하던 말, 자기는 작가들 사이에서 아는척 말도 못꺼낸다고... ㅎㅎ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아니, 그보단 사색한 만큼 보이는 것 같다. 아무나 다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느리게 여행한다고 문경새제를 보며, 도산서원을 거닐며, 한강을 바라보며 작가와 같은 글을 풀어내진 못할 것이다.

책을 읽고나니 왜 나의 기행문이 한낱 기록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마음속의 느긋한 사색... 그리고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그 사색을 통한 지식과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현실적으로 조여오는 책임감(일정관리, 지출관리...)이 존재하는 한 나는 영원히 '기행문'이라는 글은 못 쓸것 같다. 그저 기록을 남길 뿐이지...

스티밋에 많은 유저들이 늘어나며 좋은 글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어떤것이 좋은 글이고 어떤 글이 숨 쉬는 글이고... 말들도 많고 평가도 제각각...
과연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어떤 글이 읽을 가치있는 글일까? 코인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고 예리하게 분석해내는 글?

글쎄...
난 그저 소위 말하는 숨 쉬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좋다. 한모금 삼킨 뒤 입안 가득 잔향을 남기는 모닝 커피 같은 글이 좋다. 그리고 그런 글이 쓰고 싶다...


Written by NOAH on 13th of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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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설연휴 잘 보내세용~ ^^

저도 여행다녀오면 그때의 기억을 기록해보자하고 블로그를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하고있는데 말씀을들어보니 저또한 그냥 무작정하는 기록에 불과한것같네요..

저도이런 좋은책들을읽고 단순기록보다는 그날의 느낌 감정을 기록할수있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행문을 써보도록 해봐야겠어요 ღ'ᴗ'ღ

전... 포스팅에 쓴것처럼... 뭔가 좀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져야 자유로워질 수 있을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론 기록에서 탈피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게 될 것 같긴 합니다.
슈퍼유양님, 반갑습니다. 팔로우해요. 앞으로 자주 뵈용.

쉼쉬는 이야기더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저도 그런글이 쓰고 싶네요. 하지만 실력은 ㅠㅠ
말씀하신 이병률 작가의 여행 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읽고 싶네요.
기록이 아닌 진짜 여행기를 쓰고 싶은데...

그런 조건이 될 수 있는 여행을 떠났을 때 비로소 그런 기행문을 쓸 수 있을것 같네요.
지금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로 남편으로써, 아빠로써의 책임(?)이 있다보니 기록하는 글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ㅠㅠ

남편과 아빠의 책임! 공감합니다^^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많은 경우에 뜨내기 구경꾼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연과 의미가 있을텐데요.

인간에 비하면 억겁의 세월을 그 곳, 그 자리에 있어왔던 것들이니 세월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ㅎ

저도 정말 좋아하는 책입니다 :)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에세이만 읽으면 맘이 많이 센치해 집니다. 머리가 하얀 백지 상태라 쪽쪽 빨아들이네요. ㅎㅎㅎ

저도 정보성 가득한 글도 좋고, 재미있는 글도 좋지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좋아요.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같이 울기도하고 웃기도하고, 감동할 수 있는 글이 좋더라고요...삭막한 세상의 오아시스 같다고나 할가요 헷

그런 글들이 분명 많이 올라오는데... 머리 용량이 딸려 올라오는 피드글들을 제대로 보질 못하네요. ㅎ
머리를 한번 업그레이드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네요. ㅠㅠ

앉은 자리에서 탄력 받아 책 한권을 읽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부럽네요^^
아는 만큼 보이는게 아닌
사색한 만큼 보인다는 문구도 잘 보고 갑니다.

그래도 책 한권 완독했으니, 꼬리뼈 아프게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었던 보람이 있네요. ㅎㅎ

탄산 음료 같은 글 ^^

코크일까요 펩시일까요? ㅎㅎㅎ

자동차 여행도 그렇더군요. 빠르게 달리다 보니 다 놓치는데 어느날 거기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또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음도 그런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걸어가도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아요. 오만 번뇌와 잡음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바꿔 생각해 보면 이런 것들을 없애려고 가는게 여행의 목적중 하나일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저도요^^ 숨쉬는듯 평범하고 단조로운 글이더라도 따뜻하고 여운있는 글이 좋은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솔직히 정보성 글을 전혀 못 올리는 저이다 보니, 숨 쉬는 이야기라도 재미있고 맛깔나게 쓰고 싶은데 그 또한 쉽지 않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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