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인 척하는 아마추어 글쟁이

in #kr6 years ago (edited)

난 책중독자답게 일찍 출근해 조용한 사무실에서 독서하기를 즐긴다. 다른 직원들은 8시 40분~50분 사이에 출근을 하니, 나만의 시간이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정도 생기는 셈이다. 공짜로 얻은 것 같은 시간이다. 아침에 저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기에 생긴 시간. 난 이 공짜 시간도 즐길 겸 오전 독서를 좋아한다.

오늘 아침에 읽은 책엔 글쓰기에 대한 글이 있어서 열심히 밑줄 치며 읽었다. 특히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에 대한 글은 여러 번 읽었다. 나는 어떤 글쟁이일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대충 적어보자면 이렇다.

쇼펜하우어는, 세상엔 세가지 저술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
둘째, 쓰면서 생각하는 사람.
셋째, 생각한 후에 쓰는 사람.

첫째의 경우는 초보일 것이고, 둘째는 아마추어, 셋째는 프로일 것이다. 난 어떤 글쟁이일까? 난 프로인 척하는 어설픈 아마추어인 것 같다. 소설을 쓸 땐 굵직한 뼈대는 다 짜놓고 쓴다. 그런데 살 붙이는 건 일단 쓰면서 생각한다. 소설을 써보니 써야 써진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 생각해놓고 쓰면 얼만 좋으랴. 하지만 써야 써지는 게 소설이다.

내 첫 소설 <사랑은 냉면처럼>은 구상만 7년 정도 했는데, 쓰기 전부터 정해진 남주와 여주가 있었다. 그런데 한참 쓰다가 여주를 바꿔버렸다. 중간쯤 썼을 때, 내 내면에서 이런 감정이 요동쳤다. '여주는 걔가 아냐.' 그래서 난 몇 일 분의 내용을 삭제하고 여주를 바꿔버렸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많은 독자들이 내 소설에 호평을 해줬다.

하지만,,, 요즘 내 소설을 새로 연재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못 써도 이렇게 못 썼을까 생각이 든다. 새롭게 쓰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는 찰라 '아,,, 내가 3년 동안 이만큼 성숙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막 자랑했다. '내가 3년동안 성숙해서 3년전 소설이 너무 못 쓴 걸로 보여.'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쇼펜하우어의 저 3가지가 3단계로 보였다.

  1. 일단 생각하지 말고 쓰자
  2. 초고를 다듬자
  3. 묵힌 다음 퇴고하자

쓴 지 2년이나 지난 초고가 있다. 이제 슬슬 다듬어야 할 것 같다. 프로인 척하는 아마추어 글쟁이라도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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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글을 쓰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ㅎ
아마추어이네요 ㅎㅎ
@naha님의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저는 아마추어라 즐겁습니다. 퇴고하면 될 일이니까요. ^^

프로인 척하는 아마추어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담금질을 통해서 진정한 프로가 되겠져. 프로와 아마추어에 대해 글 끄적이다 제목 보고 동시성을 느꼈습니다 ㅋㅋ 여튼 프로든 아마추어든 나만 열심히만 하면 끝~^^

아핫,,, 맙습니다. ㅎㅎㅎㅎㅎ 예술가적 기질로 내 고집을 끝까지 지켜야 할 텐데요,,, 여기 스팀잇에선 아무래도 고래 눈치가 보인단 말이죠. ^^

글을 쓴다는게 너무 힘들고 어렵고 여럽 복합적인 부분들로인해 표현하는게 쉬운게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요 제가 sns를 스팀잇으로 처음하다보니 어디에 글을 쓰는게 처음이다보니 더 어렵드라고 두서없이 막 써내려간다랄까... 그러하다보니 요즘 글을 쓰시는분들 작가님의 대단함을 많이 느끼고 있네요 ^..^ 2년지난 초고를 다듬는다 하셨는데 화이팅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글은 쓸수록 늘어요.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랍니다. 두서없이 쓰다가도 곧 잘 쓰게 될 거예요. 소설쓰기는 너무 긴 시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해서 요즘은 쓰질 못하고 있어요. 우선 2년 묵힌 소설 퇴고부터 시작해보려고요. 응원 고맙습니다. ^^

그래도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겠죠.
프로지만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프로지만 아마추어같은... ㅎㅎㅎㅎㅎ 완전 공감되네요.
저보다도 글솜씨가 형편없는 작가도 많으니까요. ^^

저는 일단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해당 사항이 없지만 그래도 스팀잇에라도 쓰니 해당 된다고 보면 첫번째 군요. 아무 생각없이 글쓰는... 그래도 '척' 이라도 할만한 실력이면 좋으련만... 공부하면 될까요?^^ 안되겠죠?

아주 잘 쓰시는걸요. 좋은 글은 잘 읽히고, 내용만 잘 전달하면 되죠. ^^

ㅎㅎ 인용하신 쇼펜하우어 말에 따르면, 저는 50% 초보, 50% 아마추어인 것 같네요. 제가 naha님의 3단계 묵힌 다음 퇴고하기까지 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

SNS의 경우는, 글을 쓴 다음, 한두 번 더 읽어보고 올리면 된다고 해요. 뭐 어려울 거 있나요? ^^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가장 좋은 습관을 책 읽기를 가지고 계시는 군요. 조용한 사무실에서 책읽기..너무 부러워요. 저도 작은 습관 바꾸어보도록 하겠어요...외화벌어서 부자되고 싶은 dollarlove입니다. 많은 응원부탁드

창의적인 머리로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고 생각해요. 이 외에도 여행과 연극관람 등이 있어요. 책읽기는 돈이 적게 드는 습관 중 하나죠. ^^

생각을 한 후에 글을 쓰긴 하는데 생각이 너무 얕은 게 문제죠.. ㅎㅎㅎ!!! 멋진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

그래서 저는 쓰면서 생각하는 아마추어랍니다. ^^

가끔 이런 조언을 올려주세요!!
저도 여러 글들을 보면서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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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핫,,, 여기가 아무래도 글쓰는 곳이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글을 자주 올리려고 해요. ^^
열심히 올릴게요. 고맙습니다.

그래도 시작하셨으니 반은 가신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작도 못한다는 ㅎㅎ

이미 시작하지 않으셨나요?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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