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행 강연을 했던 날.

in #kr7 years ago (edited)


잘할 수 있을까?


3년전. 처음으로 강연 제안을 받았던 날.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시 생각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작가들 중에는 강연을 하며 자신을 알리면서 저서를 홍보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들도 그만큼 많다. 난 이들 중 후자에 속했다. 사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때가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남들에게 가르쳐주는 걸 평소에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 탓에 한때는 교단에 서고 싶었던 마음이 생겼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긴장감이 고조되어간다는 것에 있었다. 대학 수업시간에 발표를 많이 하곤 했지만 워낙 긴장을 많이 하던 탓에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번 제안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고, 며칠 뒤 출판사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결정한 의사를 전달했다.


“대리님. 강연할게요. 날짜는 조금 여유 있게 잡아주세요”


갈팡질팡 고심 끝에 강연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선 책에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직접 여행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이것 또한 새로운 도전이기에 극복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강단위에서 긴장감이 길게 이어지면 듣는 청중조차 집중을 못할 걸 알기에 강연내용과 더불어 긴장감을 없애는 연습이 가장 중요했다. 연습방법은 특별한 건 없었다. 가장 간단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일단 실전처럼 연습하기 위해 장난감 마이크가 아닌 실제 마이크를 구입했다. 그리고 강연 스트립트를 완성한 후 와이프를 청중이라 생각하고 마이크를 들고 실전처럼 반복 연습을 했다. 첫 연습에선 단 한명의 청중일 뿐인데 가슴이 쿵쾅되며 나의 몸은 긴장감으로 둘러싸여만 갔다. 한번, 두번, 세번.. 열번 연습이 반복되자 서서히 긴장감이 풀리면서 멘트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준비했던 멘트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애드리브도 몇 개 준비해 두었다. 그렇게 점차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제는 강연하는 날이 어서 다가왔으면 하는 기다림의 설렘이 생겼다.


강연은 저녁 8시부터 시작이었기에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퇴근 후 회사 선배와 함께 강연시작시간보다 1시간쯤 빨리 도착해서 현장 분위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긴장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심환도 준비했다. 아직까진 청중들이 적어서인지, 연습의 효과인지 긴장이 되질 않았다.


“작가님 사인하나 해줘요~”
“사진도 같이 찍어요~”


강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감사하게도 일찍 오신 아주머니 몇 분이 먼저 다가와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는 바람에 기다리는 시간조차 알차게 보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30여명의 청중들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사회자의 소개에 이어 강단에 오를 시간이 다가오자 갑자기 가슴이 쿵쾅되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제 시작이구나 하며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힘찬 발걸음으로 강단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강연을 맡게 된 앙코르와트 지금 이 순간 저자 김문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짧은 인사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다.


"이번달이나 다음달에 여행가시는 분 계신가요?"


질문과 동시에 많은 분들이 손을 들었고, 여행가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많은 정보를 드리기 위해 열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긴장했지만 5분쯤 실수 없이 이어다가보니 어느새 현장에 익숙해져 긴장감이 최소화되었다. 그때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만큼 술술 흘러갔다.

“슬슬 강의가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책 증정 이벤트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화면을 보시고 무언가를 찾으시는 분 선착순 1분에게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참고로 착한 사람눈에는 빨리보인다고 하죠~ 그럼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


강연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준비했던 캄보디아 여행 영상과 퀴즈를 통해 책을 선물로 주는 깜짝이벤트도 성공적이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준비해온 내용을 모두 소화하고, 예상되었던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막상 마이크를 내려놓으려니 시간이 좀 더 길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고 내심 아쉬움이 남았다.


"작가님~ 강연 잘 들었어요. 여행 잘 다녀올게요~!"


강연가 끝난 후,
몇 분께서 진심 어린 감사의 말씀을 주셨다. 내가 생각한 첫 강연에 대한 평가는 합격점이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준비했던 것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 쏟아 부었고 이에 긴장감도 최소화되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그렇지, 내가 아는 나처럼 알고 있는 지식을 남들에게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건 강연을 통해 다시금 입증되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하루.
처음 느껴보는 환희와 설렘.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걷을 배우고
이를 다른이에게 알리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강연장을 벗어났다.


첫 강연을 떠올리며, 문득 지금의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여행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

여기에 쓰이는 글이
빠른 스크롤로 내려가며 스쳐가는 글인지.
누군가에겐 어떤 느낌을 주는 글인지.

KakaoTalk_20180201_163404854.jpg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게 힘을 주세요.
2017.12.13


부단히 노력해야지.
지난런던 여행에 들렀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남겼던
짧은 메모 한장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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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와! 작가님 멋져요 > <!! 지금은 완전 강연 베테랑이시겠네요! ㅎㅎ

씬농님~ 감사해요 ㅎ 아마 많은 분들이 최근에 강연한걸로 착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3년 전쯤이라 시간이 제법 지난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본문을 살짝 수정했답니다^^;

즐거운 삶을 살고 계시네요ㅎㅎ

여행책을 쓰고 강연을 하신다니 멋지세요

감사합니다^^ 요즘엔 강연제안이 없어서 안한지 제법 되었네요 ㅎ 신간은 다음주에 공개됩니다!ㅎ

첫 강연! 얼마나 떨리셨을까요- 그래도 글을 읽고 있으니 아주머니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 속에 계시는 김작가 님이 상상되는걸요? :)

3년쯤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설레일 정도로 긴장했던 것 같아요~ 어머님들 때문에 힘을 얻었죠! ㅋ

그 많은 청중들 앞에서 떨지않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 부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이른바 연설가는 어느정도 타고나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보구요.
이미 munhwan님은 자신의 경험을 스팀잇으로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좋은 말씀과 힘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도움이 되는 글을 제공하도록 노력할게요^^

축하해요.~^^ 첫 강연
승승장구 하세요.

3년 전이지만 축하 감사드립니다^^

첫 강연이라 무척이나 떨리셨을것 같에여..
남들 앞에 나서기 쉽지 않은 저로서는 정말 멋있네영..

소통하고 싶어 팔로우 남기고갑니다.

오래되었지만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종종 봬요^^

책도 쓰시고 강연도 하시고 정말 멋있으십니다 ㅎㅎㅎ 어후 제가 한번 청중들앞에 서 있는다고 생각만해도 아찔하네요 ,,허휴 ㅎㅎ

저도 다시 생각하면 허휴 ㅎㅎㅎ

와 강연까지 하시다니ㅎ 멋져요!

경아님~ 감사해요. 스팀잇도 언젠가 전문가분들이 강의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ㅎ

와아 첫강연 말로만 들어도 떨립니다!(눈으로만 읽어도가 맞겠네요) 하여간.. 작가님의 글 정말 잘 보고 있어요 :)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쓸 수 있길 바란답니다-

루시아님 여행기를 보면 충분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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