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포스트'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프리퀄이다.(1)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1976년 작품이다.
명작은 시간을 의미없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몇번을 봐도, 이 영화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 작품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루고 있다.
'ㅇㅇㅇ게이트' 이런 표현에서 게이트는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나온 말이다.
권력형 비리의 대명사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워싱턴 포스트의 두 기자가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실제로 그 취재를 어떻게 기사화 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자와 언론의 관점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건의 발단부터 닉슨의 사임까지 그 과정만 해도 2년이 넘기 때문에, 2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으로 그 모든 걸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이다.
이 영화는 기자와 언론의 관점으로 선택하여 집중했고, 명작으로 만들었다.
나는 두가지 관점에서 리뷰를 써보고 싶다.
기자/언론의 관점과 권력/정치의 관점이다.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의 탐사보도 저널리즘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절정과 결말은 권력과 정치의 관점이 아니면, 사실 설명하기 어렵다.
권력과 정치
영화의 시작은 워터게이트 민주당 사무실에 침입한 절도범이 잡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들은 스스로 단순절도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단순절도범이 고용할 수 없는 수준의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지갑엔 제법 많은 돈이 있었고, 일당 중 한명의 수첩에서는 하워드헌터라는 이름이 발견됐다.
하워드헌터는 당시 닉슨 대통령의 재선위원회 실무자였다.
사건이 이정도까지 밝혀지면서 의혹은 숨길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다.
결국 FBI는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누군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CIA를 통해 FBI의 수사는 계속 방해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치적으로 간단한 질문을 할 수 있다.
누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거지?
CIA는 왜 FBI의 수사를 방해하는 거지?
CIA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사건이 축소되고 은폐되면, 누가 이득을 보게 될까?
굳이 영화나 사건을 알지 못해도 닉슨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을 거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 브래들리 편집국장는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
추측성 보도는 하지 말것!
정확한 출처의 증언과 증거를 가지고 올 것!
기자와 언론의 관점에서도 쓰겠지만, 이 부분은 추측성보도를 특기로 가지는 우리나라 기자들이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영화에서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은 많이 헤맨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중간이랄까?
이들은 베테랑 기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헤매는 게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밥우드워드에겐 '깊은 목구멍(deep throat)'이라는 정보제공자가 있었고, 사건을 취재하는 것에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RPG 게임에서 헤맬때 누군가 접촉하면,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시오!' 이런식의 조언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그가 해준 조언은 두가지다.
1.돈을 따라가라.
2.전체를 봐라.
참..밑도끝도 없는 조언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매우 정확한 조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돈을 따라가면 이 사건을 사주한 사람을 알 수 있고, 그 사주한 사람도 그 위의 누군가에게 돈을 받았을 테니 돈의 흔적을 따라가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뭔가 답답하게 막힌 상황에서 사건의 전체를 보라고 조언한다.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할 수 있는자,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자는 누구인가?
당신들이 악마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위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라는 의미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밥우드워드와 칼번스타인이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의 기여도로 따진다면, 브래들리 편집국장과 깊은 목구멍(정보제공자)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기사가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면서 사건은 묻히게 된다.
엄청난 사명감으로 이 사건을 취재한 워싱턴 포스트는 참 대단했다.
하지만 기사의 영향력은 그 노력만큼 대단했다고 보기 힘들다.
1972년의 미국 대선의 결과를 보면, 그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공화당의 닉슨은 민주당의 맥거번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선거인단 투표로 따지면, 맥거번보다 대충 30배정도의 표를 더 받았다.
그냥 게임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사의 파급력이 엄청났다면, 아무리 약한 맥거번이라도 이런 결과로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미국 국민들의 관심을 받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권력과 정치의 관점에서 리뷰를 올리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1973년 7월 상원청문회에서 닉슨의 부보좌관이었던 알렉산더 버터필드가 "당시 닉슨의 집무실의 대화는 모두 녹음되어있다."고 폭로한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닉슨이 자신의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했다면, 압도적으로 재선된 권력자를 미국 국민들은 용서해주었을지도 모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항의하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피해본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닉슨은 계속 거짓말로 상황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리고 1973년 10월 워터게이트 도청 특별검사를 해임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명령까지 했다.
그런데 법무부 장관은 닉슨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해버린다.
권한을 대행하는 부장관에게 다시 명령했지만, 부장관도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해버렸다.
언론에서는 이를 '토요일 밤의 대학살' 이라고 표현했고, 여기서 미국 국민들은 닉슨에게 마음이 떠났다고 생각한다.
설상가상이라고 해야할까?
닉슨은 기자회견에서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
"나는 사기꾼(crook)이 아니다."
한글로 번역하면 크게 문제되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이런 말과 비슷한 뉘앙스다.
"나는 뽕쟁이가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이 '뽕쟁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국민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뭐...사람이니까 그런 단어를 사용할수 있다.
그런데 공식석상에서 대통령이 사용할 언어는 아니라고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국 '사기꾼'이 아니라고 변명하는데, 국민들 마음속엔 '사기꾼'이라는 단어만 남고 말았다.
이후 닉슨의 대처는 엉망 그 자체였다.
녹음 테이프 제출하라니까 내놓은 것이 녹음 테이프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제출했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은 삭제된 기록을 제출했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판결해버린다.
이로써 닉슨의 거짓말은 모두 밝혀진다.
CIA에 FBI의 수사를 방해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인되었다.
끊임없는 거짓말과 권력을 비정상적으로 사용한 댓가로 미국 국민은 닉슨에게 완전하게 돌아섰다.
심지어 공화당마저 이제 닉슨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만약 닉슨이 깔끔하게(??) 탄핵되어 퇴진했다면, 닉슨은 지금보다 덜(??) 욕을 먹을 것이다.
닉슨의 가장 악질적이고, 양아치 같았던 부분은 탄핵가결 전에 정치적 거래와 함께 사임했다는 점이다.
닉슨은 퇴임 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임하겠다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하고 나갔다.
그런데 이게 왜 헛소리인지는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제럴드 포드의 행보를 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이 사임하면, 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통령 특별사면권이라는 게 있다.
제럴드 포드는 수사대상이 되어야 할 닉슨을 덜컥 사면해버렸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탄핵가결 전 일부 공화당의원은 이미 예상 결과를 닉슨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닉슨은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이다.
절대로 이건 미국의 이익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
제럴드 포드와 정치적 거래가 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사실 권력과 정치의 관점에서는 기자와 언론의 역할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문제제기가 없다면, 그 사건은 커지지 않는다.
'그거 잘못된 거 아닌가요?'
이렇게 누군가 지적을 해줘야 하고, 적어도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그런 역할을 했던 언론사였다.
그렇다면 과연 기자와 언론의 관점에서 워터게이트를 보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주옥같은 옛날 영화들이 정말 많네요.
돈을 따라서 보고 전체를 바라본다.
사회 현상을 볼때 꼭 명심하고 봐야겠네요 :)
맞습니다.
저도 뉴스를 보거나 어떤 사건을 판단할때 깊은목구멍이 제시한 가이드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