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s] 대단히 마뜩잖은.

in #kr7 years ago (edited)

쿵쿵쿵.
드르륵 드르륵.

자동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본다. 또 시작이네.
시계를 본다. 밤 11시. 아주 정확하군. 정확하고 규칙적인 소음은 부정확하고 불규칙적인 소음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윗집의 층간소음은 이사 온 그 날부터 시작되었다. 심야에 활동하는 나로서는 아주, 신경이 쓰이는 집구석이 아닐 수 없다. 대단히 마뜩잖다고 말하고 싶다.

윗집은 주로 심야나 새벽을 골라 운동하고 빨래하고 싸운다. 밤 11시, 새벽 4시 반. 싸움은 토요일, 일요일 밤 10시 30분부터 20분 간. 가족은 총 4명이다. 아빠, 엄마, 방학 시즌에만 오는 대학생 딸 그리고 고등학생 아들. 그 집 아저씨는 스테레오 타입의 불량배처럼 생겼고 항상 카라 깃을 세우고 다니며 굵은 금 목걸이를 한다. 집에는 자주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아줌마는 아주 말랐고 신경질적인 인상이다. 윗집 아줌마에게는 특징이 한가지 더 있는데 새벽마다 편의점에서 술을 산다는 것이다. 아들은 가끔 집에 외국인들을 데려온다. 에어비앤비는 아닐텐데. 아무렴.

윗집은 인터폰이 자주 울린다. 택배를 자주 시키는 모양이다. K문고를 다녀온 어느 날 밤, 밖에서 보니 윗집의 거실 조명 컬러가 핑크도 아닌 것이 보라색 같기도 하면서 오묘했다. 아무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층에 내리는데 복도까지 왠지 좋은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윗집이 암막 커튼을 치기 시작했다. 그 때가 8월이었는데. 혹서, 대낮, 암막커튼. 부조리하다. 아무렴.

나는 윗집 고등학생과 조만간 친해져서 그 집에 들어갈 것이라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오늘 K문고에서 산 책을 펼친다. ‘거의 모든 거짓말’.(다음 시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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