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팀잇과 채굴, 그리고 공헌과 보상에 관한 생각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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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블로거들과 작가들이 "생각이 가치가 되는 공간"이나 "1 글 1 닭"이라는 광고를 본 뒤 큰 꿈을 안고 스팀잇에 입성한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오래 활동을 하지 않고 실망감을 안고 떠나간다. 과연 왜 그럴까?

나는 우리가 스팀잇이라는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신규 유저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본다. 오랜만에 찾아온 불금에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쯤 되면 지겨울 정도로 들었겠지만 비트코인 채굴은 Proof of Work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간단히 말하면 컴퓨터로 주어진 퍼즐을 가장 빨리 푸는 사람이 알고리즘에 의해 "채택"되고 "노가다"를 인정받아 보상으로 생성되는 비트코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스팀은 이와 달리 Proof of Stake라는 방식으로 채굴이 이뤄진다. 즉, 스팀파워를 가진 사람들이 지분만큼 투표를 해서 자신들을 대표할 "증인"을 뽑은 다음 이들로 하여끔 채굴을 시키는 것이다. 다만 비트코인과 달리 증인들이 생성되는 스팀의 100%가 아닌 10%만 보상으로 받는다. 

그럼 나머지 90%는 누가 가져갈까? 일단 15%는 스팀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자"로 지급된다. 그리고 스팀 제작진들은 "스팀잇"이라는 SNS를 개발해 남아있는 75%의 스팀을 배분할 권한을 유저들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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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스팀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워진다. 컴퓨터가 퍼즐을 풀면서 "노가다"를 하는 대신 스팀잇 유저들이 글을 쓰면서 "노가다"를 하는 것이고, 알고리즘이 아닌 유저들이 직접 보팅을 통해 어떻게 보상을 나눌 것인지 "채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창작자와 큐레이터를 보상하기 위해 75:25라는 비율이 정해졌고, 창작자들은 새로 생성되는 스팀의 56.25%를 (75% x 75%) 큐레이터들은 18.75%를  (75% x 25%) 받게 된 것이다.

즉, 스팀잇의 증인들이 Proof of Stake 방식으로 스팀 채굴을 하지만, 우리 또한 스팀잇에서 글을 쓰고, 답글을 달고, 보팅을 하면서 Proof of Work를 통해 간접적으로 스팀 채굴에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팀잇은 단순히 글 잘 쓰면 돈을 받는 곳이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유저들이 생각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들이 돈을 받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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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어떤 글들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면 먼저 현재 스팀잇에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스팀잇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백만 명도 가입하지 않은 굉장히 초기 단계의 SNS다. 그렇기에 여기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은 아마 대부분 다음 중 1개에 해당될 확률이 높다.

(1) 암호화폐와 같은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얼리 어답터

(2) 시세차익을 위해 스팀에 돈을 넣어놓은 투자자

(3) 스팀 기반의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는 사업가

(4) 스팀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런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기에 트렌딩에 올라오는 글들이 대부분 암호화폐나 투자, 아니면 사회적 변화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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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라는 것은 결국 상대적인 개념이다. 훌륭한 단편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나 멋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이곳에서 많은 보팅을 받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작품이 가치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그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유저가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팀잇이 아직 베타 딱지를 떼 지도 못한 플랫폼임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2007년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UI는 지금보다 훨씬 엉망이었고 모이는 사람들도 미국 대학생들 중심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페이스북의 UI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고 모여있는 사람들도 훨씬 더 다양해졌다. 글로벌한 대기업이 만든 SNS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시작된 지 2년도 안된 새로운 플랫폼은 오죽할까.

나는 스팀잇이 앞으로 발전을 할수록 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 유저들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취향을 가진 돌고래와 고래들이 늘어날 것이고, 생태계가 바뀌어감에 따라 더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보상을 많이 받을 것이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만약 모든 유저들이 순수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된다면 트렌딩 페이지는 암호화폐가 아닌 문학과 관련된 글로 도배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 그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자생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임의적인 방법으로 큐레이션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난 kr에 존재하는 여러 큐레이션과 작가 지원 프로젝트들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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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나온 김에 한 발짝만 더 가보자. 스팀잇에서 보상을 받는 것들이 단순히 "글"이나 "작품"에만 그칠 필요는 없다. 무엇이든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유저들이 높은 가치를 매겨 줄 것이고, 고로 높은 보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 아이돌이 스팀잇에 가입을 한 다음 "이번 월드 투어를 하면서 스팀잇을 전 세계인들에게 홍보하겠습니다. 가즈아~!"라고 인증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면 보상이 굉장히 많이 찍힐 것으로 생각된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스팀잇을 홍보하는 것이 커뮤니티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라면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앱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중요한 문서를 번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뉴비들을 위한 가이드를 만드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행위조차 커뮤니티 전체에 도움이 된다면 분명 유저들에게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작정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가 커뮤니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커뮤니티도 살고 내 보상도 많이 챙길 수 있는 윈-윈의 기회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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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하락하는 암호화폐 시장을 보면서 '예전에 비트코인 가격이 쌀 때 미리 채굴해둘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비트코인 채굴은 아무나 하기 힘들다. 서버도 사야 되고 전기값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팀 채굴에 필요한 것은 우리의 뇌 밖에 없다.

스팀잇에서 지금 활동하고 계신 많은 블로거 들이나 작가들은 어떻게 보면 2014년에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시작한 얼리 어답터들과 비슷하다. 이들이 존버를 통해 결국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듯이 난 스팀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단지 스팀을 채굴하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뿐이다. 존버 정신으로 글을 하나씩 써 나간다면 가치가 쌓여 언젠가는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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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의 상승을 기원하며 내가 좋아하는 케네디의 연설문과 함께 7번에서 마무리한다.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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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대세글 보면 대부분 코인글이에요. 코인글이 가장 가치있는 곳이라는 증거지요. 그래서 신규유저 유입이 적다고 생각해요.

글로써 진짜 가치 있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스팀잇은 스파가 많은 사람이 쓰는글이 가치 있는 글이 되는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슬프기도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현실을 인정해야 발전이 가능하죠.

닭이냐 달걀이냐 문제 같네요. 코인 글이 많아서 신규유저가 없기도 하고 신규유저가 없어서 코인 글이 많은 것도 있죠.

깔끔한 정리네요. 저도 한동안 암호화폐 이야기가 대세라 조금 답답했는데 그럭저럭 적응하려고 합니다. 개척기에는 그 나름 박진감도 있으니까요.

이 글도 암호화폐 이야기에 기여한 것이라 부끄럽습니다 ㅎㅎ

7번 매우 공감합니다. 저도 비슷한 주제로 몇번 언급했었죠 ㅎㅎ 받는 것에만 익숙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기여도 많이 하면서 보상도 많이 가져가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

맞아요 아무래도 관심사가 그쪽인 사람들이 있으니깐요. 그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그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하겠죠. 저는 그래서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서 다양한 관심사의 사람들이 왔음 해요. 스팀잇 번창하랏

지금 글 올려주시는 대로 꾸준히 하면 됩니다. 존버하다 보면 방법이 꼭 나오겠죠.

쉽게 풀어쓴글이 좋네요
과연 코인에 관심없는 능력자를 누가 투자하여 키워줄지.. 투자자에게 가진 스파를 선의로 사용할지가 중요하네요ㅋ

유저 숫자가 늘어나면 스파업 하는 사람들도 더욱 다양해지겠죠?ㅎㅎ

스팀잇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탄하고 리스팀해요.

가입절차부터 인터페이스나 운영부분에서 많은 대중을 끌어들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스팀을 설명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둥그레졌다가 사이트 한번 들어와 보고는 고개를 갸웃둥하고, 가입을 시도하다말고는 고개를 젓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기획하고 실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시도이고 시간이 지나면 대중화로 갈 수 있는 여러 길이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스팀이 단순히 스팀잇이 아닌 진정한 dApp 플랫폼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합니다.

Dapp 플랫폼이란 무엇인가요?

Decentralized Application인 것 같네요. 여기 설명이 잘 나와있습니다 ^^

https://steemit.com/kr/@powerguy/13-dapp

가입절차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거 같습니다. 인터페이스의 경우 저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일이라 그리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고요.

불편한 점이 많긴 해도 그만큼 인센티브가 존재하고 재미가 있으니깐 사람들이 버티고 있는 거겠죠?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스팀 채굴은 글도 있지만, 직접 구매도 있습니다. 선점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미리 투자하는 것도 좋아요<

저도 투자하려고 돈은 지갑에 충전해 놨는데 비트/이더 시장이 워낙 엉망이라 함부로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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