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폭력

in #kr8 years ago

우리는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정신적 폭력을 당할 때가 있다.

그것은 상대의 고의일수도,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일수도 있다.

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사람 대부분은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런 대우를 당하는거겠지.
이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못났으니까 그 사람이
날 그렇게 대하는거겠지.
하고 자책을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경우가 많다.

우리가 어떠한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누구에게 어떠한 언행을 들었을 때
우리가 굉장히 소극적이 되고
우울해지고 자신이 없어진다면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 폭력을 당해서 온 후유증일 가능성이 많다.

'정신적 폭력에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에서는
그런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와
정신적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사이에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이루어지는데
가해자는 그 피해자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피해자는 나는 못난 사람이니
이 가해자가 없으면 안돼. 라고 생각해서
둘의 관계는 모종의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버린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가 되버려
가해자는 더욱 더 가해를 하게 되고
피해자는 더욱 더 피해를 당하는 악순환이
되지 않으려면

정신적 폭력을 당했을 때
내가 지금 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는 딸을 한국에서 출산하고
육개월까지 한국에서 키우다가
홍콩으로 들어왔는데
그때 시어머니와 홍콩에서 같이 지냈는데
그때의 시어머니는 나한테 이렇게 말씀 하셨다.

"남자가 똑똑하면 딸 낳고,
여자가 똑똑하면 아들 낳는다더라^^"

........

난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벙쪄서 가만히 있을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울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웃으면서 말씀하신거라
거기다 대고 갑자기 화를 내기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화를 내면 갑자기 내가 속좁은
상황이 되는 그런 상황..

결국엔 참다 참다
남편을 들들 볶아
그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고
남편이 나 대신 물어보았고

어머니의 말씀은 간단했다.

"농담이었는데 설마 그거갖고 화난거야?!"

........

정신적 폭력의 가해자들은
보통 이렇게 오묘한 방법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너무 오묘해서
반박을 하면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버린다.
가만히 있는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때린 사람이 누군데.
때려놓고 왜 그거 갖고 아프다 하냐고
도리어 성화다 ㅡ_ㅡ;

암튼,
정신적 폭력의 피해자는
내가 이상한건가..?
아니면,
내가 못났으니 이런 대우를 받겠지..
하며 자책하기 쉬운데

우리는 자책하기 앞서
이게 내가 나도 모르게
정신적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닌지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정신적 폭력을 자주 당하는 피해자도
언제든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지위나 특정한 상황에 따라
우리의 어떠한 언행은
그 상대방이 처한 상황 혹은
그의 지위에서는
충분히 다른 뜻으로 들릴 수 있으며
그것은 정신적 폭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사장인데 직원한테
"요즘 얼굴이 좋네~" 라고만 해도
그게 설사 좋은 뜻이라도
직원은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니
언행을 할 때
상대방의 지위나 상황을 미리 고려한다면
나도 모르게 내가 정신적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

회사에서 나한테 인수인계를 하는
동료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는데
그 동료는 업무 파악을 잘 하지 못하는
나를 답답해했고 나는 또 자존감이 떨어졌다.

암튼 나는 내 마음을 추스린 후에
동료에게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
당신이 못 가르쳐서가 아니라
내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
라고 나는 내 진심을 얘기했는데
그 동료는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내가 부족해 그렇다는 말)
그 말을 더 싫어했다.

난 그게 진심이었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나를
낮추는 척 하면서 우회적으로 남을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말은
이런데서 나왔을 것이다.

나의 의도는 그대로
타인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쓴 색안경(살아온 경험)을 통해서
새롭게 해석된다.

우리는 어느 때고
정신적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은 한명 한명 다 다르다.
살아온 경험이 다 다르고
유전적인 기질도 다 다르다.

인간관계의 해법은
아마도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진심.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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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다른이의 감정, 다른이의 기억을 꺼내어 아프게 할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하고 조심해야겠죠. 끊임없는 소통으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나가면 가능하리라 봅니다.

맞아요. 끊임없는 소통만이 정답이에요..!!

그리고 끊임없는 소통에는 서로의 시간과 뼈를 깍는, 서로의 상처를 후벼가는 노력이 필요하니 그 대가가 너무도 크다고(그런 대가까지는 치룰 필요가 없다고, 치루기 싫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서로 자신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 갈 길을 가야겠죠..

말한마디가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자리가 더 말수를 줄이게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자리가 더 말수를 줄인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정신적 폭력을 당하면 어떤 식으로든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아야 내 정신 건강에도 좋고 상대방을 더 이상 가해자로 만들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당하는 사람에게도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상대방에게도 서로에게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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