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부제: 자신이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의 간극, 그리고 진실)

in #kr8 years ago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발에서 시인 하상욱 씨가 나왔었다.
하상욱은 트위터에서 재치있는 시로, 많은 팔로워가 있는 인기 시인인데
호감가는(?) 못생긴 얼굴로 못친소에 초대되었다.
처음 못친소에서 그는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재치있는 말투에, 세련된 옷차림을 하고 자신있게 자신을 소개했다.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인 만큼 모든 초대된 사람들이 화장을 지우고 머리를 감고 다른 출연자들이 가져온 집에서 입는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자신의 원래 모습을 공개해야 했다. 잠시 후에 나온 하상욱은 몰라보게 초라해보였으며 (다른 초대손님들보다 훨씬) 초라해진 외모 때문인지 아까 보였던 자신감은 어느새 사라진 듯 해보였다.

못친소의 재미에도 불구하고 나는 티비를 보면서 하상욱에게 자꾸 신경이 쓰였는데, 왜냐면 그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고 유독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프로그램을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감 없는 나와 하상욱을 연결 시키면서 더욱 하상욱에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그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프로그램 의도는 재밌자고 원래 모습을 공개한건데 재밌기는 커녕 하상욱은 더 슬퍼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출연자들은 원래 모습 공개 후 더 재밌어보였다)

그렇게 하상욱은 못친소에서도 별 존재감없는 출연자로,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내 눈엔) 슬퍼보이는 모습으로 프로그램이 끝나는가 했는데...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출연자 소감을 듣고 난 후
나는 무언가가 다르게 보였다.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하상욱은 못친소 출연 소감을 말했는데
그 말인즉슨,

"못친소 출연 소감이 어떠신가요?"

"휴가 온 것 같아요."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즐거운 분위기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하상욱 때문에 다들 당황한다)

"유명해지고 나서부터 한번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어요.
항상 일어나면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어요.
다 벗어던지고 여기에서 진짜 휴가를 즐긴 느낌이에요."

...........

이 출연 소감을 듣고 난 내가 생각한 (심지어 안타깝게 생각했던)
그 자신감 없어 보이던,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 사람이 사실은 처음으로 즐겼다는, 처음으로 마음이 편했다는 사실에 참으로 놀랐다.

나는 그 사람이 자신의 원래 모습을 공개하기 전, 세련되고 자신감 있어 보이던 그 모습일 때, 그 사람이 즐겁고 즐기는 것 처럼 보였으며,
그 사람이 원래 모습을 공개 후 자신감이 없고 우울해 보였으며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오해한다.
혼자 밥 먹는 사람과 화장을 안 한 사람, 뚱뚱한 사람은 자신감이 없고 초라해 보이며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여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섣불리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반면, 회사에서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해내는 사람은 멋있게 보이고,
어느 모임에서 세련된 옷차림과 재치있는 말투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은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진다.(그러지 못하는 나는 인생을 허비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그 사람의 모습과 그 사람 자신이 보는 그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도 크게 다를 수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쉽게 단언할 수 없다.

코미디언들의 대부분은 가정환경이 안 좋았던,
불행을 겪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불행을 이겨내기 위해 그렇게 즐거워지고,
즐겁게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 우리가 보기에 인생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 사람 나름대로는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섣불리 다른 사람을 정의할 수 없으며,
또한 섣불리 정의해서도 안 된다.

못친소를 통해서 하상욱은 무거운 짐을 벗어 던졌으며
그로 인해 삶이 조금은 가벼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는 나도 자신감 넘치고 세련되었던 그 전의 그보다
소박한 그 후의 진실된 그의 모습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 전의 그에게서는 기억에 남을만한 특별한 인상을 못 느꼈는데
(그냥 그런 어디서나 흔히 볼만한 자신감에 넘치고 재치에 넘치는 그냥 그런 흔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후의 그에게서는 잊지 못할,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사람 냄새가 느껴졌다.

눈물을 흘리는 하상욱에게 데프콘이 건넨 말도 인상 깊었다.

"우리 다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다들 즐거운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지만,
즐거워야만 하는, 최고여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그런 외로운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나 사실은 이런 사람이야.
나 사실은 외로워.

이렇게 조금은 자신을 먼저 내어놓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씩 갑옷 안에 꽁꽁 숨겨놓았던
본인의 약한 모습, 원래 모습을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갑옷을 벗어던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으며,
조금 더 가볍게 쉴 수 있을 것이다.

이 말,

참 인상 깊다.

"우리 다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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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욱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군요.
전 그의 글로만 그를 만나왔네요.
그런가봐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늘 다른 사람들은 잘 사는데 나는 왜 이럴까?
이렇게 생각한 적 많은 것 같아요.
갑자기 세상 사람들이 다 따뜻해보여요 ~~~ㅎㅎㅎㅎㅎㅎㅎ

하상욱 여기서 참 인간적으로 보이더라구요 ..^^

저 말고 사람들은 다 잘 살고 다 즐거워보이더라구요..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어요..ㅜㅜ

알고보면 세상 사람들이 다 따뜻할까요??
가끔은 냉정하게도 보이지만..

근데 저를 냉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서..

어느 면에서 보느냐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보이는거 같아요~~^^

혹은 누구나 다 양면을 지니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더 크게 봐주느냐 인거 같기도 하네요..

저에게 많은 마음의 상처를 준 그... 사람을 흑흑 있다고
위로받고 싶어서
어리광처럼 아는 선배에게 일렀는데
" 너 모르고 있는게 있는데 , 그 사람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사람도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 한마디에
그 선배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흑흑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서 제가 지혜롭지 못하게 대처하다 그리 된 것도 있고. .
그때 법륜스님 알아서 좀더 지혜롭게 대처했더라면 어땠을 까??
그런생각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일이 있었기에
쬐끔은 철들은 내가 있는거야. .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 ㅋㅋㅋ

그렇습니다.

오늘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

맞아요..

저도 어디에서는 굉장히 좋은 사람
또 어디가서는 굉장히 이기적은 사람으로 평가 받아요..

사실 저는 한사람인데..

우리가 미워했던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겐 사랑 받는 사람이었겠죠..

그저 우리와 안 맞았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봐요.. 우리를 싫어한 누군가가 있었다고 해서 우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듯이...

오늘도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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