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망했어
옛날 중국의 장자는 꿈에서 깨어난 뒤 자신이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자신이 된 것인지 구별하지 못 했다고 한다.
모든 것은 다 순조로웠다.
나는 원하는 학교를 나왔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열애 후 결혼했으며 귀여운 아이 둘을 얻었다.
가끔은 내가 이런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인지, 행복을 느낄 때마다 딱 그만큼의 불안이 따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것은 그저 배부른 자의 투정 정도로 스스로를 위안했다.
나날이 나는 평안을 느꼈고 또 가끔은 이 세상이 우습게 보이기도 했다. 어른이 아이 장난감을 보고 코웃음을 치듯이 너무 쉽게 그저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혹은 가상세계에서 내가 아바타 마냥 활동하는 것처럼 그저 모든 것이 장난 같을 뿐이었다.
참으로 웃긴 노릇이지. 막상 물 안에 들어가면 죽어라 숨이 막혀 살려달라 허우적댈 거 면서, 물 밖에 서서 눈에 비치는 햇살과 물고기를 보며 내가 물고기의 심정을 아는 것 마냥 행동하는 꼴이니.
뭐, 어찌됐건, 하루하루는 그렇게 흘러갔고 나는 언제 끝날지 조마조마한 그 행복의 뒷자락을 붙잡고 그 여운을 누리고 혹은 감당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따가운 햇살이 게으른 나의 눈을 뜨게 했고 나는 여느 때처럼 침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굴러다니며 우두둑 소리가 나는 관절을 펴고 있었다.
“지현아, 일어나!!”
‘낯익지만 왠지 낯설은 이 목소리.. 누구지?’
침대에서 개구리처럼 대자로 채 펴지지 않은 관절을 피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누가 갑자기 들어온다.
‘엥? 엄마네?
근데 엄마가 왜 갑자기 우리집에 있지? 엄마는 한국에 계시는데….’
나는 국제결혼 십년차로 현재 홍콩에 살고 있다.
‘이상하네.. 엄마가 왜 갑자기 오셨지?’
“엄마~^^ 언제 왔어? 난 자느라 엄마 온지도 몰랐네~~ 손주들 보고 싶어서 급하게 오신 거예요? 내가 안 그래도 애들 데리고 한국 또 들어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선수 치셨네~~ㅎㅎ”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엄마)
“얘가 자고 나더니 꿈을 꿨나 보네~~ 빨리 일어나! 밥 식겠다. 엄마 아침에 손님 약속 있어서 나가봐야 돼.”
‘… 손님? 홍콩 왔는데 무슨 손님?’
엄마는 사십 년째 한곳에서 미용실을 하고 계시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끼니도 거른 채 그렇게도 열심히 손님들의 머리를 해주셨더랬다.
‘엄만 홍콩에 나 말고 아는 사람도 없는데 더구나 왠 손님? 엄마야말로 방금 자다 일어나셨나?? 음…’
왠지 머리가 멍해진다. 지끈지끈 갑자기 머리 뒤통수 한구석이 당겨오는 듯 하다.
“암튼 밥 차려 놨으니까 밥 먹어~~ 엄마 약속시간 다 돼서 나가봐야 돼~~ 저녁엔 일찍 들어 올게!”
‘역시 친정엄마가 좋다… ^_^ 역시 엄마 찬스를 써야 해~~ 애가 둘인데 내가 언제 이렇게 누가 차려주는 밥을 먹어 보겠어~~애 생기니까 진짜 누가 차려주면 개밥이라도 한 그릇 뚝딱 비울 판인데.. 엄마가 갑자기 왜 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 굿~!ㅎㅎ’
(끄응~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다.) 나이가 들수록 왜 이리 일어설 때 힘겨운 소리를 내는지 모를 일이다.
(방문 밖으로 나선다.) 낯설지만 또 왠지 낯익은 환경…
‘응? 뭐지? 우리집이 이랬었나??’
(멍~하니 여기 저기를 두리번대는 지현. 몽유병 환자가 슥~하고 무언가에 이끌려 걸어가듯이 화장실 문이건, 베란다 문이건 한번씩 다 열어본다.)
‘… 음… 뭐지?-_-?? 여기 어디??’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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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이번 생은 망했어: 그 첫 이야기> 는 완전 픽션입니다.
흠.. 갑자기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떠오르기도 하고,
예전에 이휘재씨가 했던 '인생극장'의 '그래, 결심했어!!'라고 말하는 장면도 떠올라요 :) 또 다른 선택, 또 다른 인생! 어떨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
<이휘재씨가 했던 '인생극장'의 '그래, 결심했어!!'라고 말하는 장면도 떠올라요>
송블리님도 국졸이시군요..
하이루~ 방가방가~~
ㅋㅋㅋㅋ 픽션이었군요...
아악 제대로 낚였다... ㅋㅋㅋㅋ
몰입해서 읽느라고.. 에이 설마 메스님이 사실 홍콩에 살았고, 애 둘 있는 것도 이제까지 뻥 치신 것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도 들면서 열심히 읽었는데....
픽션이라니..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까지 뻥 치신 것은 아니겠지?>
아..ㅋㅋㅋㅋㅋㅋ 뻥을 이리도 오래 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홍콩에 있어서 망한 걸까요, 한국에 있어서 망한 걸까요... 궁금...ㅎㅎ
아마 남편 만나서..
늦은시간까지 창작활동중이시군요 메가동무
아이고
우리 양아들 안 주무시고 뭐하십니까
ㅋㅋㅋㅋㅋ령동무 요새 티비 자주 나오더군요. 저는 통일 한국의 미래에 대해 고민중이었습죠..
다음 편이 궁금하군요.
추측은 되지만....
아...어떻게 된 거지??
하면서 읽다가 픽션이라는 문구에 뜨억!
2편이 궁금해요 메가님!!!!!!!!
소설을 쓰셨군요. 전 진짜 얘긴줄알고 ㅋㅋ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헤메이며 글을 읽었네요.ㅎㅎ
오호, 쏙 빠져들었네요ㅎㅎ 실화인가, 하고 보다가 반전! 다음 얘기 궁금해요^^
술술 읽다보니... 2편에서 계속....!
기다려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