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은가요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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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이런 얘기를 했다.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까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어."

나는 생각해보았다.

나는 과연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물론 아니다.

행복하지 않았고 자유롭지 않았다.
인생의 의미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려 하지도 않았고
목적지도 모르는 채 누군가가 모는 대로 그저 이유없이 불안하게 달렸다.

그렇다면 인생의 꽃이라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은가.

20대 때는 나름 재미있게 많이 놀았고 친구도 지금보다 많았고 나름 목표를 가지고 몰입했던 시간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의 신랑과 불꽃같은 아프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나눴던 말 그대로 내 인생의 꽃 같은 봄날이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노"

지금이 더 좋다.

그때만큼 재밌게 놀지도 못 하고 친구도 그때만큼 없고 큰 목표로 몰입하는 것도 없고 신랑과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더 좋다.

지금보다 더 젊었던 그때는 이유없이 흔들리고 불안했다.

나이가 들면서 예쁜 봄꽃같은 느낌은 조금 사라졌을지 몰라도 덜 흔들리는 내가, 조금은 더 굳건해진 나무가 된 것 같은 지금이 좋다.

딸아이를 낳았던 그때,
그때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이 금방 지나간다는 것을.

그 당시 친구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기가 커가는 게 너무 아쉬워."

나의 예상대로 아기는 금방 컸고 이제 그때의 모습은 그저 내 기억 속에, 평면 안의 사진 속에 아련히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당시 아기는 나에게 지금 죽어도 좋을만큼의 행복을 선사했고 그 행복은 역시나 내 예상대로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럼 그 당시로 돌아가고 싶냐고 나에게 또 묻는다면.

안 갈거다.

지금이 더 좋다.

그때처럼 세상에 막 나와 꼬물거리며 나에게 기적을 하나씩 보여주던 강렬한 기쁨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는 지금도 나에게 하루하루 작은 기적을 보여주고 너무나 강렬하지 않은 지금의 작은 기쁨들이 이제는 더 좋다.

그러고보면 삶이란 공평한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덜 행복했고 덜 가졌던 자신이 불공평하게 느껴졌다면 최소 그 과거가 너무나 그리워 현재가 불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미친듯이 행복했고 화려했던 시기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시기로 인해 그 나머지 인생은 그저 과거를 그리워하며 불만족으로 내내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역시 행복한 인생이다.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미친듯 행복했다면 그것은 나머지 인생이 설령 불만족스럽게 느껴질지라도 그만큼 인생의 절정기를 잘 누렸다는 뜻이니.

나처럼 딱히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진 사람도 그 역시 행복한 인생이다.

앞으로 더 행복할 일만 남았으니.
행복했던 과거만 그리워한 채 현재를 불만족스러워 할 일은 없으니 말이다.

후회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램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누군가는 여전히 계속 찾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미 그 방향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다.

그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후회없는 삶' 이란

아마도

"과거도 좋았지만 지금이 더 좋아."

"미래도 좋을테지만 그래도 지금이 더 좋아."

라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왜냐면 우리는 지금 현재에만이 우리의 모든 감각,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그저 우리 기억 속에 있고
미래는 그저 우리 상상 속에 있기에.

우리가 만지고 몸과 마음으로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지금 뿐이기에.

지금.

지금.

우리에게는 오직

'지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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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위에서 알아주는 과거집착형 인간인데요(ㅋㅋㅋㅋㅋㅋㅋ)

과거를 온전한 상태로 기억하는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억이 취사선택되고, 그렇기 때문에 기억이 미화되서 끊임없이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메가스포어님 덕분에 오늘부터라도 '지금' 나의 행복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방금 냉장고에 있는 탕수육을 데워먹었답니다..... 이거 맞는 거죠?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나의 '탕수육'

저와 정말 비슷하시네요. 사람들이 그때가 좋았다며 과거를 회상할때마다 저는 '지금이 더 좋지 아니한가?' 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 경우는 아마 남들에 비해 그다지 넉넉했거나 행복한 시절을 보낸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인거 같습니다. 저는 항상 지금이 과거보다 좋더라구요.

"과거도 좋았지만 지금이 더 좋아."

이말은 기꺼이 할 수 있지만,

"미래도 좋을테지만 그래도 지금이 더 좋아."

이런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릉 왔으면 좋겠네요. 저는 아직 미래가 더 장미빛으로 그려지는거 보면 현실에 만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나봅니다. 좀더 내공을 키워야겠어요 ^^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남은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제게 좋은 글이란 내 마음을 누군가가 이렇게 멋있게 표현해 준 것이죠. 감사합니다.
"지금 이대로 쭉~"

막상돌아가도 크게바뀔건없는것같은..ㅋㅋ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ㅎㅎ

기억과 상상의 가운데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래서 즐겁고 행복하고 의미있는것 같습니다.

오전부터 좋은 글로 하루를 시작하네요.
고맙습니다 Star~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한번씩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은 누구나 있는 것 같네요. 저도 물론 여러번 그런 생각을 했었구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지요.. 과거의 좋은 추억만을 생각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는것이 제일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요즘 유머가 좀 약해지는 시기인듯 하네요 ㅋㅋ

예..유머가 약해지신 듯 합니다..

팍상한 사진을 다시금 올리실 때가 된듯……

네 ㅎㅎ 요즘 친구가 들어와있어서 몸도 피곤 마음도 피곤해서 그런가 싶긴 하네요 ㅋㅋㅋㅋ 아재개그가 부활하는 그날을 고대해 봅니다 ㅋㅋ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는 말씀이 어떤건지 알것 같아요~~ 저도 한국에서 친구들이 온적이 있었는데 반갑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가족이 아닌 이상 신경 쓰다보니 몸도 마음도 피곤해지더라구요~~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아재 개그도 부활하리라 예상합니다~~~^^

아 네 ㅎㅎ 아 이거 megaspore님에게만 보여줄 수 도 없구 ㅋㅋㅋㅋㅋ
노력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전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한 번 경험하고 현재로 돌아오고 싶어요! 이를테면 처음으로 눈을 본 날, 처음으로 키스를 한 날 이런 식으로요. 그 때의 설렘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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