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게 된 이유

in #kr5 years ago (edited)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들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본다.

지금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내가 좋아하는 것)을 세가지만 꼽으라 하면,
첫째, 글쓰기 둘째, 남편 셋째, 아이들.

이 세가지는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고 해도 삶에 큰 여한이 없을 정도로 나에게 의미와 만족과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던(주고 있는) 것(존재)들이다.

나는 왜 이(것)들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왜? 도대체 왜일까.. 그저 습관적으로 운명에 이끌려서? 아니면 그냥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으니까?

내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면 나는 나에게 남은 짧은 시간동안 무엇을 하기로 선택할까. 무엇을 해야 이제는 더는 삶의 기회가 없을 나에게 후회가 없을까.

아마도 그것은 나의 인생을 회고하는 글쓰기를 하고, 나의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서로 포옹을 해주며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내 생의 마지막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것)들에 그토록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 사람은 왜 어떤 것은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하는 것일까. 왜 어떤 것엔 의미를 느끼고 어떤 것엔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 글짓기 대회에서 자주 상을 받았으나 글쓰기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 나의 글이 교지에 실린 것을 마지막으로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아기를 업은 채 글쓰기를 시작했다.

우연히 첫째 아이 출산후기를 엄마들 카페에 올리고 기대치 못한 폭발적인 반응(내 느낌에..)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내 생활과 느낌에 대해 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는 내 전 생애(?)에 관한, 나의 인생을 말하고 나의 상처를 말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드러내고 공감 받자, 나의 깊은 줄만 알았던 상처는 서서히 아물게 되었고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글쓰기란 나에게 가장 의미와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일이 되었다.

두번째, 나의 배우자. 애증의 그 사람, 나의 남편.

내가 원래 이상형으로 꿈꿨던 사람은 다정하고 유머가 넘치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무뚝뚝하고 유머가 없으며 차갑고 거만한 기운을 솔솔 풍기는 이런 사람을 평생의 반려자로 선택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신기한건 왜 나는 이 사람을 떠날 수 없게 되었을까. 도대체 왜. 왜일까..

상처를 잘 받는 내가 상처를 잘 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의 끝까지 보여야만 했던, 그래서 내가 내 자신에게 실망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국적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이런 사람을 나는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사람이란 참 신기한 것이다.
딱히 예측하거나 기대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나도 나를 잘 모르는 게 분명하다. 내가 나를 잘 알았다면 왜 이토록 좋아하는 글쓰기를 진작부터 시작하지 않았으며 왜 내가 원하는 유머있고 따뜻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가 말이다.(내가 인기 없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쓴다.

“그것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딱히 다른 말로 표현하기엔 본인도 이해할 수 없기에 이런 말을 쓰는 것이겠지.

세번째,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찾아온(듯한)나의 천사들.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너무나 진부하여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아이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어찌 보면 나를 찾아온 날부터 나는 그들로 인해 힘들어지지 않았는가. 내 시간은 없고 항상 피곤하고 또 그들의 알 수 없는 투정에 내 인내심을 시험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왜 그들은 이토록 나에게 의미를 가져다 주는가. 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서? 아니면, 애기들은 귀여우니까? 그것도 아니면 원래 모성애는 타고나는 것이니까?

아마 이 이유들이 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아닐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위의 세가지(글쓰기, 남편, 아이들)는 바로 그(것)들로 인해서 내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에 받아들여지지 못한(줄만 알았던)나는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너는 괜찮은 사람이야”)을 받으며 내 존재가 드디어 받아들여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남편을 통해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또 내 존재를 긍정하게 되었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나에게 무한한 사랑의 눈빛을 보내며 무엇보다도 내가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이 세가지는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나 주제에. 감히 내가..?’라는 느낌을 가지게 했고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은 처음에는 너무나 어색하고 신기하고 과분하고 황송하며 그래서 피하고 싶을만큼 황홀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세가지로 인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나의 삶에 의미가 있었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여준 사람들에게 나도 그들이 나에게 준만큼 기쁨을 주고 싶고 보답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그들로 인해 더욱 더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함께 발전하고 사랑하고 손잡고 나아가고 싶다.

누군가를 받아준다는 것. 받아들여진다는 것.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거창하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피곤에 지친 누군가에게 환한 미소를 보낸다던가.
커피 한잔을 건넨다던가. 요즘은 좀 어떠시냐고 진심으로 그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것, 사소한 칭찬을 건네는 것, 작은 친절로도 그 누군가는 받아들여졌다고 느낄 수 있다. ‘아, 나도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는 아니구나. 나도 소중한 사람이구나.’하고 말이다.

우리는 이 세상 모두를 받아들일 필요도, 또 다 받아들일 수도 없다. 우리는 운명처럼 어떤 작은 한 부분에 속하여 살게 되며, 그 작은 세상 속에서 거대한 삶의 의미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에게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배척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록 나의 사람들은 아니나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나의 사람’인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지구상에 발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동지이다.

그리고 ‘받아들여진다는 것’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긍정적인 받아들임과 부정적인 받아들임을 구분하고 싶다. 긍정적으로 타인을 받아들여주는 것이 있는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의 받아들임도 있다.

예를 들면, 타인의 교묘한 폭력(정신적 폭력 포함)을 그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겠지만,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을 가져온다. 악은 더 큰 악을 불러들인다.

받아들여주면 그것이 용인되는 것으로 여기고 점점 더 한다. 긍정적인 받아들임이 사람을 살리고 무기력했던 사람을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부정적인 받아들임도 마찬가지로 그 부정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힘이 있다. 부정적인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그것은 더 강화되고 힘이 커진다.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부정적인 기운이나 행위를 전하고 있다면, 물론 상대방의 잘못이지만 나는 그 행위를 알게 모르게 계속 용인했을 것이다. 받아들여줬기에 그 행위가 계속되는 것이다. 두렵더라도 언젠가는 맞서서 나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

긍정적인 받아들임은 긍정적인 효과를 강화하고 부정적인 받아들임은 부정적인 효과를 강화한다.

내가 오늘도 웃으며 살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졌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오늘도 행복했던 것은 온전히 내가 잘나서, 나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고마운 타인들, 내 사람들 덕분이다.

그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온전히 내 덕으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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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던 싫던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겠지요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가며..

내가 오늘도 웃으며 살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 너무 좋네요. 웃을 일이 많이 없는 나날에도 이 생각을 하면 한번이라도 웃는 게 참 고마울 거 같아요. 저에게도 나에게 사랑을 보내주는 사람들에게도.
저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길 ^^

미술관님의 포스팅을 보며 추억에 잠겨 웃음 짓곤 합니다..^^

자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시네요...
어릴때부터 글쓰기를 잘 하셨군요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면 늘 관절이 펴진 그림을 그리죠
즉 팔과 다리가 굽혀진 그림을 못 그림니다
우리는 글을 쓸때 보이는 시선에서 보이는것에대한 글을 쓰는데
늘 내안에 성찰을 하네요
홧팅!!입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군요.
저도 항상 겸손하자는 주의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 모두를 받아들일 필요도, 또 다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배척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누구에게나 완벽한 사람은 될 수도 없는거 같아요 ~ 굳이 적으로 만들 이유도없고 거리를 멀리 두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 적이 저를 힘들게 할때는 아마 저의 일정 부분 어느 정도 성장하게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버텨야죠! ㅎㅎㅎ
요즘동화책핫하던데 동화책 만들어주세요~

오랫동안 보아 왔었는데요.
좀 더 호흡이 긴 글을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소설 같은 것 말이이죠
재능이 있으시니...

올드스톤님의 댓글 정말 오랜만이네요!!!

안 그래도 소설 창작에 관심이 생겨서 요즘 소설 습작도 가끔씩 해보고 있어요 ㅎㅎ 소설 쓰기에 관련한 책도 보고 있구요~~ 앞으로는 호흡이 긴 소설 같은 것도 포스팅으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올드스톤님 댓글 너무 오랜만이라 참 반갑네요 ㅎㅎ

조용히 있으면 호구로 보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보자보자하며 보자기로 보는게 우리네 인간들인 것 같아요. 저도 악을 더 악하게 하는 선이 있다고 봅니다. 꿈틀대고 드러낼 줄 알고 소리를 내는 선으로 악을 잠재울 수 있다고 봐요. 행복해 보이셔서 보기 좋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보자보자하며 보자기로 보는게 우리네 인간들인 것 같아요>

키위파이님도 국졸이시군요...

세번째, 나를 구원해주기 위해 찾아온(듯한)나의 천사들.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너무나 진부하여 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아이들.

이 글귀를 보고 부모님이 생각나네요. 전화 한 번 드려야겠어요. 제가 어렸을 때, 얼마나 사랑하셨을 지를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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