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

세상엔 불편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내가 불편해 하는 그런 사람들은 역시나 나를 부담스러워 한다..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다. 내가 그를 좋아하면 그도 나를 좋아할 확률이 크고 내가 그를 싫어하면 그도 은연 중에 그것을 느끼고 나를 싫어하게 마련이다)

나는 13년전 유학을 하던 중국 항주에서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훗날 남편 때문에 또 같은 학교로 교환학생 신분으로 갔다) 처음에는 그렇게 그가 비호감일 수가 없었다.

무언가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와 말투, 뇌에서 한번 걸러주는 거름망 없이 바로 나와주는 그의 직설적인 말칼.

게다가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나는 그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나만 이유없이 그에게 당하고 있다는 억울한(?)느낌이다.

나는 분명 그에게 예의있는 태도를 갖췄고 최선을 다해 미소를 지었으며 그를 배려하려고 노력했으나 왠일인지 그는 너무나 나를 함부로(?) 대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그런 태도에 나는 그가 나란 사람을 싫어하는 줄 알았으나 나의 중국친구가 “그 남자(지금의 남편)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 같던데..ㅎㅎ”라며 나한테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길래

나는 “뭐?! 말도 안돼.. 니가 뭘 착각한거겠지...”라고 말했고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에게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ㅜㅜ) 꽃다발과 함께 비 내리는 학교 캠퍼스에서 분위기 있게 고백을 받았다.

그런데 연애를 시작하기 전부터 나한테 한다는 말들은 이런 식이었다.

“너 영어 진짜 못 한다”

(내가 영어 못 하는데 니가 뭐 보태준 거 있냐)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한 이후에도 이런 식의 듣기 싫은 말은 계속 되었다.

“너는 뚱뚱하고 예쁘지도 않지만 마음이 착해...”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

“너한테 이런 화장은 안 어울려”
(너한테 잘 보이려고 공들여 한 화장인데)

“너는 웃을 때 너무 오버하면서 웃어”
(내 입 갖고 내 맘대로 웃지도 못 하냐)

암튼 이런 식의 그의 말칼에 크고 작은 상처를 많이 받은 나는 여러번 헤어지려고 굳게 다짐했으나 헤어지려고 결심할 때마다 그가 간절한 눈빛을 보내왔기에 나는 결국 이 모양(?)으로 그와 계속 같이 있다...

그와 결혼을 하고 시어머니와 한집에서 오래 지내는 날이 많아졌는데 그때 느낀 것은 남편은 시어머니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았다는 것이다.

(대신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시아버지는 부드러우시고 세상 착하신 분이다)를 반반씩 닮아 그런지 자기 엄마의 말칼과 자기 아빠의 선량함을 동시에 지녔기에 남편은 시어머니의 업그레이드 버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편의 직설적인 성격도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나로서는 감당하기가 버거운데 한집안에 저런 사람이 두명이나 있으니 정말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사람들하고 살면서 기도 못 펴나..’라는 인생에 회의가 들기도 했다..

나도 살기 위해 그 말칼을 지닌 사람들과 좌충우돌을 오랫동안 겪었고 이제 결혼 9년차에 접어든 지금 기 죽어있던 나는 이제 나름 그들과 함께 온전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멘탈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 비결은 그런 불편한 사람들과 매일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불편한 것이 있다면 불편하게 계속 그것과 함께 하면 된다. 나중에는 불편해지지 않겠지? 아니다. 계속 불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이 있어 행복을 느낄 때도 있을 정도로 ‘덜’ 불편해지는 것이다. 불편함을 왜 감수해야만 하냐고? 그것을 통해서만 내가 얻을 수 있는게 있으니까.
그것으로 얻는게 더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