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

in #kr7 years ago

1일1식이 유행한 적이 있다.

1일 1식을 해서 건강을 유지한다는
일본의사가 쓴 책을 읽고 나도
한동안 시도를 해보았다.
건강에는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오래 하기는 힘든 습관이더라..

그런데 또 다른 데선 사람은 규칙적으로
세끼 식사를 해야 건강하고 아침식사는
건강에 필수적이라고 한다.
(1일 1식에서는 사람은 공복시 젊음의 호르몬이 나오고 건강해진다며 밤새 공복에 이어 아침도 거르기를 추천(?)한다)

어느 책에서는 건강을 위해서는
유산소보다는 근력운동만 해도
충분하다고 하고,

또 오프라 윈프리의 트레이너가 쓴 책에서는 유산소를 그렇게 강조한다.

일찍 일어나 먹이를 잡는 아침인간형 자세로 성공을 하라는 자기계발서가 유행하는 듯
하더니,

또 요새는 느림의 미학,
게으름을 찬양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인맥이 성공의 큰 비결인 것처럼 강조해서
인맥 관리에 대한 책이 한창 유행하더니

요즘엔 또 고독의 가치에 대해
논하는 책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성공하는지에 대해 그렇게
많은 비법을 담은 책이 쏟아져 나오더니,

요즘엔 어떻게 행복해지는지가
관건이다.

또 육아법도 예전에는 엄하게 교육시키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의 육아법은
대부분 자율성을 중요시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며
친절과 말솜씨를 강조한 책이
유행하는 듯 하더니,

이젠 또 까칠해지란다.

불교에서는 '수처작주',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하며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노자 사상에서는 코끼리가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자세로 늘 '손님'의 자세로 모든 일을 대해야 한다고 한다.
주인의 자세로 모든 일을 대하면 너무
대범해져 경박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강의를 듣고
쉴새없이 정답을 찾아 헤매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헤매면 헤맬수록, 알면 알수록,
정답은 커녕,
더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노자사상에서
그 열쇠를 찾은 듯한 느낌인데,

그건 바로

'경계에 서라'

는 것이다.

세계는 대립면의 공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대립면의 긴장으로 이루어진 것이 세계라는 것이다.

도덕경 39장에서는

'하늘이 끊임없이 청명하기만 하려고 하면
장차 무너져 내릴 것이다.
계곡이 끊임없이 가득 채우려고만 들면
장차 말라버릴 것이다.
만물이 끊임없이 살려고만 하면
장차 소멸하게 될 것이다.
대립면의 긴장을 무시하고 한쪽 방향으로 나아가려고만 한다면 화를 부를 것이다.
그러므로 고귀함은 비천함을 뿌리로 하고
높음은 낮음을 기초로 한다.'

경계를 확실히 하려 하지 말고
그 모호함을 품어야 한다고 한다.

경계에 서야 한다고 한다.

모호함을 품고
경계에 서서
보여지는 대로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세상을 살면 살수록 알게 되는 것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을 믿자.

어차피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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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우유부단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답답하다 느꼈는데, 이 글을 보니 마냥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볼 때 그 양면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기에 자석의 N극과 S극을 한번에 끌어안을수 있는가봅니다. 그런가보다.. 하는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저는 아직 한쪽에 치우친 삶이 좋은 것 같아요. 게으르고 느긋한 삶, 자신에게 여유를 주는 삶.

인생에는 정답이 없는데, 왜 우리는 그토록 정답을 찾아 살아만 왔던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인생이라는 큰 배의 조타석에서는 키의 방향을 '정답'을 찾는 쪽으로 설정할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는 쪽으로 설정해야겠죠.

아, 그러고보니 모호한 거 하나 알 것도 같네요. 피곤한데 행복하다. 졸리는데 자고싶지않다.

졸린데 자고 싶지 않은 것이 우리가 매일 직면하는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모호함인 듯 합니다..

하나 더 있어요! 배부른데 계속 먹고싶다.

치맥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시군요..

죽은 가축을 튀겨서 뜯어먹는 해괴한 장면을 사진으로나마 생생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퇴근후 맥주를 마시며 자판을 두들기는 제 모습을 돌아보니 그닥 좋지 않은 광경일 것 같아 자제합니다..

네.. 잘 생각하셨어요..

저도 그닥 생생하게 보고 싶진 않았습니다..

ㅋㅋㅋㅋ솔직해서 넘나 좋은 메가님 😂

ㅎㅎ
저는 제가 눈치만 보며 사는 스타일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나름 억울하게 살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저보고 너 참 솔직하다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예를 들면, 대학 학과 사람들끼리 북경으로 한달 연수를 갔는데 학과 학생끼리 모임이 있었어요.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 다 같이 모이는 모임은 참가하길 꺼리거든요. 그래서 안 간다고 거절하고 기숙사 방에서 얼굴에 팩 붙이고 누워 쉬고 있는데 갑자기 방에 후배 녀석이(남자) 들어닥치더니 xx선배(욕한거 아님) 방에서 팩 붙이고 있다고 나가서 동네방네 다 소문 내고 다니는거예요.. 저는 제가 모임 안나가고 팩 붙이고 있는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줄 몰랐는데 진짜 어쩜 이럴수 있냐는 듯이 나가서 온 학과 사람들한테 다 제 얘기를 하고 다녔어요...(종간나...)

그렇다면 제가 사람 눈치를 본다는건 아마도 그저 저만의 착각이었던 듯 합니다... 알고보니 할말 다 하고 속편히 사는 사람이었는데 혼자만 피해자 코스프레 작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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