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쬐는 일

in #kr2 years ago

햇빛을 쬐면서 글을 쓴다. 햇빛 쬐는게 잠도 잘 잘 수 있게 하고 기분도 좋게 만든다고 하니.

언젠가부터 글도 좀 교훈있게 쓰려고 그럴듯하게 쓰려고 하게 됐다. 그러니 왠만한 글감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편하게 내 맘을 그저 털어놓는 글은 안 쓰게 되었다.

글을 쓸때 사람들이 반응해주는 걸 보고 행복했던 기억. 드디어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중요한'사람이 된 것 같은 벅참. 그런 기분이라면 나도 좀 오래 살고 싶은 느낌.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잘 자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빠가 욱해도, 엄마가 게으르고 문득문득 갑자기 우울하거나 화나거나 변덕을 부려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내가 그저 이렇다는 것을, 내가 이런 것도 받아들여주면, 내가 이럴만 했음을, 나를 받아들여주면 모든게 좀 더 낫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이러니 그러는 너도 이해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가 있어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
그렇다면 나의 부족은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이해할 수 있는 시작이 된다. 나의 외로움은 다른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는 기초가 된다.

어떻게 살아야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이젠 너가 있어서 고맙다는 걸 늘 마음에 새기면, 행동은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나오겠지.

사랑이 뭔지는 몰라도, 그 안에 고마움도 꼭 포함되는 것 아닐까. 나한테 잘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 너와 함께 한 즐거운 시간에 대한 고마움.

고마움이 있어도 꼭 그 고마움이 표현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말투나 눈빛에서 내 작은 손짓에서 그 고마움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나 사실은 당신이 있어서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
표현하기 쑥스럽지만 고맙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나랑 상관없어 보여도 고마운 사람들은 많다. 길거리 청소해주는 할아버지도 고맙고, 내가 못해주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 선생님도 고맙고, 지지고 볶고 별의별 얘기로 서로 상처를 주었어도 날 떠나지 않는 남편도 고맙고, 나랑 상관없이 옆에서 잘 현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고맙다. 아 시간을 저렇게 보낼수도 있구나 그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 나랑 상관없이 슬픈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하지만 그것도 고맙다. 나만 이런건 아니라서, 사실 나보다 더 슬픈 사람들도 많고 나 정도는 껌(?)이라는걸 알게 해줘서 그를 위로하는 척 하면서 내가 되려 위안을 얻는다.

그러니 너의 기쁨도, 너의 슬픔도, 사실 그냥 너가 어딘가에서 살아숨쉬고 나처럼 오늘을 살고 있다는 그 느낌 자체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글을 쓸 공간이 허락되고,
고맙게도 봐주는 사람이 한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그러니 이 공간을 허락해준 당신,
나에게 역할을 만들어준 그들,
이 모든 것이 사실 고마운 것이다.

고마움이란 단어만 생각해도 마음의 무엇이 녹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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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 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록 그 어떤 이유로 시작하게 되었던간에
글을 쓰고 감정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그것은 그 어떤 가치로도 평가할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고마운 것이죠.
저의 마음도 살짝 녹아내리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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