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일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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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가 이런 말을 했다.

남한테 이쁨받고 싶은 마음을 버리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고,
그러면 상대적으로 약자(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화를 풀 일이 없다고 했다.

법륜 스님은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는다는 질문자에게
이런 답변을 해주셨다.

질문자 왈: 저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가올 때
"아 나에게 또 힘든 일이 찾아 왔구나....."
생각하며 이 일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생각해요.

법륜 스님 왈: 질문자 분은 그 출발점이 잘못 됐어요.
"아 나에게 또 힘든 일이 찾아 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 됐어요.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 나에게 또 재밌는 일이 일어났구나..."

              그 출발점이 잘못됐기 때문에 질문자가 
              스트레스 받는 거예요.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 나에게 또 재밌는 일이 일어났구나..."

나는 올초에 홍콩에 있는 한 한국 물류회사에
잠시 스쳐지나 간 적이 있는데(두달반 일함)

이런 사무직의 회사 생활은 대학 졸업 후 아주 오랫동안
안 해봤기에 (결혼 후에 내내 한국어 강사 파트타임만 해옴) 오랜만에 하는 이런 갑갑한 생활에 참으로 적응이 쉽지 않았다.

숨만 쉬어도, 내가 스트레칭만 해도,
"아까 말한 일은 다 끝냈어요? xx(내 이름)씨?" 하는 내 바로 한뼘 옆에 딱 붙어있는 한국인 여자 차장님..

나는 이 갑갑한 분위기가 싫어 화장실에서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의 갑갑함을 해소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차장님이 나의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한다는 것을 알고는 나는 나의 피신처마저도 잃어버리게 되었다...

나의 가슴 속 터질듯한 답답함은 나날이 심해졌으나
그럴수록 다른 동료들에게 일부러 더 친절히 대하고
그 동료들과의 친목을 통해서 나는 이 터질듯한 갑갑함을,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 풀어내지 못하는 나의 분노를 다른 이들과의 유대감으로 이겨내려 하루하루를 그렇게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갑갑한 마음을 안고 무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무의미한 숫자들을 영혼 없이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한뼘 옆의 차장님이 또 평소와 같이 나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xx씨!!" 하며 나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바로 그 순간..!!

나는 무언가 가슴 속에 불길(?)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 나도 모르는 내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차장님 진짜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저한테 도대체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으세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을 한건지 말씀을 해주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난 이미 이렇게 악을 쓰고 있었다......

평소 깐깐하던 차장님은 아예 벙찐 표정으로 할말을 잃은 눈치였고 나는 아뿔사 싶었지만 이미 일은 이렇게 벌어진 것을..

나는 계속 세상에서 가장 성질 드러운 사람이 된 마냥 인상을 있는대로 쓰며 쫄지 않은 척 갖은 애를 썼다..

벙찐 표정의 차장님은 나를 회의실로 따라오라고 했고
회의실에 단 둘이 앉아 드디어 제정신이 돌아오신 듯한 차장님의 설교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법륜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출발점부터가 잘못 됐어요.
앞으로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아.. 나에게 또 재밌는 일이 일어났구나.."

그 말이 떠오르자 나는 진짜 막 이 상황이 재밌어지지는 않았으나 (분노하다 갑자기 재밌어한다면 좀 무섭다...)
그냥 이 일이 나를 그토록 분노시킬 만한 일도,
또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닫게 되었고,

차라리 '매일 같이 권태에 빠졌던 내가 오랜만에 회사 생활을 하니 이런 일도 다 겪어보네~~~^^' 라는 심정으로 생각을 바꾸자 정말이지 몇분도 지나지 않아 내 마음은 어느정도 평안을 되찾았고

앞에서 평온을 찾은 나와는 달리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분출하지 못해 방방 뛰시는 차장님이 차라리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분노의 설교를 하시는 차장님의 입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한마디 딱 던졌다.

"죄송해요. 아깐 제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는 이런 말을 씩 웃으며 할 정도로 몇분만에 안정을 되찾았고 아직도 아드레날린 관리가 안 돼 방방 뛰는 저 앞의 여자분에게 연민을 느낄 정도가 되었으니........

왠지 나는 내가 이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에 그 여자분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든, 뭐라고 하든 전혀 개의치 않을만큼 후련한 기분이 되었다.

생각의 전환이 이토록 유용한지 몰랐고,
그게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효과를 거둘지도 몰랐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도덕 시간에 배워왔다.

'어른을 공경해라'
'겸손해라'
'지는 자가 이기는 자다'

하지만 다 큰 지금에 와서 나는 생각한다.

혹시 도덕 책에 나왔던 그 모든 고리타분한 도덕들이
백성들을 좀 더 쉽게 지배하기 위한 지배층의 계략은 아니었을까 하고.

그리고 차장님한테 대들었던 이 사건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로 기억될 듯 하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그런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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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공경해라 라는말을 어른들이 하는것 만큼 안좋은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공경받을만 하지 않으신 분들이 입으로 자기를 공경하라고 말들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공경받으려 하기전에 아랫사람을 공경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보려고 해요..

이런 대인관계에서 저는 나름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 있는데요. 안 좋은 방법일수도 있지만 그냥 그 사람을 관찰하는 겁니다. ^^ 그냥 비나 눈이 내리는 걸 아무생각없이 보는 것처럼 그냥 자연현상처럼 보는 겁니다. 이게 은근히 효과가 좋더라고요. 저는 성격이 좀 급하고 욱하는게 심했었는데 이 방법을 쓰고 부터는 뭔가 일상이 평온해 졌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읽으면서 제 생각을 덧붙여봤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자연현상처럼 보는 방법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정말 공감되는 말이네요.. 아 왜 회사에서는
그리도 직원들을 못살게 구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안그랬던 것 같았는데요.. ㅋㅋ 정말 말씀대로 스트레스 받으면
자기만 손해인듯 합니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재미있는 일로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이 되는 듯 합니다. 강강약약 좋은 말씀 이십니다^&^

네 차라리 마음을 비우고 재밌는 일로 생각하면 좀 재밌어지는 거 같아요 ㅎㅎㅎ

네 ㅎㅎ 맞습니다. 정말 좋은 말씀 해 주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마인드로 한번 생활을 해 봐야겠습니다~~ ㅋㅋ

ㅎㅎㅎ
저두 평생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파트타임으로 수업했을 때 였던 것 같아요
그 시절에 갑자기 줄어든 수입으로 멋모르고 불만있었는데
배우고 싶은 것 배우고
책보고 교안만들고
어디 기관에서 하는 강사양성 면접본다고 3시간씩 달려가고
시간이 지나고
수입이 늘어도
그 행복이 그립더라구요~^^ㅎ

맞아요 ㅎㅎ 저도 한국어 강사 양성과정 어디 기관에서 하는 거 면접 보고 붙어서 수업 듣고 너무 재밌었네요 ㅎㅎ 행복한 시절이었어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이 있는거 같아요 ㅎㅎ

저도 전에 다니던 회사 과장님이 저만 유독 잡아먹으려고 하셔서 ...
참다참다 도대체 왜그러냐고 들이받은적이 있는데..
나중에 과장님이 따로 부르셔서 말씀하실때도 저는 분노가 조절안되서..
계속해서 따박따박 따졌습니다.. 결국 뭐.. 제가 적응못하고 회사를 나와야됬죠
제가 법륜스님의 말씀을 알고있었다면 저도 그순간 웃으며 싸움에서 이겼다는감정을 느껴봤을텐데.. 책을 많이 읽어야겠습니다 ㅋㅋ 좋은글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에는 꼭 한명씩 밉상인 분이 있죠ㅎ 법륜스님 말처럼 재밌는 일이 생겼구나 꼭 새겨볼게요^^

일체유심조.
생각하기 나름인걸 그 정신없을 순간에 느끼셨군요.
정신을 놓아서 더 쉽게 깨달은걸까요? ㅎ
우리가 말하는 정신이라고 하는게 사실 꾹 참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인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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