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벽
항주로 중국 유학을 다녀온 후 자퇴했던 대학에 다시금 재입학을 했다. (이럴거면 왜 자퇴를 했는지..)
그래도 나름 중국 유학에서 신랑(중국인)과 연애로 중국어 실력을 다진 덕분인지, 재입학 후 교내 중국어 경시대회에서 1등도 하고(훗) 나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던 중..
매년 열리는 학과 문화제가 열렸는데 우리 과는 중국학과이다보니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어느 까만 쿵후 복장을 입은 학생이 무술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 중국 학생은 짧은 커트머리에 예쁘장한 얼굴을 한 미소년처럼 보였고 나는 내 옆 친구에게 "야 쟤 귀엽다 ㅋㅋ"라며 그 중국 미소년 모르게 추파(?)를 던졌다.
그리고 문화제가 끝난 후 학과 회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미소년은 여자였고 -_-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 하는 중국 무술 소녀였던 것이다..
나는 그 중국 무술 소녀에게 몇마디를 건넸던 것 같고
그 여학생은 말이 많지 않았고 말투도 외모처럼 아주 털털했다.
회식 자리에서 무술 소녀의 옆자리에 앉게 된 나는
한국의 情,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했고 그 여학생은 점점 취해간 듯 하다.
그런데 이게 왠일.
....................?!!?
갑자기 무언가 끈적한 것이 나의 소중한 목덜미를 감싸는............(??!!?)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나는 여자란 말이다............................!!!!!!!!!!
한국에 정에 거나하게 취한 중국 무술 소녀는 나의 목덜미에 끈적한(ㅜㅜ)애무와 같은 키스를 했고 나는 예상치 못한 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듯 하다.
(여자라 완전 방심하고 있었다 ㅜㅜ, 여잔데 막 밀쳐내는 것도 이상하고 ㅜㅜ)
아무튼 그렇게 당황스러웠던 회식은 끝나고
다음 날 그 여학생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무술 소녀 왈: "어제는 미안했어..
내가 너무 취했던 것 같아...
사과할게......"
나는 별다른 할 말이 없었고 (여잔데 막 따지기도 애매했다..) 괜찮다고 했더니 자기 기숙사에 놀러 오지 않겠냐며 나를 초대하는 것이었다.
(기숙사....... 설마 너 혼자 있는거니...)
거절하기도 애매하고 이래저래 여잔데 날 뭐 어쩔까 싶어서그녀의 기숙사에 갔고 (예상대로 그녀는 혼자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자기의 사진들을 컴퓨터로 보여주었다.
그녀는 서있고 나는 앉아서 나에게 사진을 보여주는데
자꾸 몸이 가까워지는 것 같길래 내가 약간 움찔했는지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어떻게 안 해."
(ㅠ_ㅠ 난 왜 움츠러들었던 것일까. 뭔가 불안했다..)
그녀는 나보다 키가 조금 더 작았고 얼굴도 나보다 더 예쁘장했지만 풍기는 이미지와 내가 그녀에게 갖게 된 느낌은 완전 '상남자'의 그것이었다..
(왠만한 남자보다 그녀를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녀가 얼마나 남자처럼 보였느냐면은,
그녀와 같이 학생 식당에서 밥을 배식 받았는데,
밥을 퍼주는 식당 아주머니 왈:
남학생(무술 소녀)한테는 밥 많이 줬어~
아무튼 같이 밥도 먹고 대화를 나눠보니 딱히 나쁜 사람같지는 않아 보인 그녀는 나에게 자기 여자친구(ㅜㅜ)가 되주지 않겠냐고 했고 나는 이미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있다고 하며 간접적으로 거절했다..
그런데 그녀의 뒷말이 더 충격이었다.
"괜찮아. 나도 중국에 여자친구 있어^_^"
헐..........
심지어 나와 다른 여자랑 양다리를 걸치려는 ........=_=
나중에 그녀는 나에게 중국에 있다는 그녀의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그냥 그녀보다도 예쁘장하지 않은 그냥 평범한 중국 여학생이었다.
그녀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후 그녀와는 그냥 친구로 편히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그런 그녀에게도 알고 보니 고민이 많았다.
그녀는 자신의 여자친구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은 그렇지 않지만 여자친구는 자기만 없으면 보통 여자들처럼 다른 남자와 사귀고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인데 자기 때문에 그 여자친구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는 언니가 한명 있는데 다른 가족들은 다 정상인데 자기만 유독 이렇다고 했다..
아무튼 이 후에도 몇번 학과 회식자리에서 그녀와 같이 자리를 함께 했지만 프로포즈(?)를 거절한 후에는 그녀도 신사(?)답게 나에게 더이상 치근덕대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의 연락은 끊기게 되었다.
동성애자였던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무술도 잘 하고 얼굴도 예쁘장하던 그녀였는데..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도 눈물을 삼키며 이별을 결심하던 그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우리 보통 사람들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그 편견이 얼마나 견고하고 깊은지를..
얼마나 깨기 힘든지를..
우리는 알고 보면 다 같은 인간인데..
인간의 잣대로 이것은 옳고 이것은 그르다
판단할 수가 있는 것인지..
나도 누군가를 그런 편견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는 나를 또 그런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다름이란 무엇이고, 같음이란 또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 하게 만들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중-
필력이 진짜진짜 좋으신 것 같아요. @megaspore님 글을 보고 있으면 막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
대부분의 편견과 선입견은 어렸을 때부터 학습되어지는 거라 생각해요.
얼마 전에 조카가 문제를 낸 적이 있었어요. "이모, 우리 가족 중에 제일 멋진 사람은 누구게?"해서 제가 "나!!!!"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거든요.
근데 조카가 그러더라고요. "아니, 아빠야. 왜냐면 남자는 멋있고 여자는 예쁜거거든!"
그래서 제가 아니라고, 여자도 충분히 멋있을 수 있고 남자도 충분히 예쁠 수 있는 거라고 계속 말해줬는데.... 완전 무시 당했어요 ㅋㅋㅋ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 편견과 선입견을 깨부수려고 노력하려고요 ㅎㅎ
허걱. 이런 얘기였군요. 실제 경험하셨으니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것도 무리가 아니었군요ㅎㅎ
근데 예쁘장한 여성이 여성에게 다가가는 것과, 시커멓고 부리부리한 남자가 비리비리한 남자에게 다가가는 건,, 뭔가 이질적이네요. 갭이 있다고나 할까요. 비위를 거스르는ㅋㅋㅋ
여성도 반해버린 메가님의 매력,, 역시 명불허전입니다ㅎㅎ
예쁘장한 여성이 건장한 여성에게 다가가는 것도 그닥... 네.. 제가 남녀노소 국적 불문하고 통하는 스타일입니다...훗
아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셨군요..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러웠을 듯 싶습니다. 상상만해도 전 끔찍 합니다 t.t 역시 현지어는 연애를 통한 습득이 가장 빠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ㅎㅎ 오만과 편견.. 정말 잊고 살았던 명언을 오늘 다시 적어주셨네요.. 잘 기억하면서 생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속에 잠시 푹 빠져 있다 나왔네요.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그냥 사랑하는 대상이 대중적이지 않을 뿐이지 별다른 차이가 있나..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겠구나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네요.
저에게 남자가 동성이 다가오는 경험은 없었기에 저에게 다가온다면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 궁금하기는 하네요.
글 재밌게 잘읽고 갑니다. 필리핀에서 저에게 추파를던지던 게이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