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전환의 순간
5개월 전 내가 술을 끊은 것은 의지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그럴 때가 되었기 때문에 거의 자동으로 끊겼다.
나는 변증법적 유물론의 '양질전환의 법칙'을 믿는다. 모순이 차고 차고 또 차서 흘러 넘칠 지경이 되면 물이 섭씨 100도에 수증기로 변하듯 질적 전환의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그게 세상 이치다.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체질에 맞지 않는 알코올을 수십 년 들이붓다가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랐고, 내 몸은 술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몸과 술 사이의 모순이 차고 넘쳐 질적 전환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이다.
오늘날의 한국 정치 지형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많은 이들이 여든 야든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한탄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개혁 세력도 없다. 여전히 1987년 체제의 프레임 안에서 공방을 주고 받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양당 체제는 '지리멸렬' 그 자체다. 언론이나 검찰이나 현상 유지(status quo)를 위해 움직이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권력은 보호 받고 과거 또는 미래의 권력은 핍박 받는다. 역시 지리멸렬하다.
이 시대의 민중은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붙잡기에도 지쳐가고 있다. 양극화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삶의 질은 더욱 퍽퍽해진다. 프랑스 혁명사로 치자면 '앙시앙레짐(구체제)"의 모순이 증폭되고 있다. 조선 말기와도 같다.
사회의 물적 토대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대전환의 시기이니, 정치 체제와 토대 사이의 모순이 차고 넘쳐, 언젠가 질적 전환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대변혁, 또는 혁명의 시기다.
그렇게 믿으며 하루하루 버틴다. 지금으로선 '순간'의 희열을 만들려고 노력하며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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