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호갱'이 되지 말자 (1) - 최저가로 팝니다. (18.04.29)
처음 제가 이 곳 스팀잇에 와서 쓴 글 중에 제가 루리웹이란 커뮤니티에 실망하고 떠나게 된 이야기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나는 왜 그 곳을 떠났나 - 루리웹 편
당시에 포스팅을 올리면서 나중에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펼쳐 본다는게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우선 이 포스팅은 제가 2년간 이쪽 업계에서 일하면서 왜 한국에서 컴퓨터를 팔고 수리하는 일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그 시스템적인 이유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설명은 소위 "용팔이"라고 불리는 판매자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자동차 수리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기술을 팔고 먹고 사는 직업이나 대형 유통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중인 판매자들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어떤 거짓말로 소비자들을 속이고 , 왜 대다수의 서민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하고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부자가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선입견 1 : 대형 전문 상가에 가면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선입견 2 : 가격비교 사이트와 오픈마켓 , 정말 최저가로 판매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위 2가지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보죠.
보통 사람들은 컴퓨터를 구매할 때 온라인 유통망의 유명 업체나 오프라인 상가를 이용합니다. 과거에는 용산이 대표적인 오프라인 상가로 번창했고 ,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금은 쇠락한 상태입니다. 대신 이제는 온라인의 유명 업체들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죠.
위 2 가지 선입견에 바탕이 되는 생각은 자유 시장 체제에서 판매자끼리의 경쟁은 소비자의 이득으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론 문제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요.
용산은 좋은 쪽으로도 , 안 좋은 쪽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실 악명이 더 높긴 하죠. "용팔이"
대한민국에서 판매자를 비하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왜 과거에 용산은 대표적인 컴퓨터 상가로 유명했을까요?
바로 첫 번째 선입견 , 대형 전문 상가에 가면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사실 동네 컴퓨터 가게나 브랜드 제품과 비교하면 용산의 조립 컴퓨터 가격이 저렴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용산이 전문 상가이고 많은 판매자들이 경쟁을 해서 그런 가격이 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냥 판매량이 많으니 대당 마진을 줄여서 팔고 다른데서 그 손해를 만회하는 것 뿐입니다. 더 심한 건 결코 저렴하게 팔지도 않죠.
그나마 오프라인 유통 시절에는 가게들 간에 경쟁이란게 심했습니다. 같은 물건을 파는 판매자끼리 손님을 뺏어 올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가격입니다. 소비자는 여기 저기 가게에 찔러 보고 다니죠. 그럼 판매자들끼리 열심히 경쟁해서 소비자는 싼 가격에 구매하겠죠?
축하합니다. 당신은 지금 "호갱" 2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용산의 상권도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전성기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망한거나 다름없죠. 밖에서 보기에는요.
온라인 쇼핑이 중심이 된 시대 , 대다수의 셀러들은 과거부터 용산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입니다.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전자 제품 등은 용산 같은 곳의 개별 사업자들이 배송하는 제품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가격이 뻔히 공개되는 시스템에서 경쟁하게 되면 이제 더 이상 "용팔이"한테 호갱 취급 당하던 건 없어질까요?
어차피 여러분이 "호갱"이 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자 , 이렇게 가정해 보죠
한 동네에 몇 개의 컴퓨터 매장이 있습니다. 사장들끼리 아주 친해서 가격을 단합하지 않는 이상에는 서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정보를 입수할 방법이 없다면 이런 단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옆 동네에 가서 양심적인 판매자에게 구매한다면?
결국 가격 단합이라는 불공정한 행위는 판매자 간의 정보 공유에 기반합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다른 판매처로부터는 구매가 불가능해야 합니다. 뭔가 생각나는게 없으신가요?
과거 오프라인 판매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는 전문상가가 , 온라인 판매가 주류인 지금은 가격비교 사이트와 오픈마켓이 이러한 정보 유통의 수단이 되는 겁니다. 판매 채널이 단일화되니까 물건을 공급하는 소수 업체와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부 판매 업체들이 담합하는게 가능해지는 겁니다.
바로 , 죄수의 딜레마가 가능한지 아닌지는 서로가 어떤 패를 낼 지 아는지 모르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죄수들이 상대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면 절대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할 수가 있죠.
그나마 예전 오프라인 상가 시절에는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해야 손님을 끌어 올 수 있습니다. 손님을 끌어 와야 화려한 판매 스킬로 덤탱이를 씌우는데 이제는 그냥 가격비교 사이트와 오픈마켓에 최저가만 맞춰 놓으면 됩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낚시꾼의 미끼를 덥석 무는 물고기가 바로 구매자입니다. 제가 전에 이런 업체에서 일할 때 느낀 게 그냥 하루 낚시터에 나와 있는 기분입니다. 어이쿠 , 월척이구나.
물론 가격비교 사이트와 오픈마켓의 최저가는 최저가가 맞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냐고요?
여기에 시스템적인 함정이 있는 겁니다. 이 세상 모든 물건에는 원가가 있습니다. 판매자가 계속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있고 이로 인해 최소한의 마진이 확보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전문 상가 시스템이나 현재의 가격비교 & 오픈마켓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마진도 무시하고 판매합니다.
장사꾼들이 하는 거짓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손해보고 팝니다." "원가에 드립니다."
그냥 립서비스라고요? 적어도 컴퓨터 업계와 대부분의 오픈마켓 최저가 시스템에선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고객을 뺏어 와야 그 사람한테 사기쳐서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으니까요.
바로 "최저가"라는 미끼로 낚시를 하는 겁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양심적인 판매자들은 이러한 경쟁 시스템에선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이익도 확보가 안 되는 상태에서 왜 계속 장사를 합니까? 결국 이런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남은 자리를 사기꾼들이 차지하는 겁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한국 소매업입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선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어떻게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들 수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어떻게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드는지 궁금하네요~ :) 저는 너무 호갱인거 같아요 ㅜ
네 일단 컴퓨터나 오픈마켓 같은 경우에는 최대한 호갱탈출 하실 수 있게 내용을 꾸려 보겠습니다.
다음편이 기대가 되네요.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안타까운 점은, 비생산적인 경쟁 시스템 때문에 전반적인 하향평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호갱양산 시스템이죠..
맞습니다. 자본으로 시장을 장악해서 이익을 낼 수있는 상위 업체가 아닌 이상에는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오늘도 컴퓨터 용산에서 결국 맞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