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Muzine | Forbidden Love

in #kr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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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ne story

H o o v e r p h o n i c
mad about you feat. noemi wolfs

남과는 다른 사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인이라면 친한가 친하지 않은가로 단순하게 양분할 수 있었던 그래도 아직은 어릴 때로 기억한다. 굳이 따지자면 친했던 친구 하나가 있었다. 상당히 외향적인 성격에 흥이 있고 화려한 친구였다. 이제 막 성인이 되었던 때라 그 친구의 배경이 어떻다거나 집안이 얼마나 잘 사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꽤나 분위기를 잘 맞춰 어울렸던 아이기에 그 친구가 멤버로 있는 자리는 거의 매번 즐거웠었다.

그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트렌드에 가장 빨랐다. 이제 막 성년이 되어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한 시절에 서울 안에 트렌디한 장소나 근사한 레스토랑, 분위기 있는 bar 는 거의 대부분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됐었다. 운전을 시작하면서는 활동 반경이 서울 근교로 넓어졌는데, 어딜 가야 하나 고민되면 항상 그 아이에게 묻고는 했다. 어디가 괜찮아라는 답변을 듣고 가보면 정녕 근사한 장소가 튀어나오니, 매번 이런데만 다니는구나 하는 생각에 인생 참 멋지게 산다 싶었다.

즐겁고 부족함 없이 화려하게 지내는 그 아이에게서 굳이 단점을 기억해보자면 주사가 좀 있었다. 술이 좀 취했나 싶으면 항상 울어댔는데,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술자리 흥을 깨는 그 아이의 주사를 몹시 싫어했다. 그리고 매번 주사를 케어하는 사람은 나였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 언제나 잔을 홀짝거렸고, 술자리 멤버들 중 거의 매번 그나마 정상인이었기에 취한 사람을 내가 담당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구토를 한다거나, 테이블에 머리 박고 쳐자거나, 혹은 전봇대에 이마 대고 한 바퀴 돌더니 사방이 막혔어! 이 지랄하는 주사는 그저 다치지만 않게 적절히 케어해주면 되는데, 울어대는 주사는 솔직히 싫었다. 울기 시작하면 술자리 분위기를 깨니 일단 격리해야 하고, 뭐가 그리 슬프고 억울한 일이 많은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야기에 일일이 공감해줘야 하는데 술 취한 사람의 얘기가 정리가 됐으면 얼마나 됐겠으며, 했던 얘기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거리에 캐롤이 울리기 시작한 지 꽤 시간이 지나 새해가 며칠 남지 않은 그때도 그 아이는 주사를 부렸다. 어김없이 엉엉댔고 친구들은 내게 얼른 처리하라며 눈치를 줬었다. 콧물마저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에 밖으로 나와 왜 또 우냐며 영혼 없이 말을 붙이니 남자친구 때문에 슬프다고 했다. 연말인데 만나 주지를 않는다고. 싸웠냐. 응. 왜. 연말에는 가족이랑 있어야 한대. 뭐 그럴 수도 있지. 연말인데 넘하자나. 그럼 헤어지던가. 그건 싫어. 그렇게 좋냐. 응. 남자도 좋데? 응. 근데 왜 가족이랑 있겠데. 와이프랑 있어야 한데.

Hooverphonic - Mad about you (Live at Koningin Elisabethzaal 2012)

아. 그래서 면허도 없는 애가, 그래서 명품이 그렇게나, 그래서 그런 곳을, 그래서 술만 들어가면 그렇게 우는 건가. 수많은 퍼즐이 순식간에 맞춰지는 도중에도 어린 내가 뭐라고 답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른들의 세계인 이야기들이 동갑내기 친구의 입에서 계속 전해졌다. 아직 담배도 태우기 전이라 그 이야기들 앞에서 뭘 하고 있어야 할지 몰랐고, 지금도 그때 내가 뭘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와이프라는 단어를 들은 이후 나름 충격이었던지라 추위를 느낄 틈이 없었다는 것 정도다.

새해가 되어 스키장에 한번 다녀온 이후로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각자 새로 속하게 된 울타리 속 무리들과 어울리느라 자연스레 만남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스키장에 따라오지 않았고, 이후 별다른 모임이 없었기에 만남이 없었다. 따로 연락을 할 생각도 못 했다. 뭐랄까. 당시에는 내가 들어서는 안 되는 얘기를 들었다고 생각했기에 일종의 두려움 비슷한 게 있었다. 간간이 전해 듣는 얘기도 뭐 잘 사나 봐 정도였고, SNS 에 들어가 봐도 해외 휴양지 풍경 사진 외 별다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월이 훌쩍 흘러 한 번 두 번 축의금을 내기 시작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짧게나마 소식 다운 소식을 들었다. 소리 소문 없이 이혼남과 결혼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독일로 떠났다는 것. 그 이후의 소식을 알 것 같은 친구들조차도 이제는 사는 게 바빠 그 아이 이름조차 들을 기회가 없는 것 같다.


i l l e n i u m
crashing feat. Bahari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배우자로 맞았던 이혼남은 그 연말 밤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 너무 좋다고 했었다. 뺐어버리고 싶다고.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그저 충격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 아이가 철없던 어린애였으니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 싶다. 그런데 사람에 미치면 남녀 불문하고 대책 없다는 것 또한 아는 나이가 되었다 보니 설마 중독이었을까, 그래서 결국에는 뺐었나에 생각이 미친다.

Illenium - Crashing feat. Bahari

갑자기 생각나 적어내려가다 보니 그 이혼남이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아이는 그래서 행복했었을까. 계기가 뭐였든 쉽사리 털어놓지 못할 얘기를 꺼냈는데 이후 별다른 반응 없던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저 문득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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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verphonic 은 벨기에의 90년대 - 2000년대 밴드로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얼터너티브 락과 일렉트로니카를 두루 시도한 밴드다. Mad about you 는 릴리즈 당시 보컬이 Geike Arnaert 였으나, 영상의 공연 당시는 밴드의 리드 싱어가 Noemi Wolfs 였다. Geike 의 목소리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Noemi Wolfs 의 목소리가 몇 배는 더 좋다고 느낀다.

첫 번째 영상의 버전은 오케스트라가 뒤를 받치는 가운데 수많은 이미지를 동시에 풍기는 Noemi Wolfs 가 mad about you 를 불러 한층 더 매력적인 영상. 오래전 그 친구의 에피소드에 이만한 곡도 없지 싶었다.

그리고 crashing.
올해 초에 나온 곡인데, 가사 때문에 연관 지어 올려봤다.
illenium 은 Nicolas Miller 가 본명인 샌프란시스코 출신 디제이 겸 프로듀서로, 콜라라도 덴버에서 주로 활동한다. 캐주얼하게 팝 같은 edm 을 주로 만들어 반응이 괜찮아, 최근 잘 나가는 중이다.

Sort:  

인생을 사는 것은 힘듭니다. 무겁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건 힘들고 무거운 일인가 봅니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유가 그 사람의 무거움을 감당할 수 있어서인지, 그렇다고 착각해서인지 생각해보지만, 알게 되는건 내려놓은 이후입니다.

말씀 듣고 보니 많은 생각이 드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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