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찾아 삼십리

in #kr8 years ago

  오늘은 미리 써둔 포스트를 다 밀어내고 탁주를 찾아 삼십리 가량을 여행하고 돌아온 이야기를 쓰고싶다. 글의 처음을 담당하는 나의 상징 조차 한 켠에 놔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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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살진 않았지만 절실하게 믿었던 신은 딱히 없었다. 어릴 적에 엄마가 자정이 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 혼자 집을 지키던 내가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닌가 싶어 엄마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며 부처님, 하느님을 외치며 눈을 감고 손을 싹싹 빌었던 것 외에는.

  그리고 그 8살짜리 꼬마는 20분동안 울며 불며 눈을 감고 빌다가 세상 믿을거 하나 없다는걸 깨닫고 파출소를 찾아가서 엄마가 없어졌다며 신고해버리는 것으로 사단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뒤늦게 연락이 된 엄마는 아이가 파출소에 있는줄 알고 찾아갔다가 가장 높은 직책에 계신 것 같은 분에게 '25년 넘게 이 일하면서 엄마가 애 찾아달라 오는건 봤어도 애가 엄마 찾아달라고 신고하는건 처음 봤다.' 는 말을 들었다며 아직도 쪽팔려하신다. 난 지금도 당당하다.

  그래서 나는 무교인줄 알았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어느샌가 주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친구들과 떠들썩 할 때도 옆에서 흥을 돋궈주고, 가끔 울적할 때는 잊고 다시 일어서라며 다독여주는 님, 주(酒)님이다. 나는 분위기에 마시는 주님보단 어느날 문득 조용하게 마음을 정리하면서 혼자 맛있는 주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새벽에 그런 나를 자극해서 몸을 들썩이게 만든 글이 있었다.

  @afinesword 님의 담백한 소감과 맛의 표현을 몇 번이고 읽었다. 그 맛이 감히 상상되었고, 나는 이걸 직접 입에 담지 않고서는 못배기게 되었다. 늦은 오후에 잠을 깬 나는 새로운 주님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서 백화점으로 향했다. 주님을 영접한 순간을 담기 위한 카메라를 목에 매고서.

  먼저 @omnit님이 조언해주신대로 현대백화점을 향했다. 이 쪽이 가까웠기 때문에. 멋드러지게 정렬된 와인과 위스키들 사이에서 나의 새로운 주님은 찾아뵐 수 없었다. 다른 한 켠에 전통주를 취급하는 자리가 있었지만 소주들 뿐이었다. 지방이다보니 어려움이 있을 줄은 알았다.

  오후 7시 반. 아직 시간이 있는걸 확인하고 @afinesword님의 댓글을 길잡이 삼아 롯데백화점을 목표로 잡았다. 부산 센텀시티에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딱 붙어 있다. 짧은 시간에 두 백화점을 확인하겠다는 작은 욕심을 품고 서둘러 발을 옮겼다. 아뿔싸. 신세계백화점이 설 연휴인지 문을 안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 주 목표는 롯데백화점이었으니까.

  지하로 내려가 주류 코너를 찾는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저 멀리 전통주 코너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둘러간 곳에는 우리나라 전통주가 아니라 옆나라의 전통주가 있었다. 사케 코너였다. 제길... 직원에게 주님의 사진을 보여주고 혹시 있는지 물어봤지만 역시나 대답은... 안계신다고 했다.

  이미 밖은 깜깜해졌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지하철에 몸을 옮기러 가는 길에 문득 고개를 드니, 넓은 공간에 사람 하나 없는게 마치 주님의 축복을 받지 못해 쓸쓸한 내 마음 같았다. 주님 영접의 행복한 순간을 찍으려고 챙겨간 카메라로 이 시간의 조각을 담았다.

  나중에 만났을 때, 내가 지금 얼마나 아쉬워했는지 꼭 보여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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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전역에서 우곡주를 발견하신 분이 계시면 부디 꼭 알려주세요...

부산 사시는군요 ㅎㅎㅎ
아무나 만날수 있음 주님이 아니죠 ㅎㅎㅎ

그런가봐요. 믿음이 부족했나...!

술독에 과하게만 빠지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기도하면서

즉흥적으로 주님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결국 원하지 못하는 걸 손에
넣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전해져오네요..

잘 보고 갑니다.

하하하, 최근엔 술도 질린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기왕 얼마 못마시는거 맛있는걸 찾아먹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이 글을 쓰던 당일엔 정말 세상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롯데백화점 본점을 가보려고요... 댓글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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